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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수 Feb 24. 2022

과소한 루틴에 대한 변명

매일 아침 플랭크 3분의 미학

이제 한 6개월 쯤 된 거 같다. 아침에 일찍-지극히 내 기준- 일어나기 시작한지. 원래는 여덟시, 아홉시 다 돼 일어나 헐레벌떡 하루를 시작하기 바빴으나 작년 언젠가 무슨 바람이 들어 여섯시 이전에 일어나기로 결심했고 그 다음날부터 지금까지 나름, 기적처럼 잘 지켜오고 있다. 죽도록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게 아니니 지킨다는 표현은 좀 그런가. 암튼.


꼭 일어나면 세수하고 플랭크 3분하고 책을 30분 읽는다. 그 이후에는 블로그 글을 보거나 쓰든 주식 공부를 하든 놀든 자유. 이런 얘기를 하면 주변에서 비웃는 경우가 많은데. 플랭크 3분은 왜 해? 그게 운동이 돼? 책 30분 읽으면 몇페이지 못읽지 않아? 차라리 운동이든 책이든 하나만 한두시간동안 하는 게 낫지 않아? 찔끔찔끔하는 게 무슨 도움이 돼?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무슨 도움이 될까? 그런데 나는 왜 그것들을 하고 있는가.


하루 열 개의 팔굽혀펴기를 100일간 하는 것과 하루 백 개의 팔굽혀펴기를 하고 그치는 것. 몸의 변화는 후자가 극적일지언정 백일간의 작은 일상의 변화는 태도와 인생에 결코 작지 않은 전환점이 되리라 믿는다. 내가 플랭크를 하는 이유는 몸짱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고, 책을 30분 읽는 것 역시 똘똘이 스머프가 되기 위함도 아니다. 그냥 지금과는 조금 달라져야 겠다는 바람, 조금 나아지고 싶다는 의지에서 시작했을 뿐이다.


물론 하루 100개를 100일간, 아니 평생 하면 제일 좋겠지. 허나 나는 마이클 조던이 아니다. 나 뿐 아니라 우리들 대부분은 마이클 조던이 될 수 없다. 악마적 의지와 체력, 재능을 갖춘 인재가 아니다. 이건 우리 모두가 이미 아는 사실이다. 그럼 그냥 하는 거다. 매일 할 수 있을 만큼. 아침에 100개 하는 게 힘든가? 그럼 50개. 그것도 힘들면 열개. 그것도 힘들면. 아니 10개 정도는 해야지...


응 형은 우승, 난 플랭크 3분

때로는 강한 동기 부여와 목표의식, 너무 큰 기대와 희망이 포기와 답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백보 전진을 마음 먹었으나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해 얼마 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경우. 그럼 그땐 그냥 저 멀리 목적지를 볼 것도 없이 매일 하루 한걸음만 걸으면 된다. 중요한 건 두 개다. 1)'매일', 그리고 2)'한 걸음' 그럼 어딘가로는 가있겠지. 여기랑은 다른.


아침형 인간이 된 지 6개월. 물론 아직 별다른 변화는 없어보인다. 그래도 좋다. 전혀 힘들지 않고 오히려 재밌다. 유부 애 아빠에게 나홀로 2시간은 축복이다. 설령 평생 아무런 변화가 없어도 괜찮다. 그리고 적어도 죽을 때까지 이걸 유지하면 아침 여덟시에 일어나던 사람이 아침 여섯시에 일어나는 사람으로는 바뀌는 걸테니 한가지는 무조건 변하긴 하네. 죽기 전에 매일 두시간 덜 잔 게 후회될까? 아까울까? 죽는 순간 고작 그런 후회, 걱정이나 하고 있다면 그것마저도 성공한 인생이 아닐지.


아무튼 누구보다 열심히 매일 하자라는 생각보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매일 매일 무언가를 해내는 루틴이 중요하다 생각하는 요즘이다. 자기합리화 중이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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