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운동치 극복기
학창 시절 내내 가장 싫어하는 과목 1순위는 바뀐 적이 없었다. 가장 못하기도 하고, 가장 두렵기도 했던 체육이다. 태어나길 약골에다가, 뻣뻣한 몸뚱어리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어떤 운동도 잘할 수 없었다. 누구나 다 타는 자전거도 잘 못 탔고, 뜀틀, 앞 구르기 등등 체육시간에 기초적으로 배우는 모든 종목에는 잘하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소심했던 성격 탓에 반 친구들 앞에서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두려웠다. 그래서 연습하라고 주어진 시간에도 딴짓하며 보냈고, 시험에는 불참한 적도 있었다. 학교를 벗어나면서 가장 좋았던 이유는 더 이상 체육을 안 해도 되기 때문인 것도 있었다.
20대가 되면서 운동과는 담을 쌓았다. 운동을 하는 시간에 잘하는 것을 하는 게 더 이득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숨쉬기 운동만 했을 뿐, 걷는 것도 즐기지 않았다. 그렇게 차근차근 나 자신을 저질체력으로 가꾸어 놓는 데 성공했다. 여행이 취미였지만, 여행지에서 밤만 되면 지쳐 쓰러져 있거나, 길거리에 주저앉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유럽여행을 갔을 때 노을을 꼭 봐야 한다는 친구의 주도 하에 언덕을 오른 적이 있었다. 숨이 차서 죽을 것 같고, 온몸이 후들후들 떨렸다. 그런 나를 돌아보며 못한다고 외면할 수 없는 존재가 바로 운동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돌아와서 시도했던 운동들은 다양했다. 요가를 꾸준히 했고, 필라테스도 잠깐 했었다. 다행히 요가를 통해서 뻣뻣했던 내 몸에 살짝 윤활유를 뿌려주었다. 그렇지만 한 번 안 가게 되면 꾸준히 안 가고 게을러지게 됐다. 그렇게 건성이지만, 몸을 쓴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었을 즘, 인생의 변곡점이 하나 생겼다. 호텔에 호캉스를 즐기겠다고 갔던 수영장에서 한 할머니를 보게 됐다. 멋지게 강습용 수영복을 입고 입수하여 열심히 수영을 하는 모습. 충격적으로 멋있었다. 나의 노년도 저렇게 수영복을 입고 호텔에서 유유자적 수영을 하는 할머니의 모습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미 초등학교 때 잠깐 수영을 배웠던 적이 있다. 그때도 잘 못했기 때문에 금방 시들어서 배운 걸 잘 써먹지도 않았었다. 그 기억에 막연한 두려움이 생겨 물에 뜨는 법도 잊었다. 하지만 나는 멋진 할머니로 살기 위해 그 두려움을 극복하고 수영을 등록했다. 그런데 그 수영장은 종합센터로 헬스장을 함께 운영하고 있었다. 그래서 수영 회원에게도 무료로 PT를 2번 제공해 준다고 연락이 왔다. 그게 무엇인지도 모르고 무료라는 말에 대뜸 약속을 잡아 진행했다. 그런데 충격적일 정도로 내 몸에 알이 배겼다. 가격이 너무 비싸서 절대 하지 않겠다던 나의 다짐은 3주간 앓았던 근육통으로 인해 산산이 무너졌다. 나는 그렇게 헬스의 늪에 빠졌다.
웨이트와 수영을 동시에 배우면서, 하루에 운동 2개를 했다. 주말도 운동에 매진했고 내 모든 사고는 운동에 집중되었다. 물론 천성이 몸치인지라 시작부터 뚝딱거리긴 했다. 그런데 그런 나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과 싸우면서 잘하려는 마음보다는 매일 열심히 하자는 마음으로 임했다. 시간이 흐르니 남들만큼은 하게 됐다. 그리고 더 시간이 흐르니 남들보다 조금 더 잘하는 사람이 되었다. 5년이 지나 지금은 어디 가서 체력으로 뒤처지지 않는 사람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지금은 새롭게 킥복싱을 시작했다. 타고나기를 겁이 많은 사람이라 무엇이 내 눈앞을 스치면 겁을 먹기 바쁜 나에게 킥복싱은 큰 도전이었다. 나는 처음 배우는 운동에 잘할 수 없는 몸을 가졌기 때문에 잘할 것이란 기대는 애초에 없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동안 키워왔던 기초 체력을 바탕으로 생각보다 수월하게 힘든 운동을 다 끝낼 수 있었다. 헬스와 킥복싱을 동시에 배우는 데도 집에 와서 다른 취미생활을 할 정도의 체력이 남아 있었다. 모두들 나에게 대단하다고, 기초 체력이 어마어마하다고 말해준다. 그러나 나는 타고나기를 약골이었으니 이 눈부신 발전은 완전히 나의 노력이라고 자랑할 수 있다.
세상에서 내가 가장 못하는 것을 극복하려면 남과 나를 비교하면 안 된다. 그냥 과거의 나, 그리고 어제의 나를 보며 조금 더 성장한 나를 기뻐하면서 앞으로 나가면 된다. 가진 체력, 가진 운동 능력이 떨어지면 어떤가. 결국 노력은 나에게 자신감으로 보답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