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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영 Mar 11. 2017

공간과 색

2017년 3월 11일, 쉰여섯 번째

요즘은 사진을 배우고 있다. 기록성을 목적으로 하는 사진과 예술성을 목적으로 하는 사진의 경계에 보도사진이 있다. 보도사진에는 사실이 담겨야 하지만 기자의 시선도 담겨야 한다. 글로 치면 보도사진은 설명문도, 문학작품도 아니다. 독자를 설득하기 위해 쓰는 논설문이다.

왜곡 문제도 함께 배웠다. 예술사진은 아름다움을 표현하려는 사진이기 때문에 촬영 후에 손을 보는 경우가 잦다. 이 작업을 후보정이라고 한다. 기록사진은 사실만을 담아내야 한다. 기록사진에 후보정은 금물이다. 후보정을 거친 기록사진은 왜곡된 사실이다.

사진만 놓고 보면 보도사진은 기록사진에 속한다. 작가를 결부시켜 보도사진을 거론할 때에만 작가가 담고자 하는 주관이 인정될 뿐이다. 따라서 보도사진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

그 사진이 온전히 현실을 담았는가. 왜곡의 기준이다. 합성사진이 대표적인 왜곡이다. 존재와 공간의 관계가 곧 현실이기 때문이다. 존재가 공간을 얼마만큼을 차지하고 있는가, 공간 어느 곳에 존재가 위치하는가가 현실의 기준이 된다. 데카르트는 이 관계를 연장이라고 불렀다. 연장에 손을 대는 순간 왜곡이다.

피사체의 색을 바꾸는 일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빨간색을 파란색으로 바꾸는 일처럼 심한 변화는 왜곡이다. 그러나 밝기만 약간 바꾸는 일은 왜곡이 아니다. 심한 변화와 약한 변화의 경계가 모호하다. 어둡게 찍힌 사진의 밝기를 높이는 일은, 엄연히 사진의 색을 바꾸는 일인데도, 왜곡이라 할 수 없다.

로크는 이 사실을 두고 1차 성질과 2차 성질로 나누었다. 1차 성질은 그 물체의 변화와 무관한 성질이고, 2차 성질은 밀접하게 연관되는 성질이다. 사실은 공간과 밀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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