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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 Dec 08. 2020

좋아하는 일은 어떻게 찾는 거예요?

꼭 내가 해야만 하는 일

  7년간의 유학 생활을 끝으로, 한국에 돌아온 나는 온전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일을 하고, 내 앞날을 설계하고 개척해 나가야 했다. 운이 좋은 이들은 처음 시작한 일들이 자신의 적성에 잘 맞아서 계획대로 그 분야에서 탄탄대로를 걸으며 성장해 나가기도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처음 일하게 되었던 첫 직장은 디자인 업체였는데 적성이고 뭐고 삼시 세 끼만 잘 챙겨 먹고 건강만 유지하면 다행인 근무 환경이었다. 무슨 일이든 처음엔 밑바닥부터 시작한다지만 이건 뉴질랜드에서 인턴으로 근무할 때가 그리울 정도였다. 첫 직장을 실패로 다음 직장, 그다음 직장에서도 나는 실패였다. 


  그 후로 나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는 일, 아이들을 위한 전시를 기획하는 일, 교재를 만드는 일 등을 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 다양한 직업을 가져보았지만 어느 하나 제대로 성공한 것이 없었다. 이것이 과연 내가 정말 아이들을 위해서 하는 일인지 의구심이 들었다. 늘 이것저것을 시도하다 보니 주위에서는 끈기가 없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들었다. 좋아하는 일을 찾기 위해 당연히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정말 내가 잘못된 것인가를 생각하게 될 정도로 사회에서 나에게 요구하는 것은 내가 생각하는 것과 많이 달랐다. 좋아하는 일을 이것저것 시도해 보고 매번 바꾸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는 다소 끈기 없고 가벼운 태도를 가진 사람으로 취급받을 수 있는 일이었다. 내가 마음이 강철같이 단단한 사람이었다면 그런 말 따위에 흔들리지 않았을 테지만 나는 마음이 너무 여려서 나에게는 크나큰 시련이었다. 나는 그런 분위기 속에 휩쓸려 방황하고 있었고, 내가 시도하는 모든 일은 어딘가 모르게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늘 애써야 했고, 몸이 힘들 정도로 노력을 쏟아부어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노력한 만큼 나에게 충분한 보상은 돌아오지 않았다. 노력한 만큼 성공해야 하는데 왜 나는 그렇지 못한 것인가를 생각하면 앞길이 막막하기만 했다. 내가 시도해 보았던 모든 일은 나의 모든 에너지를 소진시키게 했고, 나는 그것을 해내기 위해 항상 애를 쓰며 내가 가진 모든 열정을 불태워야 했다. 그렇게 해도 될까 말까 한 것이었다.


  다들 이렇게 성취하면서 산단 말인가? 나를 제외한 모두가 강철 멘탈을 가지고 살고 있는 것 같았다. 힘들다는 소리를 하면 너보다 힘든 사람이 세상에 더 많다든지, 대한민국의 네 나이 또래 아이들은 다들 그렇게 열심히 살더라 하는 대답만 돌아올 뿐이었다. 그 어느 누구도 나한테 그렇게 애쓰면서 살지 않아도 나 자체로 온전하다는 말을 해주지 않았다. 내가 정말 애쓰고 노력하지 않고 살면서 미래에 대한 아무 계획 없이 허송세월을 보내다 불안한 앞날을 보낼까봐 나를 위해서 침묵했던 것일까? 그건 아마도 자신을 희생을 해야지만 조금 더 편안한 미래를 보장받는다고 생각하며 사는 것이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당연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겐 그렇게 애쓰지 않고 하루를 즐겁게, 여유롭게 보내며 살라는 말이 방황하고 있던 나에게는 너무나도 필요했다. 그렇게 스스로를 혹사시켜가면서 성공을 쫓는 것은 정답이 아니라는 그 말이 그토록 간절했다.


  내 마음이 바닥을 치고 나서야 깨달았다. 세상에서 무언가를 가져가려 하기 전에 스스로가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라는 의미를 말이다. 그것은 진정으로 나 아니면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내 영혼이 좋아하는 일이였다. 머리로만 이해했던 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면서 나는 그 수많은 시간 동안 무엇을 위해 방황하였는지, 도대체 무엇을 세상에 주기 위한 것이었는지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의도했던 바는 아니지만 다행히도 내가 이제껏 시도해왔던 다양한 일들은 모두 교육이라는 분야 안에 있었다. 분명 나는 교육해야 하는데, 도대체 무엇을 교육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달려왔다. 나는 영어를 좋아했고 그나마 잘할 수 있는 것이었기 때문에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쳐 보았으나 뭔가 모르게 불편함을 느꼈다. 영어교육을 연구하면서 내가 깨닫게 된 사실은 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서는 안 되겠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에게 나보다 영어를 더 잘 가르쳐줄 수 있는 훌륭하고 뛰어난 선생님들이 너무도 많았고, 내가 그들보다 아이들에게 더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내가 그 누구보다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아이들이 그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을 어떻게 알려주어야 할지는 구체적으로 알 수 없었지만, 그 일을 내가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내 마음속에서 반발심이 생겼다. 교육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스타트업을 포기했을 때,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것을 포기했을 때도 생기지 않던 감정이었다. 영어를 배우는 것은 내 목표를 성취하는 것에 있어서 중요했지만, 그것이 내가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해 우선시 되는 것이 아니었다. 영어를 배우기 이전에 내 마음을 보살피는 법을 누군가가 알려줬다면 나는 이렇게 먼 길을 둘러오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내가 경험한 것을 또 다른 아이들이 경험하지 않도록, 안내해 주는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옳은 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영어는 나에게 그랬듯이 아이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이 영어가 아니라, 다른 것일지라도 말이다. 


  그 누구도 아닌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은 후에 나는 알 수 있었다. 내가 그 오랜 시간 동안 무엇을 위해 방황하였는지, 무엇을 세상에 주기 위한 것이었는지를 말이다. 내 안에 머무는 생각들, 감정들을 글로 써 내려가는 것이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은 내가 손만 뻗으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매 순간 애써가며 시작할 필요도 없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 무엇이든 내 안에 있는 것들을 끄집어내어 글로 쓰면 쓸수록 난 그것으로 인해 위안을 받고 더 성장해나갈 수 있었다. 내가 그렇게 힘든 시간을 겪어왔던 것은 분명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 생각을 하는 청춘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건네줄 수도 있는, 그것이야말로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내가 얼마나 글을 매끄럽게 잘 쓰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누구나 다 부족하지만 진정으로 원하는 일이라면 실력을 쌓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방식대로 하고 싶은 것을 찾아 살아가지만, 때로는 나와 같이 많이 방황했고 아직도 방황하고 있는 청춘들이 있다면 자신을 힘들게만 하는 일이 정말 자신이 원하는 일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면 좋겠다.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라 더 성장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지금 너무 힘들다면, 지금 이 시간 또한 나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해 주는 소중한 경험일 것이다. 방황했던 시간 또한 나의 길을 찾기 위한 과정 중에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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