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잠에서 깨듯이
매년 봄,
나는 마치 계절을 처음 맞이하는 것 마냥 마음이 혼곤하다.
먼 계절이 기어이 왔구나.
봄은 몸을 부풀리고 사방에서 움터온다.
나는 늦게까지 코트를 여미다가
벚나무가 바람에 휘날리면,
어느 늦은 봄비에 무수한 녹음만 남으면
그제서야 산통을 느끼며 겨울의 마디를 움직인다.
한 해는 너무도 빠른데,
나는 어째서 멈춰있는지.
더 먼 발치에서 바라본 나는
왜 예전과 같지 않은 건지.
소중한 마음은 허무와 탄식과 함께 쌓여왔다고,
두엄이 뒤섞인 땅은 향을 피워올린다고,
이봄의 새순은 어느 낮의 낙엽이며 어느 밤의 흙이라고.
뱀눈의 비늘이 벗겨지듯,
마른 겹을 벗어내고
나는
늦은 잠에서 깨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