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향한 신뢰의 힘

나보다 더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에 대한 감사를 담아..

by 초이

신뢰를 말하기에 앞서 나에 대해 생각해 본다면, 나는 믿음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크게 관계없는 사람이 콩을 콩이라 말해도 의심부터 해본다. 전문가에게 무언가를 배울 때도 가끔 이 사람이 제대로 된 전문가인지 의심을 한다. 그렇게 전문가를 다 믿다가 나만 오답을 정답이라고 믿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덮어놓고 의심부터 날린다. 그런 나에게 나보다 더 신뢰를 보여주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가끔 그 사람들이 나를 왜 신뢰하는지 궁금하다. 나는 이기적이고 못된 면이 많은데도 그런 나를 알면서도 왜 믿고 있단 말인가. 나는 사실 나조차도 항상 의심하고 사는데 말이다.






첫 직장에 막 입사했을 시절, 나는 전문성이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작업자였다. 손은 느리고, 내가 실수할까 봐 겁이 나서 혼자 할 때마다 당황해서 뚝딱거리기 일 수였다. 그런 내가 나름대로 열심히 한다 한들 경력이 훨씬 더 긴 광고주들에게 내가 하는 퍼포먼스가 우스웠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 시절 나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여준 광고주도 있었다. 어쩌다가 내가 오타를 발견한다거나, 내가 한 디자인이 한 번 마음에 들었다는 이유로 1년 차도 안된 나를 나보다도 더 믿어주었다. 그 신뢰 때문인지 나는 그분이 속한 팀과 일할 때에는 실수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결과도 항상 좋았다. 그때부터 나를 향한 타인의 신뢰가 나를 더 발전시킨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나조차도 의심하는 나의 실력을 굳건히 믿어주던 그들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주었다.







사회에서 힘들거나, 스스로 한계를 깨지 못했던 순간은 누구에게나 있다. 나에게도 그런 순간들이 이따금씩 찾아온다. 스스로가 한심할 정도로 외부 상황에 적응하지 못할 때나, 계속 이직을 반복해야만 했던 시기가 있었다. 나는 멘탈이 강하다고 다스려보아도 내 한계와 맞닿게 될 때마다 좌절감을 느꼈다. 나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치고 있던 때, 내 친구들은 나를 믿어준다. 내가 한 결정이 최선이라고 말해준다. 나조차 내 잘못이라고 생각하는데 무엇을 보고 나의 선택을 칭찬한단 말인가? 하지만 그들의 눈빛에는 나에 대한 신뢰로 가득하다. 그 말을 부정할 수 없을 만큼 눈빛으로 말해주고 있다. 그 신뢰에 나는 다시 내 궤도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들의 눈에 비친 나는 내 생각보다 믿음직한 사람이었다. 그 믿음이 또 나를 존재하게 해 주었다.







지금도 여전히 신뢰는 나를 성장시켜 준다. 독서를 좋아해서 모인 사람들이 있다. 좋아하는 것에는 항상 열정이 넘치지만 능력이 좋거나 잘한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단지 취미니까 열정만으로도 굴러갈 수 있어서 잘하지 못해도 괜찮다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주도하는 모임에 항상 나를 믿고 나와주시는 분들이 있다. 먼 곳에서 그 모임만을 참석하기 위해 와주시는 분, 어떤 책인지도 중요하지 않다며 그냥 나를 보고 나와주신다는 분들이 있다. 한 번은 장난으로 그분이 좋아하지 않는 장르를 해도 올 거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한치에 망설임도 없이 그러겠노라 대답해 준다. 크게 티를 내지는 못했지만 지금까지도 그 대답이 나를 감동시키고 있다. 농담을 섞어가며 본인의 출장과 나와 하는 모임이 겹치게 된다면 출장을 취소하겠다고 말해준다. 그 무한한 신뢰에 나는 더 잘하겠노라 다짐한다.








이렇게 큰 신뢰를 받으면서, 내게서 받아가는 것도 없다. 그런데도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 덕분에 나태할 틈이 없다. 그들의 신뢰만큼은 성장해야 한다. 그들이 보여준 마음만큼 행복해야 한다. 그리고 그 성장과 행복으로 그들에게 더 많은 기쁨을 주겠다 다짐한다. 내 인생에 많은 이들의 신뢰를 만난 건 크나 큰 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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