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철수 Jun 13. 2021

우리나라를 떠나고 싶어하는 취준생a에게

애국자가 아닌 1인이 전하는 말


취준생들과 작은 단톡방을 운영하고 있다.

일명 무료취업리딩방이라고. 내가 뭐 대단해서 취업시켜주는 그런 거창한 방이 아닌 취준생, 그리고 일부 직장인들과 같이 머리를 맞대 경쟁이 아닌 다같이 취업할 수 있게 하는 일종의 실험을 해보고 싶었다. 아직 초기이지만 다행히 취준생들은 물론이고 좋은 분들의 도움으로 나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지난 주 그 단톡방에서 한 취준생이 한국은 너무 살기 힘들다고 다른 나라에 가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자 몇몇 취준생들이 동조를 하며 각자 우리나라에서 느끼는 불만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부동산값이 너무 비싸다, 취업이 힘들다, 취업 후의 인생도 불투명하다, 나라의 미래도 믿을 수 없다 등등 여러 이야기가 오가는 중에 이런 생각을 가진 취준생 나아가 청춘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문득 떠올랐다.


우선 나는 애국자가 아니다. 특히나 보수, 진보 등 정치, 사회적인 이슈에는 관심도 없다. 저 단톡방에도 경제 뉴스만 공유하듯 오로지 경제 관련 이슈에만 흥미가 있음을 밝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론적으로 나는 지금 우리나라만큼 살기 좋은 나라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우리나라, 그리고 남의 나라는 지금


먼저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떠한가.

우리나라는 아마도 지금이 단군 이래 최전성기가 아닐까 싶다. 개인적인 얘기를 꺼내보자면 최근 주식 투자를 조금 하는 입장에서 놀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생각보다 우리나라가 잘 나가기 때문이다. 얼마 전 국도화학이라는 기업에 투자를 위해 공부하면서 이 기업이 에폭시라는 주요 화학 소재 분야의 세계 1위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적잖이 놀란 적이 있다. 이렇게 디테일하게 들어가지 않더라고 지금 가장 핫한 분야의 꽤나 많은 부분에서 우리나라는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2차전지, IT 등에서 탑을 다투는 기업에 우리나라 기업들이 당당히 포진하고 있을 뿐 아니라 기생충, 미나리 등의 주요 영화제 수상, BTS의 HOT 100 차트 1위 달성 등 말도 안되는 일이 컨텐츠 분야에서도 일어나며 이른 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두 분야 모두 긍정적인 상전벽해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들이 선망해왔던 선진국들의 사정은 지금 어떠한가.

코로나는 선진국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깨부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국제적 재난 사태에 그들의 사회, 경제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졌고 정상적인 국가 통제에 실패하며 수많은 국민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는 정치권만의 실책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개인을 중시해 온 그들 개별 국민들은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과 방역수칙을 단순 권익 침해로 치부하며 저항하고 조롱하며 코로나 피해에 기름을 붓게 된다. TV에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마스크 반대 시위, 선량한 아시안 폭행, 마스크 쓴 시민을 조롱하는 뉴스들을 접하며 그간 내가 생각해오던 선진국의 이미지는 한낱 환상이었구나 싶었다.


다시 쌈박질의 시대로


좀 더 거시적인 상황을 살펴보자.

지금은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기이다. 과거 냉전시대에 미국-소련으로 대표되는 자본주의-사회주의의 깃발 아래 전 세계가 헤쳐모여 쌈박질했던 시기에서 데탕트 시대로 넘어와 지구촌, 세계화 등의 단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며 물리적 심리적 벽을 허물기 시작했고 어찌됐건 최근의 신자유주의 하에서도 위아더월드의 대전제만큼은 변치 않았다. 허나 모든 것이 바뀌기 시작했다. 세계는 다시 두개로 나뉘고 있다. 중국과 미국이라는 고래가 물리적 전쟁이 아닌 경제 분야에서 피 튀기는 헤게모니 전쟁을 시작하며 이 두 국가를 중심으로 재편될 위기에 놓여있다.

실제로 미국은 자국의 힘만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것이 아닌 G7을 위시한 우방들과 함께 중국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 시발점은 이전에는 외면했던 중국 내 인권 문제에 야지를 놓은 것이다. 대표적으로 신장 위구르 산 면화에 대한 주요 브랜드들의 보이콧은 작년 이전 까지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사건이었다. 최근에는 중국 입장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 중 하나인 대만을 국가로 대놓고 언급하기까지 했다. 이처럼 두 세력의 갈등의 골은 날이 갈수록 깊어져 21세기판 냉전이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들기까지 한다.

공교롭게도 이 두 축이 아시아와 서양이다. 흔히 우리가 선진국으로 생각하던 나라들이 아시아로 인식되는 중국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다. 우리가 어느 편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미 유럽, 미국 등 서양인들은 중국을 아시아로 인식하고 있으며 한중일 각 나라 사람을 육안으로 분간할 만큼의 높은 이해도를 가지고 있지도 못하다. 실제로 코로나 이후 극단적인 중국인이 아닌 아시안 인종차별적 테러가 국가를 불문하고 발생하면서 대중들의 인식, 특히 일부 아사아인들의 머릿 속에 이전에는 선망의 대상이었던 서양이 위험한 국가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단순 국가 관계를 넘어 일반 대중들의 인식에도 큰 변화가 찾아왔다.


물론 살기 참 팍팍하다


이렇게 세 가지 상황을 보면 한국 땅에서 태어난 우리가 발 붙일 만한 곳은 자명하다. 물론 살기 참 팍팍하다. 천정부지로 뛰어 오르는 부동산 값,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 나날이 어려워지는 취업 등. 이런 눈 앞의 상황으로 선진국에 대한 동경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충분히 이해한다. 허나 우리나라만 그런 것이 아니다. 최근 전세계 주요 국가의 부동산 상승폭이 우리나라랑 크게 다르지 않으며 역대급 저성장 사이클과 4차 산업혁명 등으로 많은 젊은이들이 취업난을 겪고 있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 볼 때 객관적으로 우리는 지금 최선의, 그리고 최상의 환경에 놓여져 있는 것이다. 우리를 구제해 줄 유토피아는 존재하지 않는다.


된다고 믿어야 하는 이유


때로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불평과 불만, 자조와 비아냥 등 부정적인 감정은 인생에 하등 도움 되지 않는다. 유치하고 뻔한 꼰대의 소리라 치부할 수 있지만 된다고 믿는 것이 되는 첫 걸음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었고 그대로 작은 거 하나씩 이뤄왔다. 된다고 생각해도 될까 말까인데, 안된다고 생각하면 안되는 것이 세상 이치이리라.


(유튜브 캐치티비로 놀러오시면 더 많은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 (영화 미드나잇인파리의 한장면)


매거진의 이전글 취업은 연애와 같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