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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여행기 본편 - (3-1)

by 초이
헬스장 > 망고 스티키 라이스 배달 > 센타라 라이프 호텔 체크아웃 > 이스틴 그랜드 호텔 파야타이 짐보관 > 쏭왓로드 > Rong Klan Neua > 딸랏너이 Citizne Tea Canteen 카페 > 이스틴 그랜드 호텔 파야타이 > 세븐일레븐 > (왓차라 무에타이 체육관 > 빅C마트 > 호텔)


여행을 오기 위해 짐을 쌀 때 챙겼던 중요한 아이템이 있다! 바로 운동복이다. 원래는 어제 아침에도 헬스장에 가려고 했으나 밤에 트리트먼트를 바르고 자는 바람에 머리 두 번 감기 싫다는 이슈가 있어서 눈물을 머금은 척 생략했다. 그런데 오늘은 피할 수 없다. 작을 것 같긴 했지만 정말 조그만 한 헬스장이긴 했다. 그래도 등운동 정도는 할 수 있는 규모였기 때문에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 여행 오기 전부터 너무 바빠서 복싱만 하고 헬스장을 많이 못 가서 엄청 오랜만에 하는 근력운동이었다. 하고 난 다음날 진심으로 근육통까지 왔다. 운동하는 동안 러닝머신에서 40분 가까이 뛰고 있던 사람이 있었는데 자신의 땀을 매너 있게 닦고 가는 것을 보면서 우리 헬스장 사람들이 진심으로 배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운동을 하는 동안 어제 못 먹어 아쉬워 미쳐버릴 뻔했던 망고 스티키 라이스를 그랩으로 주문했다. 도착했다는 연락과 함께 운동을 종료했다. 우리나라 배달 음식처럼 일회용품을 선택해야만 주는 건지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아 호텔 조식을 주는 곳에 가서 포크를 빌려서 먹었다. 망고밥이라고 들었을 때는 진짜 맛없는 궁합 아닌가 생각했는데 막상 먹으니 굉장히 잘 어울리는 궁합의 음식이었다. 내가 생각한 밥이 아니라 떡에 가까운 밥이라 그런가?


오늘은 숙소 이동의 날이다. 벨럭으로 짐을 보낼까도 생각했지만 벨럭 비용이 우리가 직접 짐을 들고 이동하는 비용보다 비쌌기 때문에 가성비를 따져서 노동에 뛰어들기로 했다. 아침에 부지런 떨어서 시간도 일찍 일어났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했다. 도착한 이스틴 호텔은 정말 5성급 다운 규모를 갖추고 있었다. 이전의 호텔도 친절하고 좋았지만 규모는 확실히 이스틴과 비교 불가였다. 물론 가격 차이가 굉장히 크기 때문에 당연하다. 아직 숙소의 체크인 시간은 아니었기에 체크인 수속을 하고 짐을 맡긴 후에 다시 택시를 불러 쏭왓로드로 이동을 했다. 그 사이 매우 배가 고파져서 밥부터 먹으려고 했는데 택시를 찍은 곳은 쏭왓로드 어딘가였기에 한참을 걸어 들어갔다. 체력 좋은 사람들이지만 배가 고프고 더우니 매우 지쳐서 여길 왜 왔나 싶을 만큼 화가 날 무렵 식당이 눈앞에 보였다. 여기는 로컬 맛집이라고 했다. 들어가서 고기 육수에 담긴 쌀국수 스타일의 국수와 비빔국수를 시켰다. 빠통꼬라는 음식이 맛있다고 하여 그 친구도 주문을 했다. 그런데 국수들은 정말 맛있고 한국에 가도 두고두고 생각날 맛이지만 빠통꼬는 왜 유명한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오늘이 일요일이라 그런가 쏭왓로드와 딸랏너이 골목 모두 열린 가게가 없었다. 여기가 원래 우리나라 성수동 같은 느낌이라는데 닫힌 문만 보였다. 아니 여기가 데이트 코스라며! 데이트는 일요일에도 하는 거 아닌가? 여기에서 구경하고 싶었던 것들이 많았기에 실망스러웠다. 그래도 가고자 했던 카페는 열려있어서 힘을 줘서 걸어갔다. 거기서는 타이티를 시켰는데 나는 1번 타이티, 동생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뒷 번호의 타이티를 시켰다. 그런데 내 거는 맛이 괜찮았는데 동생이 시킨 타이티는 처참하게 실패했다. 오늘 일정이 조금씩 어긋나는 기분이라 서러웠다. 택시를 불러 호텔로 돌아가려는 데도 한 세월이 걸렸다. 트래픽잼도 심하고 볼트 어플 자체가 특성상 택시 잡는 게 오래 걸린다고 했다. 그런데 그랩과 가격 차이가 꽤나 났기 때문에 가성비에 울고 웃는 우리는 그냥 하염없이 기다렸다.

도착한 호텔에서는 드디어 룸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25층에 있는 방이었다. 밖을 내다보는 풍경이 매우 좋고, 화장실도 크고 침대도 더 폭신하고 소파도 있어서 좋았다. 빨리 호텔에 있는 헬스장과 수영장을 이용하고 싶어졌다. 호텔에서 잠깐 쉬려고 들어왔는데 오늘은 무에타이 수업을 앞두고 있었다. 물론 동생은 그 시간에 쇼핑센터 구경을 하고 있고 나만 가기로 되어있었다. 근데 둘 다 배가 별로 고프지 않고 또 너무 많이 먹으면 운동하기도 힘들고, 오늘 먹기로 정한 식당에서 무에타이를 가다가 늦을 수도 있어서 고민 끝에 편의점에 가기로 했다. 태국에는 세븐일레븐이 어디에나 있었다. 세븐일레븐에서 토스트 빵을 사면 그 자리에서 구워준다고 해서 한껏 기대하고 왔다. 편의점에 가서 유명한 민니 쌀과자와 토스트 등을 사서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에서는 우리 캐리어를 가져다줄 테니 먼저 몸만 들어가라고 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아서 급하다고 메시지를 보내서 겨우 받았다. 빨리 열어서 몸도 씻고 운동복도 꺼내야 하니까 거짓말은 아니지.


가볍게 먹고 무에타이 갈 준비를 마쳤다. 이 날을 위해 카메라도 샀고 한국에서 킥복싱할 때 쓰는 스트랩도 가져왔다. 체력을 아끼기 위해 택시를 불러서 가기로 했는데 택시가 잡히긴 했지만 오지 않았다. 7시 30분 수업이고 호텔에서 무에타이 체육관까지 차로 15분 이내의 거리지만 악명 높은 방콕 트래픽잼 때문에 한 시간 전부터 나가서 택시를 불렀다. 트래픽잼 때문에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택시는 결국 30분이나 걸려 약 7시쯤 도착했다. 15분 거리라지만 마찬가지로 어마어마하게 걸릴 걸 생각하니 수업에 늦을 거 같아서 무서웠다. 방콕에 온 일정 중 어찌 보면 나의 가장 큰 이벤트였는데 이렇게 망치다니 하면서 슬픈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어쩌겠어. 늦어도 가긴 가야지. 다른 사람들 수업할 때 슬쩍 들어가면 괜찮겠지 하며 마음을 비웠다. 그렇게 마음을 비우고 나니 트래픽잼 도로에서 벗어나서 거리가 한산해졌다. 그렇게 생각보다 일찍 무에타이 체육관 앞에서 내렸다. 그때 시각은 7시 20분이었다. 얼마나 다행인가. 준비를 할 시간까지 확보했으니 말이다.

(무에타이 이야기는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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