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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ehwa Lee Jul 04. 2018

[한 모금]  목을 축이며 드는 생각

여름메 맞이하는 마침들

얼마전, 근 일년 간 해오던 일을 마쳤다. 

마지막 날, 함께 근무하던 사람들과 함께 점심으로 중국집에서 유산슬과 꿔바로우 같은 요리를 시켜먹고 사무실에 돌아왔다. 목요일이었고, 한주가 다 지나가가는 터에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아마 다음주 평일에도 집에 있다면 그제서야 일을 그만둔 게 실감이 나겠지. 


시원섭섭한 마음으로 이를 닦고 돌아오니, 수박을 케이크 모양으로 잘라 초를 꽂고 사람들이 둘러 앉아있었다. 어색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촛불을 불자, 사람들이 편지와 선물을 내밀었다. 고맙고 당황스러워 '수박을 언제 이렇게 이쁘게 잘랐어요?' 라는 실없는 말이나 던지며 선물을 받아들었다. 


나는 참 감정을 내비치는 것을 어색해 한다. 베풀어주는 것을 받았을때의 고마움에는 더더욱 안절부절이고 말이다. 친한사이에서는 그나마 능글대며 눙치는 말에 장난을 조금 섞어 표현한다지만 그외의 모든관계에서 나는 아주 뻣뻣하리만치 쭈뼛대거나, 무덤덤해하고는 했다. 그래서 또 뱉은 말이 고작, '너무 고마운데, 고마워서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네요'였다. 아무말 않는 내가 아무렇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조금이라도 설명해 주고 싶었다.


정말 이상하게도 말을 꺼내고 나니 눈물이 핑 돌았다. 선물을 하나씩 풀어보라고 재촉하는 터에 의도치 않게 모두들 보는 앞에서 선물 개봉식을 가졌는데, 정말 그간의 나를 생각하고 준 선물들이구나 싶어서 코끝이 짠했다. 커피원두와 모카포트는 아침점심으로 열심히 커피를 내려먹는 내 모습을 보고 고른 선물일 테고, 향 역시 그럴테다. 심지어 (웃기게도) 위가 자주 아픈 내모습을 보고 양배추 위장약을 포장해준 사람도 있었고. 앞으로 나아갈 곳에서 좋은 일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명함케이스와 만년필을 선물해주신 분도 있었다. 모든 선물에 나의 조각과 앞으로의 행운을 깃드는 마음이 깃들어 있어서 막상 그마음이 한꺼번에 다가오니 주책맞게 눈물이날뻔 했다. 


그리고 오늘은, 역시 일년이 좀 안되게 지속해 온 <한 술, 한 모금, 한잠> 이 끝을 맺는 날이다. 일주일 새 짧지 않게 지속해 온 일들을 하나씩 매듭을 지으려니 참으로 시원섭섭하다. 원체 원대한 목표와는 거리가 멀어서 일상에서의 조각들을 조금이라도 기록하고 또, 그것들을 습관으로 만드려 시작했던 매거진이었지만 우선은 오늘을 마지막 삼아 마무리를 지으려 한다. 섭섭한 마음은 이것을 지속해온 스스로가 만족할만큼의 무언가를 쏟았을까 하는 의구심에서 비롯된 것일테고, 시원한 마음은 어쨌든간에 함께 해온 약속들이 무탈하게 한텀이 끝났다는 데에서 온 것일 테다. 


끝을 새로운 시작 삼아 다음을 기약할수 있기를, 그리고 그때까지 작게나마 지켜온 것들이 무너지지 않기를 바라는 작은 마음을 담아, 오늘의 안녕을 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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