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마흔아홉살 사과나무 심기

매일 조금씩 성장해 나가기

by FabFiftyBloom

아마 중학생때 일같다.

맘에 드는 격언 3개를 골라 오라는 숙제가 있었고, 격언이 구구절절 적혀있는 프린트를 받아왔다.

대부분 너무 상투적으로 느껴졌고, 마음에 와 닿지 않았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는 명언이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 나무를 심겠다.”


그때 나의 생각은 이랬던것 같다. 내일 죽는다면 맛있는걸 먹고, 못 가본 곳으로 여행을 가야하는거 아냐? 심어봤자 죽어버릴 나무는 왜 심는다는 거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 반 세기를 살다보니, 이상하게도 너무 쉬워서 촌스럽게 느껴졌던 말이 가끔 떠오른다. 아마도 내 나이가 ‘죽음’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나이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와 동년배인데 갑작스런 부고 소식을 들을 때도 있고, 이젠 그런 소식을 받아들이는 나이가 되어가고 있다.


그래서 가끔 스스로에게 묻는다.

지구가 내일 멸망하지는 않겠지만, 내가 내일 죽는걸 안다면, 나는 오늘 사과 나무를 심을 수 있을까. 어쩌면 이 질문은 “도대체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걸까?” 에 대한 물음일것이다.


나는 어떤 나무를 심어야 할까.

그래야 눈을 감는 날이 왔을때 스스로 만족하면서 떠날 수 있을까.


답은 잘 모르겠다. 그래서, “Why not?” 하는 마음으로 명상을 하기 시작했다.

명상 속에는 오십 몇살의 내가 있다. 지금의 나의 모습과는 상관없이, 언젠가 떠나는 날 스스로 만족하고 싶은 나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그 속에서 나는 매일 새벽 6:15분에 일어난다. 간단히 운동으로 몸을 깨우고, 티비 속 연예인들처럼 건강 주스를 만들어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나의 하루는 활력있고 생기가 있다.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세상과 하직하는 어느 날 “그래도 나는 나의 하루를 소모하지 않고 부지런하려고 노력했구나.” 라고 생각할 수 있을것 같다.


지금의 나와는 사뭇 괴리가 있지만, 그 이미지를 머릿속에 넣고 조금씩 가까워지고 싶다. 그렇게 살다 보면, 나의 오십세 어느날, 지금 내가 그리는 그 모습에 닿아 있을 것이다.


어쩌면 내가 심어야 할 사과 나무는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라

매일 하루를 충만하게 살아가고 그 안에서 조금씩 성장해 나가려는 나의 의지와 마음이다.

오늘 하루도 잘 해냈어! 내일도 오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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