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직장인이 맞이한 연휴에 대한 고찰

휴일마다 일어나는 일

by 초이

직장인으로 살면서 매일 비는 소원은 역시나 주말이다. 어쩌다 운 좋게 연휴까지 붙어있는 날은 설레서 일도 손에 안 잡힌다. 돌아와서 밀린 업무를 처리할 것을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하지만 그건 미래의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오늘의 나는 그저 내일부터 며칠 동안 쉴 생각으로 행복에 젖으면 된다.


긴 연휴를 앞두고 있을 때마다 하고 싶은 일을 정해 둔다. 가령 화장실 청소나 독서 아니면 유튜브 편집 등 해야 할 일들을 대략적으로 정해 놓는다. 태생이 게으르고 무계획적인 인간이라 언제 무엇을 할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해야만 하는 리스트를 머릿속에 저장해 두고 두 팔 벌려 연휴를 맞이한다.


연휴 날 아침 눈을 뜬 순간부터 두 개의 자아는 다투기 시작한다. 쉬는 날 중 하루는 아무것도 안 하고 쉬어도 되지 않냐는 게으른 자아와 할 거 다 하고 마음 편하게 쉬면 된다는 부지런한 자아가 눈앞에서 치고받고 싸운다. 평일의 나라면 부지런한 자아가 압도적으로 승리를 쟁취한다만 긴 연휴에는 맥을 못 춘다. 그래! 오후부터 열심히 하면 되잖아! 하면서 해야 할 일을 슬쩍 미룬다. 나 정도면 엄청 부지런하고 바쁘게 사는 거 아니냐며 게으름에 핑계를 대본다. 휴일에는 무조건 답정너다.


그렇게 약속의 오후가 다가오면 다시 한번 시험에 빠진다. 한 시간만.. 하면서 뒤로 점점 미루고 그동안 속세와 떨어져서 보지 않았던 것들을 찾아서 보기 시작한다. 직업도 부업도 다 유튜브를 하면서도 유튜브를 즐길 시간이 없던 나에게 갑자기 재밌는 것들을 소개해 주는 알고리즘의 농간에 정신없이 빠져든다. 그렇게 도파민에 빠져 몇 시간을 더 흘러 보내면 바깥은 벌써 어둑어둑하다. 갑자기 어둑할 때까지 누워서 휴대폰만 본 나 자신이 한심해진다.


밤이 되면 드디어 부지런한 자아가 게으른 자아에게 펀치를 날려서 쓰러트린다. 정신 차리고 해야 할 리스트에서 하나를 뽑아 해대기 시작한다. 뭐부터 해야 할지 암담한 무계획 인간은 그중에 제일 만만한 걸 골라잡는다. 하루에 두 개씩 끝내고자 했던 내 마음속 계획은 물거품이 된다. 이럴 거면 할 일을 정해둔 거냐고 스스로를 구박한다.


매 연휴마다 두 자아의 피 튀기는 대결은 언제나 죄책감으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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