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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여행기 본편 - (2)

하루종일 바쁜 여행자들

by 초이
KruaPa&MaRestaurant > 짜뚜짝 시장 > 호텔 > 카오산로드 맥도날드 > 반타이 마사지 > 애드히어 블루스바 > 호텔


일찍 잔 덕인지, 일어나던 습관 때문인지 꽤나 이른 아침에 눈이 떠졌다. 일어난 김에 일찍 씻으니 동생도 따라 일어나서 계획보다 빨리 준비를 마쳤다. 호텔 체크인 당시 스타벅스 20밧 할인 쿠폰을 쓰면서 조식 먹을 식당의 오픈 시간을 기다리기로 했다. 방콕의 물가는 다른 동남아 도시에 비해 비싼 편이기도 하지만 커피는 한국보다 비싼 편이라고 한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켰는데 한화로 4,800원 정도의 금액이었다. 한국에서 스타벅스 기본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선호하지 않는 편인데 그 맛과 똑같았다. 같은 원두인가..?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조식을 먹으러 호텔 5분 거리의 식당으로 갔다. 이곳은 동생이 찾은 현지 맛집이다. 걸어가는 길에 누가 봐도 현지인들만 먹을 것처럼 생긴 길이었다. 도착한 식당은 놀랍게도 한국인들만 있었다. 태국 현지인 맛집이 아니라 한국 현지인 맛집인가.


어제 많이 시킨 것을 반성하며 메뉴 하나를 줄여 세 개를 시켰다. 폰 배경화면에 적힌 “고수 빼주세요”를 보여주며 주문을 했다. 어제 식당에서는 모닝글로리 볶음이 좀 맛이 없었는데 이 식당의 모닝글로리가 진짜 맛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모닝글로리는 이 맛이라며 감격했다. 니들이 모닝글로리 맛을 알아를 외치며 오두방정을 떨어댔다. 여기도 역시 볶음밥은 날 실망시키지 않았다. 왜 이렇게 맛있냐, 나 태국인인가(아님) 입맛에 꼭 맞았다. 그리고 걱정을 가득 담아 시킨 똠양꿍. 한국에서 먹었을 때는 그닥 내 스타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동생은 처음 먹는 음식이었다. 그렇게 한 입을 삼켰는데 생각보다 맛있었다. 고수를 빼서 그럴 수도 있지만 매콤한 게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했다. 그렇게 또 푸드파이터처럼 그릇을 비웠다.

오늘은 동생과 내가 걱정과 함께 기대를 가득 담은 짜뚜짝 시장에 가기로 했다. 더울까 봐 걱정되면서도 쇼핑 중독 자매에게는 가장 기대가 되는 쇼핑 구간이라 설렜다. 볼트로 택시를 불러 탔다. 숙소에서 꽤나 먼 거리기 때문에 택시를 40분 가까이 탔다. 창밖을 내다보니 태국 국왕 부부의 사진이 여기저기에 놓여 있었다. 왕정 국가에 살아보지 못해서 그런가 참 신기한 풍경이다. 가는 곳마다 놓여있는 국왕 부부의 사진과, 돈에 새겨진 국왕의 얼굴이 낯설었다. 왕정 국가에 사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영국과 일본을 갔을 때랑은 굉장히 다른 기분이 들었다. 입헌군주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하지만 국왕 모독죄가 있다던가, 쿠데타 대상이 아니라고 정의된 것을 찾아보고 와서인지 더욱 신기했다. 태국의 정치사를 다룬 책을 읽어보자고 다짐했다.

짜뚜짝 시장은 그늘로 들어가면 나름 버틸만했지만 밖으로 놓인 상점은 조금만 걸어도 땀이 비처럼 흘렀다. 예상을 하고 왔지만 점점 녹아내렸다. 들어가자마자 본 작은 코끼리 파우치에 홀려 구매를 했다. 동생과 나는 친구들에게 나눠줄 생각을 하면서도 본인들 원픽이 담겨있는 묶음으로 구매를 했다. 그리고 시장에서 가장 사고 싶었던 블루하와이 핀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간절히 원하면 눈앞에 나타나지 않는 그런 법칙이 있다. 적어도 나에게는 존재한다.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아서 더 간절해졌다. 내가 찾고 싶었던 코끼리 모양의 키링이나 블루하와이 꽃 머리핀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한 시간쯤 돌아다녔을 때 드디어 핀을 만났다. 사고 싶었던 노란색을 집어 들어 꽂아보고 몇 개를 쓸어 담았다. 1개에 39밧 3개에 100밧이면 당연히 3개나 6개를 사는 게 인지상정 아닌가? 엄마가 좋아하는 색으로 6개를 담아 계산을 했다. 그리고 나니 놀랍게도 여기저기에서 블루하와이핀들이 까꿍하고 우리를 불렀다. 심지어 4개에 100밧으로 많이 팔고 있었다. 역시 덜 간절하면 더 잘 보이는 게 맞나 보다. 그래도 샀다는 것에 위안을 삼고 돌아다녔다. 동생은 코끼리 상하의 세트를 샀다. 처음으로 깎아달라고 해서 사긴 했지만 비싸게 산 것 같다며 투덜거리긴 했다. 그렇지만 같은 옷을 여행 끝날 때까지 다른 집에서 보지 못했기 때문에 억울하지는 않았다.

