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 여행기
어제 무리를 해서인지 친구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우리는 어제 놓친 “라뜰리에 루터스” 누가 크래커는 사야만 했다. 마치 그걸 위해 타이베이에 온 사람들처럼. 8시에 번호표를 준다는 말에 나름 새벽부터 일어나 준비를 하고 나왔다. 부지런한 사람들은 이미 줄을 서있었다. 줄을 이룬 사람들은 대부분이 한국인이었다. 부지런한 한국인들.
8시에 나눠준다던 번호표는 소식이 없다. 사실 번호표에 대한 불만들이 많았다. 우리나라처럼 번호 순서대로 들여보내는 것이 아니라, 그 표식을 소지한 사람들을 줄 서있는 순서로 입장시키는 이상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방법을 바꿔 8시 반부터 줄 서있는 순서로 입장시켰다. 번호표를 나눠줄 때는 9시에 입장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그나마 빠른 입장 때문에 화가 나진 않았다. 9시 넘어서 우리 차례가 왔고, 기다린 만큼 뽕뽑고 싶은 이상한 심리에 당해서 최대 개수인 10개를 사버렸다.이고 지고 매고 엉금엉금 걸었다. 어제 커피맛 누가 크래커를 사다가 곁들여 산 우롱차맛이 생각보다 맛있어서 그걸 추가로 더 샀다.
오늘은 숙소를 이동하는 날이라,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짐을 싸서 숙소에 맡겼다. 어제 못한 발마사지를 받기 위해 마사지샵을 재방문했는데, 이 아침부터 예약이 꽉 찼단다. 예약을 걸고 그 근처에서 망고빙수를 먹기로 했다. 그런데 우리가 월요일이라 얕본 걸까? 줄이 너무 길어서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빙수고 뭐고 시원한 아메리카노나 먹겠다고 카페를 찾아다녔는데, 찾는 것마다 굳게 닫혀있었다. 겨우 들어간 카페는 브런치 카페였는데 눈치가 보였지만 음료만 시켜도 된다고 해서 그냥 앉았다.
내 여행을 기념하는 작은 이벤트가 있는데 여행지에서 마그네틱을 사는 일이다. 이번에도 방문하는 곳마다 눈여겨봤지만, 그동안 샀던 느낌에서 탈피하고 싶지만 다 비슷해 보였다. 융캉제에는 아기자기한 소품샵이 많다고 해서 들려보기로 했다. 제법 귀여운 자석이 많았지만 현금이 어색한 나는 동전을 거슬러 받는 게 귀찮아서 망설이다가 나왔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이지카드 사용처였다. 반가운 마음에 한달음에 달려가 그 마그네틱을 손에 쥐고, 열린 마음으로 다시 한번 돌아보며 팝업 형식의 엽서도 같이 구매했다. 다시 생각해도 이지카드 당첨된 것은 축복받은 일이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발마사지 예약시간이 다가왔다. 발마사지를 받고 있는데 갑자기 폭포 소리가 들려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혹시나 싶어 밖을 내다보니 비가 미친 듯이 쏟아지고 있었다. 타이베이에 오면 가장 큰 걱정이 날씨였는데, 10년 전에 폭풍우와 함께 여행했던 기억이 제법 뚜렷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번 여행은 여러 행운이 뒤따라서인지 비 한 방울 맞지 않고 날씨가 쨍쨍했다. 그나마 내리는 소나기는 내가 마사지를 다 마친 후에는 거짓말처럼 그쳤다. 날씨 요정까지 나를 돕는 기분이었다.
발마사지를 해주시는 분은 한국말을 어느 정도 하시는 분이었다. 내 다리에 있는 멍을 가리키고 “멍!” 이러시는데 그 말이 왜 이렇게 웃기는지 모르겠다. 아프다고 할 때마다 위가 아프네 장이네, 술 많이 먹냐 이렇게 짧은 한국어로 팩트 폭행을 휘두르셨다. 화룡점정으로 나에게 엉치뼈가 안 좋다고 했다. 종합병원을 진단받으며 마사지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