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말만 하기

좋은 어른으로 늙는 법

by 초이


가끔 엄마와 대화를 하다 보면 내 얘기엔 별 반응 없다가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이 있음 최대 10번 가까이 그 말을 되풀이하는 경우가 있다. “엄마는 왜 엄마가 하고 싶은 말만 해? 어린 왕자야?”라고 종종 비난했다. 엄마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만난 부모 또래의 어른들은 대게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경우가 많았다. 엄마한테는 화라도 낼 수 있지, 직장 상사의 지루한 말들을 듣고 있을 때면 곤욕이 따로 없다. 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나는 저런 상사가 되지 말아야지.’ 하고 반면교사를 삼으며 속으로 흉을 보는 수밖에 없다.


한 사이트에서 여러 글들을 보다가 30대가 넘으니 친구들을 만나면 너무 피로하다, 모두 자기 말만 하고 있어서 기가 빨린다는 글을 보게 됐다. 그 글로 인해 나는, 나와 모든 주변인들의 대화를 떠올렸다. 어릴 때 친구들은 현재 직업도 삶도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다. 과거에는 함께 학교를 다니며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던 우리는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엔 전혀 교집합이 없다. 이미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친구들도 있고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다니는 친구도 있다. 현재 백수로 사는 친구도 있고 매우 바빠서 자주 쉴 수조차 없는 친구도 있다. 우리는 이제 같은 주제로 대화할 수가 없다.


최근에는 아이를 키우는 친구들이 대화를 하고 있으면 몇 번 답하다가 흥미를 잃곤 한다. 아이에 대한 관심도 없고 결혼 생활에 대한 관심도 없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리액션이 고갈되고 나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고 들어주는 것을 가장 큰 미덕으로 삼는 나도 현실에서는 관심 없는 주제에 대해서 귀를 틀어막아버린다. 엄마도 직장 상사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처음부터 자기 얘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나이를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관심 없는 주제를 대화에서 탈락시켜 버리다 보니 남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이 버릇이 되었을 것이다. 그 생각이 들자 나도 내가 싫어하는 그런 모습의 할머니가 될 거 같아서 두려워졌다. 어떻게 해야 경청하는 어른으로 늙을 수 있단 말인가.


타인과 대화할 때 나 스스로를 많이 돌아보자. 하고 싶은 얘기가 떠올라도 상대가 하고 있는 말을 다 끝낼 때까지 기다리는 것만으로는 안된다. 내 얘기보다는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을 해주는 시간을 늘려보자. 내 맘에 들지 않는 대화 주제에도 공감할 수 있는 마음을 키워보자. 그리고 내 얘기만 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자. 내 이야기가 굳이 필요한 자리인지 생각해 보자. 이렇게 노력하다 보면 더 좋은 어른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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