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감기

괴물

by 초이

이직을 하니 장점은 나라는 사람이 아주 쓰임새가 많다는 것이고, 단점은 지나치게 많다는 점이다. 이직 후 적응할 때면 매번 몸이 아프곤 하는데, 이번에도 어림없이 몸살 시기가 찾아왔다. 다만 다른 때보다 살짝 늦게 찾아온 것도 바빠서 아플 새가 없었기 때문이다. 초여름의 입사, 그리고 장마가 찾아온 여름 중순, 장마의 시작과 함께 감기도 시작되었다.


감기 몸살의 시작은 내 탓이 크다. 내내 컨디션이 좋지 않았음에도 몸을 쉬지 않았고, 바쁘게 살았다. 매일 지하철 인파와의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30분 조기 출근을 하고, 일을 하다 보면 정신이 없어 퇴근은 늦어지고 만다. 출근길 지하철을 타는 30분이 아까워 책을 꺼내든다. 생명수와 같은 커피를 부여잡고 하루를 겨우 버텨낸다. 퇴근 후 집에 들러선 잠시 숨도 고르지 못하고 운동하러 뛰쳐나간다. 그렇게 집에 들어오면 11시가 다되는 시간. 그 시간에 집안 정리를 하고 나면 벌써 12시다. 그때부터 책을 부여잡고 무거운 눈을 억지로 고정시킨다. 하루를 꽉 채워 살고 나야지만 비로소 뿌듯한 잠자리에 들 수 있으니까.


저렇게 몸을 학대한 것치고는 많이 아프지 않아서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가장 습하고 더운 날씨에 에어컨을 틀기만 하면 오들 오들 떨고 있는 나를 안타까워해야 할까? 아님 운동도 가지 못하고 집에 틀어박혀 있는 신세를 한탄해야 할까? 복잡한 마음이 든다. 그동안 바쁘단 핑계로 방치했던 글쓰기를 생각해 낸다. 우울하고 꿉꿉한 마음에 글은 떠오르지 않는다. 무엇을 써야 할까? 글감을 얻는다는 핑계로 SNS에 접속을 하면 나 빼고 세상 모두가 건강한 것 같다. 핸드폰을 내려놓고 샤워를 했다. 깨끗하게 씻으니 내가 무엇을 써야 할지 머릿속에 떠올랐다. 지금 이 여러 가지 스쳐가는 감정들과 나약해진 몸 상태를 그대로 적어보자. 이마저도 글로 적고 있는 나는 콘텐츠 괴물이 되고 있나 보다. 그런 나 자신이 흡족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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