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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

#23 시아버지 작사, 며느리 작곡

by 비비안

시야


그냥 공간이거나

넘실넘실 구름의 정경이거나

새들이 떼를 지어

여행하는 장관이거나

시리즈의 시리즈거나


기벽에 대한 노출이거나

차디찬 손이거나

거대한 발이거나

해맑은 미간에

적나라한 치부까지

있는 대로 공존하는

가볍고 자유롭고

놀라운 흐름이다.


광주 비엔날레 오가며

겹겹이 껴입는

초여름을 보았다.

어디에든 햇살은 넉넉하고

무엇이든 녹음이 되는

시간 안으로 들어가자.


흰나비들이 너울너울

붉은 얼굴 틈으로

날개를 퍼득거린다


관념의 하늘이요

은유의 바다가 출렁인다.

파격이거나

반역이거나

놀라운 세상이 아니다.



그 선명한 구름꽃들/ 이양복 시집/ 창조 문학사




오늘은 참 특별한 날이었다. 특별한 시야를 가지게 된 날이었다.


아들이 복무 중인 공군 비행단에서 부모 초청 행사가 열려, 휴가를 내고 서산으로 향했다. 내비게이션에도 나오지 않는 군 시설을 찾아가는 길은 낯설고도 신기했다. 알려준 경로를 따라 도착한 곳은 동아시아 최대 규모라는 전투비행장이었다. 아들이 지내는 곳에 직접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설렘이 가득했다.


군 보안 규정에 따라 차량 블랙박스를 끄고 국방보안앱을 설치한 뒤, 자차로 부대 안으로 들어섰다. 길게 뻗은 메타스퀘어 도로는 마치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처럼 인상적이었다.


주임원사님이 직접 차량까지 나와 인사를 건네며 “잘하고 있으니 걱정 마세요”라는 따뜻한 말을 전해주셨다. 그 한마디에 마음이 놓이고 감사함이 밀려왔다. 참석한 가족들과 아들병사들이 함께 모여 강당에서 환영사와 부대 소개를 들었다.


이후 군 버스를 타고 병사 식당으로 이동해 병식 체험을 했다. 식사는 민간 대기업 케이터링 업체인 아#홈에서 제공하고 있었다. 병사들은 작년부터 이렇게 민간 급식을 받고 있다고 한다. 간부들은 여전히 취사병이 담당한다고 하니, 주임원사님도 부럽다고 웃으셨다.


오늘 메뉴는 2개 중 선택인데, 하나는 간짜장과 치킨, 그리고 다른 하나는 중국식 제육볶음. 남편과 나는 맛있게 먹고 식판을 깨끗이 비웠지만, 아들 말로는 오늘 메뉴가 특별히 잘 나온 것도 아니라고 했다. 오히려 평소보다 덜한 것 같다고. 입대 전 뉴스에서 군 급식 문제를 접했던 기억이 떠올랐지만, 직접 경험해 보니 먹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했다.


병식 체험 후에는 오늘의 하이라이트, 군마트 방문!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명절 선물세트, 건강보조식품, 주류, 화장품, 생활용품까지 이것저것 담다 보니 23만 원어치를 구매했다. 홍삼, 달팽이크림, ROK Air Force 티셔츠까지 다음 주 명절에 가족들에게 전할 뿌듯한 선물 준비가 모두 끝났다.


마지막 행사로 KF-16 전투기와 전투 미사일을 관람했다. 미사일 앞에는 방산업체 이름과 가격까지 상세히 적혀 있었는데, 하나에 몇 억씩 한다는 설명을 듣고 ‘방산 주식을 사야 하나’ 하는 생각이 스치기도 했다. 그리고 아들이 일한다는 격납고에 직접 들어와서 볼 수 있음에 너무 감사했다.


새로운 경험이 이어졌다. 군부대 안에 메가커피, BHC 치킨, 중국집 등 프랜차이즈 식당들이 들어와 있는 모습도 놀라웠고, 아들이 통화 중 자주 말하던 고양이들도 직접 만나 반가웠다.



푸른 하늘 아래 따스한 햇살과 시원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아빠와 아들이 군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며 뒤따라 걷는 그 순간, 마음이 참 따뜻했다. 아들 덕분에 군대 안에서의 하루가 이렇게 특별한 추억으로 남게 되었다.


돌아오는 길, 아침에 들어가며 보았던 차창 너머로 스쳐 지나가는 군부대 입구 메타스퀘어의 긴 길을 바라보며 "시야"를 넓히는 특별한 날임을 느끼며 군부대 체험행사를 마무리했다.




"시아버지 작사, 며느리작곡"은 영면하신 시아버님께서 남기신 시를 며느리인 제가 매주 수요일 새벽 5시에 브런치북으로 연재합니다.



오늘도 찾아와 글로 공감하여 주시는 글벗에게 감사드립니다


<비비안 연재>

일 5:00 AM : 나의 성장일지

월 5:00 AM : 직장인 vs 직업인

수 5:00 AM : 시아버지 작사, 며느리 작곡


사진 출처: 개인 소장

#군대체험#부모초청행사#전투기#군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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