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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어가는 것이 사랑뿐이랴

#9 시아버지 작사, 며느리 작곡

by 비비안

익어가는 것이 사랑뿐이랴


배부르지 않은 포만감이야

끓어 오를 때

모락모락 김이 나는

서로를 껴안고 포옹하는 일이야

따뜻한 눈길과 따뜻한 미소

늘 따뜻한 울림이어라


끊임없이 피고지는

꽃들의 노래일 것이야


텃밭에서 토마토가

세찬 소나기 맞으면 익어가고

냇둑에 감이 붉긋붉긋 익어가고

벌판에서 벼가 노랗게 익어 가리라


문풍지 울리는 차디찬 겨울

사랑하고 감사하리라

기쁨도 슬픔도 잘 익어

낯설지 않게

그리움까지 숨겨 두리라


지금 있는 곳에서/ 이양복 시집/ 창조 문학사




익어 가는 것이 사랑뿐이랴.

토마토, 감, 벼... 자연의 익어감 속에서 삶은 더 짙게 익어간다는 이 아름다운 표현...


햇볕과 바람, 비를 오롯이 맞으며 시간을 견디는 자연의 익음.

그 자연의 익음을 오롯이 맞으며 시간을 견디니 찾아오는 우리 내 삶의 익음.


미움, 원망, 슬픔도 무르익어 화해가 되고,

화해도 무르익어 사랑이 되고,

사랑도 무르익어 배려가 되니


익어 가는 것이 사랑뿐이랴...


나에게 지금 무르익어 가는 것은 무엇인가?

가족 :

홀로 되신 엄마와 시어머님을 부모가 아닌, 같은 여자로서 이해하고 너스레 떨며 얘기할 수 있게 된 것

아들만 둘을 키우면서 아들과의 짧고 단순한 대화에도 농도 깊은 사랑이 녹여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

20살부터 그리고 영원히 "오빠"라 불릴 내 남편의 머리에 새 하얗게 쌓여 가는 흰 머리카락들

일 :

지금까지 쌓아 온 25년의 모든 경험들

그리고 앞으로 쌓고 싶은 25년의 들판


그리고 앞으로 무르익어 가길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당연 독서와 글쓰기,

읽고 싶은 책과 읽어야 할 책의 발란스

꾸준히 사유의 깊이를 넓히고 내면의 사고를 정리하는 글쓰기

그리고 잘 정돈된 나만의 책

그리고 꾸준히 성실히 매일 할 일을 해낸 나라는 나!



"시아버지 작사, 며느리작곡"은 영면하신 시아버님께서 남기신 시를 며느리인 제가 매주 수요일 새벽 5시에 브런치북으로 연재합니다.


지금 있는 곳에서/ 월산 이양복 네 번째 시집


오늘도 찾아와 글로 공감하여 주시는 글벗에게 감사드립니다.




<비비안 연재>

일 5:00 AM : 나의 성장일지

월 5:00 AM : 직장인 vs 직업인

수 5:00 AM : 시아버지 작사, 며느리 작곡


사진출처: 개인소장

#시#사랑#익어가는 것#자연#삶#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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