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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수 Jun 16. 2021

부모님 직업을 묻는 회사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

아주 소심하지만 조금은 속시원한 복수


최근 운영하는 취업 카톡방에서 한 취준생이 얼마 전 면접에서 면접관이 부모님 직업을 물어봤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것도 본인만 물어본 것이 아니라 지원자 전원의 공통 질문이었다는 것이다.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했고 상당히 불쾌했지만 면접자 입장에서 달리 할 말이 없었다고 한다. 그들은 왜 지원자가 아닌 지원자의 부모가 궁금한 것일까?


우선 잠깐 옛날 얘기 좀 하자면 내가 취업 준비를 처음 하던 2010년도 쯤에는 부모 관련 사항을 묻는 게 꽤나 일반적이었다. 부모 직업, 소속회사는 물론이고 연령, 동거 사항 등의 개인적 내용, 출신 학교 및 자산 상황-심지어 동산, 부동산을 나눠서 기입-까지 꼬치꼬치 캐묻는 기업도 있었다. 그것도 아주 잘 나가는 대기업에서. 그때에도 물론 언짢긴 했으나 비율상 그런 기업들이 더 많았고 흔히 겪는 취준생의 굴욕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쉽게 익숙해졌다. 다만 내가 익숙해진 방식은 조금 달랐다. 그들의 부당한 호기심, 혹은 더러운 의도에 마찬가지의 방식으로 되갚아준 것이다.


우리 부모님의 최종학력은 고졸이다. 그리고 자산상황도 그리 넉넉하지 못하다. 아버지는 늘 법대의 꿈을 가지고 한때 그 꿈을 나에게 투영한 적이 있으며 엄마는 당시 여학생의 로망인 이대의 꿈을 가졌다고 들었다. 나는 그 꿈을 이력서에서 풀어드렸다. 아버지 출신 학교는 이력서 속에서나마 서울대 법대에 중견 로펌 재직, 엄마의 출신학교는 이화여자대학교 음대에 음악학원 운영 혹은 스튜어디스로 말이다. 물론 자산 상태 역시 넉넉하게 채워드렸다.


이에는 이, 부당함에는 부당함으로


이 사실을 당시 인사담당자가 알았다면 허위 사실 기재라며 비난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부당함에 부당함으로 맞선 것 뿐, 일말의 죄책감도 들지 않았다. 가족사항을 들추며 수많은 취준생에게 상처주는 회사에 대한 아주아주아주아주 소심한 복수에 그친 점이 아쉬웠을 뿐이다. 혹시 부모학력 허위기재 운동본부를 만들어 전국적으로 퍼뜨렸으면 조금의 죄책감이 들었으려나. 하여간 적지 않은 기업의 필기합격에 우리 부모님은 명문대 출신의 엘리트로 남아있었다. 그게 도움이 되었는지 아니었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런 불합리가 벌어지고 있다. 여전히 피해자는 취준생이다. 그 의도가 어쨌건 해서는 안 될 질문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간 여러 번 이슈가 됐음에도 이러한 일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화도 나고 허탈하기도 하다. 당사자인 취준생들은 오죽할까. 허나 취준생들은 이러한 상황에 실망하고 분노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어떻게든 다시 긍정의 에너지를 끌어모아 취업 뿌시는 데 집중하는 것이 상책이다. 부정적인 마인드는 취업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 '부당함에는 부당함으로' 내가 갚아줬던 아주 소심한 방법을 적극 추천한다. 당신의 지원은 계속돼야 한다. 더럽지만 침 한번 퉤 뱉고 전진한다 생각하고 다시 앞을 바라보고 출발하자.


+

만에 하나 허위 기재한 부모 관련 사항 때문에 합격이 되면 어떡하나 걱정하는 지원자들을 위해 한마디 덧붙이자면. 일단 그런 기업은 가지 않는 것이 상책이고.-부모 보고 채용하는 기업의 현재와 미래는 안봐도 뻔하기 때문- 그럼에도 정말 가고 싶은 기업이라면 그냥 들어가면 된다. 혹여나 입사 후 부모내용 허위기재를 문제시하면 그땐 언론사에 제보하도록 하자. 비난의 선순위는 갑의 위치인 회사에게 있다. 여러분은 피해자일 뿐. 회사가 바보가 아닌 이상 이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쉽게 문제 삼지 못할 것이다. 소심하지만 이 방법이 복수인 이유다.

(유튜브 캐치티비에 놀러오시면 더 많은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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