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에서의 3박 4일(1)

타이베이 여행기

by 초이

이 여행은 나의 세 번째 타이베이 방문이다. 첫 방문은 2013년 9월 18일이었는데, 세 번째인 오늘은 2023년 9월 16일이다. 딱 10년 만에 내 첫 해외여행지를 돌아오니, 감회가 남달랐다. 아무것도 모르던 그 시절의 방문은 모든 걸 대만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다녔다면, 스마트해진 지금은 알아서 척척 돌아다니고 있으니 말이다.

타이베이의 골목


우리의 시작은 참으로 딱 들어맞았다. 친구가 일이 있어 약속 시간보다 조금 늦었다. 셀프체크인이 불가능한 티켓이라 창구가 열리길 하염없이 기다렸는데 친구의 도착과 함께 창구도 열렸다. 타이밍이 딱 들어맞아서 신기했다. 김포공항에서 해외를 나가는 건 처음이었는데, 규모가 작고 사람도 적어서 기내 수화물 검사와 수속을 빠르게 마쳤다. 비행기를 탔는데 우리 옆자리가 비어있어서 소소하게 기분이 좋았다.




짧은 비행을 끝내고 타이베이 송산공항에 내렸다. 출발하기 전에 미리 e-gate 등록을 했는데 그 게이트로 통과가 안 됐다. 찾아보니 신체정보 등록을 해야 하는데 그게 어딘지 찾기가 어려웠다. 귀찮아진 우리는 그냥 이미그레이션 줄에 서자고 합의를 보았다. 그런데 앞에 서있던 분들이 “메이요~”라는 말과 함께 쫓겨났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게이트 옆이 막혀있어서 우리도 쫓겨나는 건 아닌가 고민했는데 알고 보니 우리가 서있던 곳이 e-gate 등록하는 줄이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선 줄이 뜻밖에 더 이득이 되어버린 셈이었다. 생각 없이 한 행동이 이렇게 행운을 안겨다 주는 것이 아주 마음에 쏙 들었다.



수속을 마치고 나오니 이미 짐은 나와있었고, 드디어 밖으로 나왔다. 우리가 공항에서 해야 할 미션이 있었다. 그 첫 번째는 유심 예약한 곳을 찾아 갈아 끼는 일이다. 이 미션은 비교적 손쉽게 마무리했다. 두 번째는 여행 지원금 럭키 드로우이다. 미리 등록하고 와서 qr코드를 찍고 화면에 뜨는 동전을 터치하면 당첨 여부를 알 수 있다고 했다. 찾자마자 후다닥 시도했는데, 세상에나 당첨이 된 것이다. 사실 광탈당할 걸 예상했기에 기뻐서 펄쩍거리며 당첨금이 담긴 이지카드를 수령했다. 한국 돈으로 약 20만원 상당의 금액이 들어있었다. 놀라운 건 같이 간 친구도 당첨이 됐다는 점이다. 둘 다 당첨되는 상황은 상상치 못한 일이라 입이 귀에 걸렸다. 한 명만 돼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둘 다 당첨되다니!


당첨된 이지카드!



마지막은 atm을 찾아 트래블월렛에 환전해 둔 돈을 뽑는 일이다. 초록나무 은행 atm이 없어 찾아다녔는데, 알고 보니 다른 은행에서 뽑아도 상관이 없다고 해서 맨 처음에 찾았던 곳으로 가서 뽑았다. 이렇게 우리는 공항의 미션을 완료했다.



체력을 아끼기 위해 으른이 된 우리는 택시를 타기로 결정했다. 우버를 열어 택시를 부르는데 2번 주차장으로 오라고 했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오후라 땀이 주룩주룩 흘렀고, 한참을 헤매다가 드디어 기사님을 만나 에어컨 세례를 받으며 호텔로 갈 수 있었다. 차 안에서 우리가 만난 여러 행운에 대한 수다를 떨었다. 여행 시작에 이렇게 많은 행운을 만난 건 이 여행이 얼마나 행복할지 보여주는 이정표 같았다.