녹아서 없어질 때쯤 우연히 실내로 된 짜뚜짝 믹스 짜뚜짝 건물을 만났다. 홀린 듯이 들어가서 더위를 식히며 카페에 들어갔다. 먹고 싶었던 로티와 타이티와 녹차라떼를 시켰는데 시키고 나니 동생이 태국 녹차는 화장품 맛이라는 후기를 봤다고 한다. 시키기 전에 알려주지.. 먹었는 데 놀랍게도 진짜 화장품 맛이었다. 타이티는 달달하니 맛있었다. 그리고 대망의 로티! 그것은 천국의 맛이었다. 한국에서 로티 장수를 하겠다는 꿈을 꾸게 했다. 그렇게 더위를 식히고 믹스 짜뚜짝을 구경하는데 실내라 그런지 천국 같았다. 근데 밖에 있는 매장들보다는 좀 더 비싸고 상인들의 콧대가 높은 편이었다. 할인해 달라고 하니 안 판다고 하는 태도. 나도 안 산다!(근데 눈에 아른거려서 살 걸 하면서 후회를 하긴 했다) 더 돌고 싶었지만 더위에 흘러내리고 마사지 예약을 한 시간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또다시 볼트를 불러 탔다. 볼트 기사님은 여자분이었는데 장래희망이 K1 선수 같았다. 처음부터 급 브레이크를 밟아서 실수인 줄 알았는데 그게 버릇인 기사분이었다. 무언가를 계속 먹으면서 레이싱을 하니 멀미가 날 것 같았다. 호텔에 도착해서 내리니 행복할 지경.

어차피 또 녹아질 거긴 하지만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생각보다 지체된 시간에 호텔에서 카오산로드까지 무료로 운행하는 툭툭 서비스를 예약했다. 그것을 타고 카오산로드로 향했다. 원래 계획은 망고 스티키 라이스를 먹는 것이었는데 그 가게와 예약한 마사지샵이 거리가 멀어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눈물을 머금고 맥도날드로 방향을 틀었다. 카오산로드 유명 인사 맥도날드 아저씨와 사진을 찍고, 콘파이를 시켜서 먹었다. 그리고 반타이 마사지샵으로 갔다. 동남아를 여행하며 종종 마사지를 받던 나에게는 물 흐르듯 당연한 일인데, 동생은 인생 처음으로 마사지를 받는 거라서 옷을 벗는 일에 놀라워했다. 대만 같은 곳은 찜질방 옷 같은 것으로 환복을 하게 하는데 타이 마사지샵은 그냥 훌렁 벗겨놓고 마사지를 한다. 내가 예약한 코스가 오일 마사지여서 그랬나? 오일 마사지는 그냥 평범했는데 타이 마사지는 강제로 스트레칭을 시켜주는 것이다 보니 상당히 당황스럽긴 했다. 괴로워하는 나를 보며 마사지해주시는 분이 즐거워했다. 그래, 누구 하나 즐거우면 됐다. 마사지를 마치고 준비해 준 과일과 차를 먹고 나왔다.

오늘의 마지막 일정은 재즈 바로 정했다. 친구가 알아봐 준 재즈 바 [애드히어 블루스바]인데 저녁 7시에 오픈을 한다. 공교롭게도 오픈 시간에 도착을 하게 됐다. 아직 공연하기 한참 전이라서 우리만 여유롭게 앉아있었다. 거기에 귀여운 고양이 두 마리가 있었는데 검은 고양이가 돌아다니면서 아는 척을 했다. 태국 고양이들은 개냥이들이 많은 것 같다. 검정고양이에게 홀린 우리가 계속 쳐다보자 직원 분이 “깽러이”라고 이름을 알려주셨다. 우리 강아지 이름은 “김루이”인데 너는 “깽러이”구나 하면서 괜히 엮었다. 발음이 비슷하니까!


한참을 기다리니 공연이 시작됐다. 그러자 사람들이 몰려들어왔다. 태국인인지 외국인인지 외적으로 구별하기 힘든 아저씨가 기타를 치고 노래를 하기 시작했다. 내부 공간이 가득 차자 밖에서 담배를 피우며 듣는 이들도 생겼다. 밖에 테이블에 현지인으로 보이는 4명의 일행이 앉아서 열심히 술을 마시면서 놀고 있었다. 여기는 합석이 자유로운 곳이라 자리가 없음 그냥 함께 앉혔다. 그들의 일행은 그렇게 불어나기 시작했다. 안쪽에서는 이 아저씨의 공연이 무르익었다. 한 시간가량 열창을 하고 아저씨가 공연을 마쳤다. 그러자 밖에 앉아있던 아까 그 4인방이 들어와서 악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손님이 아니라 공연하는 팀이었나 보다. 자유로운 영혼들은 술을 마시며 공연을 하나보다. 그들의 공연이 시작되자 가게 내부는 미어터지기 시작했다. 피곤해서 일찍 갈까 했지만 밖은 비가 오고 공연은 점점 더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심취해서 들었다. 노래를 하다가 하모니카를 불어대는 보컬, 드럼, 베이스, 일렉 기타로 구성된 작은 팀이지만 소리는 엄청나게 울려 퍼졌다. 훗날 재즈 바 후기를 찾아보니 가장 자유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바라고 했다. 공연이 끝나고 일정을 짜준 친구에게 황홀한 경험이었다고 감사 인사를 보냈다. 비가 아직 조금 내리고 있긴 했지만 사이좋게 우산을 쓰고 걸어서 호텔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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