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 여행기
호텔에 맡겨둔 짐을 찾아 택시를 타고 다음 호텔로 이동했다. 더 큰 호텔이라 확실히 넓고 쾌적한 느낌은 들었다. 그러나 감상을 하기에는 너무나도 배가 고팠다. 아침을 대충 때우고 마사지 시간이 애매해서 점심을 먹지 못했기 때문이다. 텅 빈 배를 부여잡고 걸어 다닐 자신이 없어 택시를 불렀다. 그런데 낯선 택시 기사에게서 낯익은 우리 아빠 향기가 났다. 운전이 지나치게 터프하여 처음으로 멀미가 날 거 같았다. 급정거는 당연했다. 도착할 때쯤 앞차와 맞닿기 직전에 급정거를 해서 너무 놀라 심장이 뛰었다. 말이 통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 욕을 참지 못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우여곡절을 거듭하며 딤딤섬으로 갔다.
딤딤섬은 사실 한국에도, 홍콩에도 있어 다소 흔한 메뉴이긴 했다. 그래도 이지카드가 되는 딤섬집이기 때문에 고민의 여지는 없었다. 그리고 성공적이었다. 배고픈 우리에게 딱 맞게 음식 나오는 속도가 역대급으로 빨랐기 때문이다. 물론 맛도 있었다. 더 시키고 싶지만, 우리의 위장은 터질 거 같다고 난리를 치니 아쉽지만 가게를 빠져나왔다. 또 먹으러 가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어디 갈지 정하면서 가장 설레던 곳은 카리도넛이었다. 맛있다는 후기밖에 없어서 두 번 가려고 했는데, 첫날 깜박하고 가지 못했다. 열심히 걸어서 카리도넛 집 앞에서 설레며 주문을 했다. 아! 정말 미친 맛이었다. 후기는 오히려 이 맛을 다 담지 못했다. 근처 사는 대만 사람들이 정말 부러웠다. 지금도 가장 후회하는 것이 있다면, 카리도넛을 더 사 먹지 못한 것이다. 한국에 훔쳐다 놓고 싶을 만큼 맛있다.
대만 쇼핑의 하이라이트는 까르푸 마트이다. 그곳을 가기 위해 버스를 타러 왔다. 대만은 특이하게도 버스가 번호가 아닌 것들이 종종 있다. 그 얘기를 왜하냐면 그래서 놓쳤기 때문이다. 눈앞에 그 버스를 알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음 버스가 올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렸다. 그리고 겨우 까르푸에 도착했는데, 우리가 사려고 했던 모든 것을 발견할 수 없었다. 까르푸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기분이었다. 까르푸에 있다는 치아더 펑리수는 온 데 간데없었다. 몇 바퀴를 돌고 돌다가 직원에게 문의하니, 지금 없다는 답변이 왔다. 품절된 거 같았다. 그나마 돌고 돌아 젤리만 사고 나와서 용산사를 갔다. 평소에 걸어가자고 잘 안 하는 친구는 치아더 펑리수가 있는 편의점을 찾기 위해 이 잡듯이 뒤지며 걸어가기 시작했다. 보기 드문 늠름한 모습이 마치 치아더 장군 같았다.
용산사 야경은 마치 덤인 것처럼 스쳐보고 다시 나와서 치아더 투어가 시작되었다. 이제는 외관만 보고도 있다 없다를 맞추는 장군 때문에 웃으면서 돌아다닐 수 있었다. 숙소까지 남은 편의점 3개만 뒤지고 포기하겠다고 했다. 나도 그러는 게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매우 지쳤기 때문이다. 그깟 펑리수가 뭐라고. 그리고 가장 마지막 편의점에서 방긋 웃으며 입구에 있는 반짝반짝 아름다운 치아더 펑리수를 발견했다. 그깟 펑리수가 킹 갓 제너럴 치아더님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이지카드를 털고 펑리수도 얻는 일석이조의 투어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피곤하고 배도 안 고파서 씻고 누워서 우버에 있는 배달 음식을 구경했다. 먹지도 않을 거면서 세상 진지하게 메뉴를 살펴보다가 갑자기 그놈의 “망산”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친구는 파파고에 대고 뫙산!이라고 외쳤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망산이 아니라 “왕퐌”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왕퐌의 의미는 왕복이라는 뜻인데, 그 기사가 우리한테 왕복 요금을 내야 한다는 식으로 말한 걸 잘 못 알아들은 것 같았다. 뜻을 유추하고 나니 그 기사가 괘씸해지고, 실제로 묵묵히 데려다준 기사님께 다시 고마워졌다. 그렇게 망산의 의문을 풀고, 간단하게 과자와 맥주를 먹다가 잠이 들었다.
여행은 계획한 대로 되지 않을 때 더 오래 기억이 남는 것 같다. 치아더 펑리수를 금방 구했다면, 나는 치아더에 대한 기억이 흐려졌을 것 같다. 택시 기사가 우리를 내쫓으며 망산인지 왕퐌인지를 외치지 않았다면, 우리는 망산에 대한 웃음거리를 같지 못했을 테니까. 크고 작은 어그러짐이 추억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