호텔에 도착해 짐을 놓고 배를 채우기 위해 춘수당이라는 곳을 갔다. 춘수당은 버블티도 팔면서 식사 메뉴를 파는 곳이다. 우리는 버블티와 우육면, 공부면을 시켰다. 우육면은 종종 먹어봤지만, 공부면은 처음 접했는데 비주얼은 그닥 맛있지 않게 생겼다. 기대하지 않고 한 입 먹었는데 맛이 기가 막혔다. 간도 적당하고 면도 탱탱하고 갈아져 있는 고기도 맛있었다. 배고팠던 지라 음식을 때려 넣었다. 맛있게 때려 넣어서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디화제 거리를 갔다. 타이베이를 오면서 처음 간 곳이기에 기대를 했지만 특별한 점은 찾지 못했다. 사진 몇 장 찍고 야경을 보러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가 22분 남았다고 하는데 그동안 버스들이 다 시간이 안 맞아서 아니겠거니 했는데 하필 이것만 딱 맞았던 건 왜일까? 하염없이 기다려서 탔다.

춘수당 메뉴!


우리가 가려는 곳은 샹산이라는 곳이다. 야경을 보기에 좋은 곳이지만, 어두워지면 불빛도 없고 무섭다는 소리에 해가 떨어지기 전에 올라가려고 했다. 샹산 역에서 택시를 타고 올라가서 거기서 조금만 걸어 올라가면 된다는 후기를 보고, 엄청난 으른인 우리는 또 체력을 돈으로 살 계획을 세웠다. 택시를 부르는 데 너무 안 잡혀서 20분 정도를 기다려 탔다. 그런데 기사님이 가는 루트를 보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더니 영어와 중국어를 섞어서 뭐라고 하는데 당황한 우리는 아무 말도 안 들렸다. 계속 듣다 보니 여기 운전하기 어려운 길이고 가면 다른 승객을 태울 수 없다는 말은 들렸다. 그리고 계속 망산이라고 하는 것만 들렸다. 돈을 더 달라는 거 같았는데 확실하지 않아 계속 물음표만 띄웠더니 그냥 내려주었다. 갑자기 당한 하차 공격에 기분이 상했다. 그 자리에서 다른 택시를 부르면서 망산이 무엇이었을지 유추했지만 알아내진 못했다. (후에 망산의 의미를 찾게 된다.)



베스트 드라이버 기사님이 잡혀 목적지에 잘 도착했다. 감사한 마음에 팁을 날리고 내렸다. 내린 곳은 웬 이상한 사원이 있는데 시간이 지체되는 바람에 해가 이미 없었고, 불빛이 없어 살짝 보이는 그 사원은 너무 무서웠다. 뒤에 남자 무리가 쫓아오고 앞은 어두워서 잔뜩 긴장하며 올라갔다. 다행히 별일 없이 체력만 소진시켜서 올라가는 데 성공했다. 그곳에서 보는 타이베이 시내는 아름다웠다. 101 빌딩 꼭대기에서 보는 것보다 예뻤다. 왜냐하면 101 빌딩에서 보는 야경엔 101 빌딩이 없으니까!

샹산에 올라 보는 야경



올라갈 땐 택시로 올라갔지만, 내려오는 건 내 다리로 내려와야 하는데 길이 험해서 긴장을 바짝 하고 내려왔다. 그 길로 등산하는 분들을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만 들었다. 겨우겨우 내려오니 친구의 다리는 더 이상 걷기를 거부하고 있었다. 다급히 택시를 불러 식당으로 향했다. 그러나 뜻밖에 웨이팅 지옥에서 그냥 그 식당을 포기했다. 시간도 아깝고 기다리다 쫓겨날 것 같은 순번이었기 때문이다. 그다음 일정인 pub에 가서 그냥 메뉴를 많이 시키기로 했다.



우리가 가기로 한 pub은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은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대만 현지인들이 가득했다. 한 귀퉁이에 앉아서 칵테일과 메뉴를 시켰는데 메뉴를 빨리 나왔으나 술안주 특성상 간이 세고, 칵테일은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나씩 나왔다. 그래도 분위기 좋고 오랜만에 둘이 해외에서 술을 먹으니 기분이 좋고, 평화로웠다. 술을 더 마시고 싶었지만 슬로드링크 칵테일 덕분에 강제로 자제할 수 있었다.

맛있었던 칵테일


내일의 일정을 위해 숙소로 돌아와 꿀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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