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해버린 우리들
오늘은 오랜만에 고등학교 때 친구들을 만났다. 서른이 훨씬 넘고 이제는 마음만은 20대라고 우길 수도 없을 만큼 세월을 정통으로 맞아버렸지만 그 친구들을 만나면 우리가 친구가 되었던 그 시절로 돌아가 버린다. 많은 드라마에서 영혼이 과거로 돌아가곤 하는데, 우리도 우리끼리 만나면 철없던 그 시절로 돌아가 평소에는 하지 않았던 장난을 치며 깔깔거린다.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을 만나면 대화가 잘 통한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과는 업무에 관한 이야기로 대화가 끊이질 않는다. 같은 취향과 취미를 공유한 사람들이랑은 그 취미를 공유하며 밤 새 그 주제로 토론을 하며 즐거워한다. 나이가 들수록 어른이 되어서 만난 사람들이 더 편하고 더 익숙해진다. 그때 그 시절 친구들과는 점점 대화거리가 사라진다. 함께했던 시간들은 옅어지고, 각자의 삶이 바빠 자주 보지 못한다. 관심 분야도 달라지고 공유하는 일상은 점점 줄어든다. 우리의 대화 주제는 지금 당장 느끼는 감정과 일상들 뿐이다. 만나는 횟수가 줄어서 서운했던 마음조차 희미해졌다.
반년 만에 모두가 한 자리에 모였다. 우리는 한 자리에 모이는 게 쉽지가 않다. 매주 만나고 매년 함께 여행했던 우리는 현실에 치여 일 년에 한 번 모이는 것도 기적에 가깝다. 그렇게 가끔 만나는데도 우리 사이엔 어색함은 없다. 오히려 어제도 만났던 것처럼 자연스럽다. 내 일상에 없던 장난기와 어른과는 거리가 먼 경박한 말투로 변한다. 이들을 만나면 철없던 고등학생의 자아가 튀어나온다.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묘한 이질감과 함께 마음 한켠엔 이유 모를 그리움이 깃든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과거에 대한 미련일까?
가끔은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는 것이 두려울 때도 있다. 각자 달라진 입장을 완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어려울 테니 말이다. 그래도 그 걱정은 넣어둔다. 우리가 서로 함께 장식한 추억은 달라진 현실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