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주의
뜨거운 감자, 아직 식지 않은 감자 재택근무.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역시도
이런 회사가 있는 반면
이런 회사가 있음.
일단 지난 해 1년 정도 재택을 했었다. 수년간 익숙해진 출근길 스트레스와 낯설어지는 아주 희귀하면서도 고마웠던 시간이었던 거 인정. 솔직히 3일간 샤워 안하기도, 근무시간 중에 깜빡 엎드려 낮잠 잔 적 있는 것도 인정. 항간에서 말하는 업무 공간이랑 분리가 안돼 힘들다. 소통이 불편하다 등 판에 박힌 단점이 가릴 수 없는 강력한 장점들이 즐비한 게 사실. 좋다. 너무 좋다.
하지만 다시 재택을 시작한다면? 솔직히 좀 고민이 될 거 같음. 내가 일반 팀원이었다면. 그것도 연락 한번 안하는 나같은 팀장 아래라면 가능 쌉가능. 근데 불행히도, 혹은 운 좋게도 난 중간 관리자로 나만 생각할 수 없는 입장이 되었다. 사장님 입장 말고 m세대 중간 관리자 입장에서 본 재택의 단점을 좀 써보자면.
1) 성과가 떨어진다
이건 자명하다. 일부 부서를 제외하고는 성과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왜냐. 재택경험자들에게 묻고 싶다. 가슴에 손을 얹고 사무실에서 만큼 업무에 몰입할 수 있었는지. 환경적인 이유건, 나처럼 띵가띵가 놀기 때문이었건 업무에 지장을 주는 다양한 문제는 필연적이다. 효율의 저하는 성과의 저하를 부른다. 특히나 나처럼 뭔가 새로운 걸 생각해야 하는, 정량적으로 체크하기 어려운 업무는 더더욱 그렇다.
이게 뭐라 말하긴 좀 그런데 확실히 기획의 질이 떨어지고, 이전과 달리 관련 분야에 대한 관심이 줄어 이야기하는 게 빈약해지는 티가 확 남. 본인들이 하고 싶어서 좋은 성과에 대한 욕심으로 뭔가를 하는 게 아닌 그냥 해야되는 거라 찾아보고 제출하고 업무 수행하는 느낌이 농후. 나부터도 그랬으니까. 그런 부분을 들추고 싶지 않고. 그냥 포기하고 만족하고 하 왜 그랬지...
2) 관계가 소원해진다
거리가 멀어지면 마음이 멀어진다 했나. 똑같다. 약간 롱디 느낌. 온라인이다보니 사소한 얘기는 안하고 넘어가게 되고. 또 매일 보는 얼굴을 안보다 보면 얼굴도 가물가물. 오랜만에 촬영장에서 만나면 어색어색. 이런 사이에 남는 건 사무적인 얘기뿐. 늘 얘기하지만 회사는 '같이' '일'하는 곳이다. 여기서 '같이' 부분이 휑하게 비다 보니 단순 기계적으로 일만 하게 됨. 회사생활에서 얻을 수 있는 정성적 요소가 사라지는 데에서 오는 일상의 활력, 재미가 줄어드는 건 덤. 사무실에서 졸다가 12시 점심시간에 친한 동료랑 나가 뭐 먹을지 고민하고 수다 떠는 거 솔직히 재밌지 않나요?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사람에게서 얻는 즐거움도 분명 있다고 생각.-물론 그 반대도 ㅇㅇ..-
3) 근태에 대한 개념이 모호해진다
얼마전 팀원a가 본인 감기라고 -코로나는 음성 떴다 함- 재택해도 되냐고 물어봄. 안된다고 했더니 실망한 기색. 그런데 우리 회사는 얼마 전 재택 종료 이후 코로나 감염 경우 제외 재택이라는 근무 형태가 아예 없다. 아픈 경우 연차 or 꾹 참고 출근이라는 두가지 경우의 수 뿐인데 재택을 경험한 이들은 또 다른 선택안이 되어 버림. 그냥 시켜주지 왜? 라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는 듯. 이런 부분을, 나에겐 너무 당연한 부분을 설득하는 데에서 오는 현타 솔직히 무시 못함. 그들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나 역시 사회생활의 시작을 재택과 함께 했다면 그렇게 생각했을 듯 하다.
다른 팀원b에게 팀원 a가 저랬다고 하니 걍 시켜주지 왜 그랬냐며. 학교에서도 조퇴 시켜주지 않냐고. 괜히 말함. 됐다 됐어..
뭐 대충 이렇게 세가지가 생각나는데.
사실 나도 몇 년 전 회사에서 재택 논의가 있을 때 필사적으로 반대하는 부장님+다른 상사들을 보며 역시 꼰대들은 절레절레.. 하는 마음을 가졌다. 하지만 실제 관리자로서 재택을 일정 기간 경험해보며 단편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임을 깨달았다. 재택하면 회사 망한다고 생각하는 그분들과 반대하는 이유는 다르나 암튼 z 입장에서는 비슷한 꼰대가 돼버림.
암튼 나같은 경우 매일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는 포지션임에도 적극적으로 출근하려고 애쓴다. 핵심은 직원들과의 스몰톡. 정기적인, 각 잡고 진행하는 회의가 아닌 커피, 식사를 하며 자연스럽게 나누는 일상 대화 소재 속에서 생각지도 못한 기획들이 떠오르고, 온라인으로 굳이 말 걸어 이야기 어려운 팀원들이 고충도 한결 듣기 편해졌다.
물론 팀원들에겐 고역일 수 있다. 아무리 편하게 해준다 해도 그들에겐 내가 상사니까. 그래도 뭐 별 수 있나. 회사는 직원의 즐거움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게 아니니. 결국 나도 어쩔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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