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생이 onda였나. 비슷한 제목의 책이 뜨면서부터 본격적으로 공론화되지 않았나 싶다. 그 전까지는 걍 젊은 놈들, 어린 노무 쉐이들로 부르던 90년대생들을 언론에서건 sns에서건 MZ세대로 부르기 시작했던 기억. 사실은 z세대로 부르는 게 맞지 않나 싶다. m까지 묶으면 불혹의 나이인 꼰대 신병들까지 묶이는 거라...
이 z세대에 대해 개인적인 견해를 좀 적어볼 예정인데. 듣는 z세대는 기분 나쁠 수도 있으니 양해 바랍니다.
너도나도 이 z세대를 유별나다 여기저기 떠들지만 사실 역사상 가장 유별난 세대는 x세대였다. z세대는 x세대의 자녀 세대로 그들의 유산, 가혹하게 말하면 아류에 불과하다.
x세대의 유행은 그야말로 개성의 표현이었다. 경제적 풍요를 배경으로 한 자신감이 그 기저에 있었고 뉴욕 지하철 풍경에 꿀리지 않을 듣도 보도 못한 근본 없는 기괴한 패션들이 가장 핫한 거리를 아주 펄펄 끓여놨다.
https://m.blog.naver.com/steviechopin/222220387724
허나 작금의 z세대가 주도하는 패션 유행은 이러한 역사상 가장 특이했던 x세대의 레퍼런스를 누가 더 충실하게 재현하느냐하는 몰개성의 경쟁에 불과하다. 특히 뭐 좀 잘나가는 게 있으면 너도 나도 달려 들어 획일화하고자 하는 열정이 아주 대단하다. 뭐 대단한 유행인가 싶어 좀 보면 걍 뭐. 특별한 사람을 똑같이 따라하면 그 사람을 특별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z세대에게는 특별함이 중요한 가치가 아닐 수도 있다. 일례로 과거의 멋쟁이가 남들과 다른 아웃사이더로 대변되었다면 지금의 멋쟁이는 바로 '인싸'. 어떻게든 x세대를 따라하려는 '힙스터'들이 주도하는 문화에 편입되고자 안달인 셈인데. 길거리에 똑같은 옷 입은 사람을 마주치는 게 우리+이전 세대에게는 부끄럼이었다면 지금 세대에게는 훈장임.
mbti도 비슷한 맥락이다. 어디든 본인을 mbti로 소개해야 하고 본인의 mbti를 모르는 이를 적폐 틀딱 꼰대취급하며 교조적으로 가르친다. 인터넷 신조어도 마찬가지. 돌이켜보면 과거에도 신조어는 있었으나 당시의 신조어는 우리끼리의, 혹은 그들만의 언어였다. 그야말로 서브컬쳐의 일종으로 그 코드를 이해하는 이들만이 공유하고 싶어하는 은밀한, 한편으로는 찌질한 커뮤니티적 특성으로 동네마다, 혹은 즐기는 그룹마다 쓰는 용어, 심지어 말투가 다른 경우도 있었다.
홍대를 예로 들면 90년대 중반 드럭을 중심으로 한 펑크키드들, 그 건너편 몇몇 클럽의 징글쟁글 모던락을 즐기던 형누나들, 또 힙합하는 형누나들의 문화와 노는 방식이 매우 달랐음. 그중의 메이저는 누구였느냐? 잘 모르겠다. 다 제 멋에 놀고 본인들이 짱이라고 생각하고 살았었던 거 같음. 암튼 지금보다는 파편화된 커뮤니티들이 각자의 문화를 즐기는 한편 옆 동네 문화를 외면하며 저마다의 개성을 자생적으로 키웠던 기억이 있다.
반면 z세대는? 옆 사람이랑 똑같아지려고 발버둥치는 느낌이다. 그 옆 사람은 또 십수년 전 사람들을 따라하는 사람. 따라하기의 무한루프... 지금 어르신들이 한남동의 배꼽티 입은 여성들을 보며 받는 느낌과 90년대 어르신들이 배꼽티를 봤을 때의 느낌. 뭐가 더 충격적일까. 그런 면에서 지금의 z세대는 전혀 새로울 것도 없고 특별할 것도 없다. 실상은 90년대생이 온다며 호들갑 떨던 대부분의 x세대 삼촌이모들이 더한 괴물들이었다. 뉴욕 지하철 빌런 ㅇㅇ.
난 z세대가 무섭기보다 한편으로는 불쌍하다. 그들이 그렇게까지 몰개성에 집착하는 이유. 그 이유는 아마도 지금의 시대 상황 때문 아닐까. 초고령화시대의 초입, 역사상 부모보다 빈곤한 최초의 세대, 역대 최악의 취업난, 부동산 등 자산가격 폭등, 코로나 등등. 현재를 수식하는 단어들이 꽤나 디스토피아적이다. 어떻게보면 imf 이후의 세기말 분위기와 묘하게 닮아 있다. 차이가 있다면 그땐 진짜 다 망할 줄 알고 더 미친놈처럼 놀고 망가지고 막 살았던 형 누나들이 있었으나 지금은 100세 시대 이렇게 쭉 오랫동안 불행하게 살아야 한다는 암울한 기대가 지배적이라는 점. 이러한 시대 분위기가 그들의 불안을 자극해 어딘가에 속하게, 그것도 다수에 속하고 싶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이처럼 진짜 특별해질 용기도, 욕망도 거세당해 이전 세대의 답습과 몰개성의 추종이 할 수 있는 전부인 세대, 이러한 세대를 무섭다고 선 긋고 적대시하는 분위기가 과연 옳을까. 나약한 내면을 감추려 오히려 위악적으로 보이려는 그들에게 일말의 죄책감과 이해에 대한 노력을 가지는 게 이전 세대들의 최소한의 책무 아닐까.
걍 누구 책꽂이에 꽂힌 90년대생이 onda를 보고, 얼마 전 아저씨들이 담배 피우면서 z세대들 개념없다고 한 말에 생각난 의견을 더듬어 써봤습니다. 까먹을까봐.걍까먹을 걸 그랬나...
*80년대생 m세대 대나무숲 오픈카톡방 https://open.kakao.com/o/gGRPHHJe (참여코드 1984)
**일단은 뒷담화 및 정보공유 추후 다양한 활동들을 해나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