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서툴지만, 계속하기
거의 이십 년 차 주부지만, 나의 가장 큰 난제는 요리를 하는거다.
청소도, 빨래도, 다 미룰 수 있는 거지만, 삼시 세끼는 미룰 수 없다.
눈을 뜨면 아이들 아침과 점심을 챙겨야 하고, 저녁이면 하루 종일 대충 먹은 가족들 배를 다시 채워야 한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블로그 등 여기저기 레시피는 넘쳐나서 요즘처럼 요리가 쉬워진 세상이 어디 있냐고는 하지만, 음식 하는 손이 느리고 아이디어가 부족한 나에게 요리는 늘 어려운 과제다.
고등학교 때 제일 지루한 과목 중 하나가 가사였다. 단아한 선생님께서 “시금치를 데치는 방법”이 시험에 나온다며 꼭 외우라고 하셨다. 그 시절 여자들은 무조건 가사 과목을 배워야 했다. 요리는 예전부터 여자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남편은 여전히 할머니가 해주시던 된장찌개 얘기를 한다. 사촌들을 만났을 땐 할머니의 부침개 뒤집는 실력이 대단하셨다며, 추억을 나눈다. 나에게는 안타깝게도 가족을 연상하게 하는 음식이 없다.
며칠 전, 나를 위로해 주는 기사를 읽었다.
하버드 연구에 따르면 요리를 하지 않는 와이프가 더 행복을 느낀다는 것이다.
기사를 읽고 나만 이렇게 느끼는게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큰 위로가 되었다.
나는…. 부엌에서 가사 노동을 하고 있다 보면, 가출을 하고 싶을 만큼 싫어질 때가 있다.
음식 준비도 힘들고 쌓여 있는 설거지를 보면 치우는 것도 너무 힘들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온다.
참 하기는 싫은 부엌일이지만, 아이들이 집을 떠났을 때 맛있는 집밥을 생각하며 엄마를 떠올려 주길 생각하며, 그래도 나를 다독이면서 뭔가를 만들어 본다. 그럴 때면 디즈니 영화 ‘라따뚜이’에서 그 악명 높은 음식평론가가 한 숟갈 음식을 먹으며 엄마를 그리던 장면이 이상스럽게도 머릿속에 떠오른다.
우리 아이들도 내가 없을 때 국물 한 숟가락 먹으면서 엄마가 만들어 주던 찌개가 그래도 최고였지 하면서 나를 기억해 주길. 아이들의 마음속에 나의 따뜻함이 느껴지는 음식 하나 정도가 남아 있기를 바라며… 마흔아홉이 되도록 아이들 기억에 남길 특별한 음식을 만들지 못했지만, 적어도 3개….
세 가지는 아이들이 기억에 남게 기깔나게 맛난 음식을 만들어 볼테다. Why not?
“엄마, 오늘 내가 한국 식당에서 찌개를 먹었는데, 엄마 생각이 나서 전화했어.”
이런 전화를 받을 날을 생각하며 오십을 향한 나의 새로운 과제를 하나 더 추가해 본다.
그리고, 가사 로봇이 나오면 걔는 꼭 우리 집에 데려올 거다! 설거지 해방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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