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 여행기
타이베이에 오면 꼭 사야 할 것들이 있다. 가장 유명한 것은 펑리수이지만, 가장 구하기 빡센 놈은 “라뜰리에 루터스”의 누가 크래커이다. 예전에는 뭐가 유명한지 안 따지고 아무거나 집어서 사갔는데, 왠지 이번엔 저놈을 꼭 잡아가고 싶었다. 그래서 아침에 일찍 가보았다. 오전 10시에 도착했는데 이미 품절됐다는 말만 전해 들었다. 오기가 생겨 내일 아침엔 오픈런을 해야겠다 마음먹었다.
그 근처에는 대만에서 사가야 하는 것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세인트 피터스의 커피맛 누가 크래커와 썬메리 펑리수는 꼭 사야 할 목록에 놓여 있었다. 그것들을 바리바리 사다 보니 어느덧 양손 가득 짐이 들려있었다. 미리 챙겨간 나이키 리유저블백에 담아 어깨에 메고 가져오길 잘했다며 스스로 칭찬을 했다. 그 와중에 그 근처에 총좌빙을 파는 맛집이 있어 그거까지 들고 길빵(?)을 시전 했다. 총좌빙은 얇은 피를 부쳐 그 안에 치즈, 햄 등을 넣고 말아서 주는 것으로 또띠아와 토스트를 합쳐놓은 느낌이다. 맛있게 먹다가 함께 들어간 잎채소의 맛에 당황했다. 향신료와 친하지 못한 입맛에 그 채소는 거부감이 일었다. 굳이 굳이 빼고 먹으며 이게 무엇이든 다음에 빼고 먹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아직도 그게 무슨 풀이었는지는 모르겠다.
화려한 아침 쇼핑을 마치고 단수이로 향했다. 우리 숙소는 동먼역 근처였는데 mrt를 타고 쭉 가면 단수이역에 내린다고 하여 창밖을 보며 시내구경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베이터우역에 멈춰서 한참을 움직이지 않는 것에 수상함을 느껴 두리번거리다가 검색해 보니 순환열차가 존재하고 그것은 다시 동먼역으로 향하니 갈아타야 한다고 했다. 그걸 보고 아차 싶어 내다보니 이미 열차가 출발했다. 나의 다급함에 놀라 자다 깬 친구한테 이 사실을 말하니, 알고 있었는데 까먹고 있었다고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역이자 이전역에 도착해서 부랴부랴 내려 열차를 바꿔 탔다. 그렇게 우여곡절을 겪고 단수이에 내렸다.
단수이에는 유명한 것들이 있다. 소백궁, 홍마오청 그리고 진리대학이다. 소백궁과 홍마오청은 원래 입장료가 있는데, 우리가 방문한 날은 고택을 기념하는 날인지 무료입장이라고 했다. 신기했다. 아무것도 모른 채 방문했는데 운이 너무 좋았다. 마지막 방문 장소가 홍마오청이었는데 모든 관광객이 이곳에 모여있는 느낌이었다. 그들에게 기가 빨려 체력이 너덜 해진 우리는 지쳐서 휘청거리며 시원한 곳을 찾아 헤매다가 한 밥집을 찾아서 왔다. 웨이팅이 있어서 알 수 있었지만, 굉장히 유명한 곳이었다. 그곳에서 스테이크와 피자, 음료를 시켜서 먹었다. 음료가 굉장히 화려하게 나오는 편인데 실용성은 없어 보였다. 우리의 체력을 보충하고 보니 해질녘이 다 되었다. 해가 지는 풍경을 마지막으로, 다시 타이베이 시내로 돌아왔다.
밤에는 쓰린 야시장으로 향했다. 타이베이에 올 때마다 방문한 곳이지만 참으로 갈 때마다 지치는 곳이다. 많은 사람들과 오만가지 냄새, 특히 취두부 냄새에 너덜거려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러 가지 소품이 있기에 구경할만한 곳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코로나 시국을 거쳐 소품샵은 사라지고, 게임하는 곳과 옷가게만 즐비했다. 예전 그 느낌이 사라져서 아쉬웠다. 그나마 볼거리는 왕자감자 사장님의 현란한 손재간이었다. 재빠르게 포장하는 솜씨와 떨어진 재료를 채우는 속도. 보지도 않고 한국인인 우리를 알아보고 한국말로 포장할 거냐고 물어보는 센스까지! 제일 재밌는 포인트였다.
왕자감자와 케이블 타이만 겨우 사서 호텔 근처로 왔다. 발마사지를 받으려고 들어갔는데 오늘은 예약이 가득 차서 밤 11시 넘어야 있다고 했다. 다시 나올 체력이 없어 내일을 기약하고, 과일을 사서 들어왔다. 다양한 과일들이 신기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지만, 두리안 냄새 공격으로 인해 심난했다.
숙소로 돌아와 한국에서 가져온 라면과 시장에서 산 감자, 과일 등을 펼쳐서 맥주와 함께 먹었는데 모든 게 맛있었다. 예전에 방문했을 때 감자는 내 취향이 아니었는데 신기하게도 치즈를 따로 포장해서 치즈 없이 먹으니 너무나도 맛있었다. 과일은 먹는 것마다 맛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비록 옴짝달싹하기 어려울 만큼 피곤했지만, 달콤한 과일로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