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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영 Mar 21. 2017

짧은 문장, 농익는 단어

2017년 3월 21일, 예순세 번째

요즘은 짤막한 기사 쓰는 법을 배우고 있다. 글은, 특히 기사는, 읽힐 때 생명을 얻는다. 잘 읽히기 위해서는 문장에 힘이 있어야 한다. 힘 있는 문장은 군더더기 없는 문장이다. 짧게, 필요한 말만.

최근 글이 길어졌다. 첫 글자를 쓰기 시작할 때, 무엇을 쓸지 고민하지 않고 시작해서 그렇다. 심지어는 글을 쓰던 중에서야 주제를 잡기도 했다. 결국 글은 용두사미거나 중언부언인데다가 길이도 엄청났다. 읽힐 리 없는 글이다.

김훈의 <칼의 노래>에서는 중문(여러 문장이 대등하게 모인 긴 문장)이 매력적이었다. 오마주랍시고 몇 번 따라하긴 했는데, 글만 길어졌다. 힘 있는 글에 능숙한 사람만 써야 하는 양날의 검이었다. 뛰려면 걷기부터 해야 한다. 짧게 쓰는 문장이 늘면 다시 중문에 도전해보아야겠다.

기사는 헤드라인(제목), 리드(요약), 바디(본문)로 구성된다. 헤드라인으로 눈길을 잡아 리드에 꽂아넣고 바디로 납득시킨다. 다만, 독자는 언제든 눈을 돌릴 수 있으니 정보는 최대한 앞에 몰아넣는다. 감탄스럽다. 기사는 활자에 담은 인생이다. 단어 하나에 울고 웃는다.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칼의 노래> 첫 문장이다. 기자 출신 작가인 김훈은 이 문장을 두고 몇 달을 고민했다고 한다. 고민의 내용은 꽃'이' 피었던 게 더 나을지, 꽃'은' 피었던 게 더 나을지였다. 지새운 밤도 하루 이틀은 아닐 것이다.

나는 하룻강아지였다. 한 글자에 몇날 밤을 고통스러워 할 준비도 없으면서 글 쓰는 삶을 동경했다. 모든 것은 양이 줄수록 질이 농익는다. 짧은 문장, 힘 있는 글을 쓰면 단어의 소중함을 알게될 것이다. 언젠가는 그때문에 밤도 지샐 것이다.

버려진 글마다 꽃은 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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