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시아버지 작사, 며느리 작곡
물이 차오른다
육신을 채우면
새들을 부른다.
외로운 꽃나무
기다리며 기다리며
오월을 보낸다
바람은 초순
어디쯤에 머물고
작은 싹의 침묵까지
흔들어 깨우리.
강둑에 앉아
어깨를 기대본다
도란거리는 봄날
바라만 보아도
숨막히던 그대.
조약돌 하나
풍덩 떨어지고
묵시적으로
출렁이는 강.
그리움의 무게도 기운다
새살 돋을 때까지
울렁거리는 오월
아, 오월
그 선명한 구름꽃들/ 이양복 시집/ 창조 문학사
균형!
이번 주는 나에게 균형의 시간이다.
열심히 달리던 나와 멈춤의 내가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는 시간!
장거리 출퇴근에,
추가로 맡은 업무로 과부하에,
회사가 분사되며 이런저런 회사행사까지 겹쳐,
정말 분주한 하루하루를 보내다 맞이한 10월 연휴이다.
옆동에 사시는 시어머님의 배려로 추석 연휴 열흘을 통째로 쉴 수 있게 되었다.
가장 먼저 찾아온 균형은 잠이다.
새벽기상을 하기 시작하면서 평소 5~ 6시간 정도를 자던 나였다. 점심을 먹고 나면 커피를 찐하게 먹어도 밀려 내려오는 눈꺼풀의 무거움을 막지 못해 힘든 경우도 많았다.
연휴의 시작, 새벽 기상알람을 끄고, 10시부터 잠이 들어 7시에야 일어났다. 허리가 아파서 더 이상 누워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오래 누워 자보는 것이 정말 오랜만이었다. 9시간의 꿀잠을 자니, 피부에도 꿀 같은 윤기가 흐르는 것 같다. 하루를 푹자니, 다음 날은 평사시 알람으로 일어나던 새벽 시간에 눈이 저절로 떠지는 건 내 몸이 이미 새벽기상을 일상으로 느끼는 것일까?
연휴임에도 저절로 눈이 떠진 시간 새벽 5시, 새벽 루틴을 하고, 브런치 연재글을 쓰고, 집을 청소하고, 공원에 나가 4KM 러닝을 하고 들어왔는데도 9시이다. 하루를 일찍 시작하니 정말 하루가 여유롭고, 할 일을 다 해낸 후의 다가오는 시간은 꼭 선물로 받은 시간 같이 느껴졌다.
그런 여유로운 시간을 쉼으로 채워 균형을 맞추었다.
혼자 조용히 음악 듣고, 책을 읽고,
오후엔 남편과 몇 년 만에 극장에 가 영화도 보고,
또 몇 십 년 만에 재래시장에 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온듯한 정겨운 분위기도 느끼고, 시장 음식도 맛보았다. 재래 시장표 구운김이 가득 든 검은 비닐 봉다리를 흔들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왔다.
균형!
바쁜 가운데 잠시 여유를 가지고,
혼자만의 시간과 가족과의 시간으로,
연휴가 끝나고 다시 일할 에너지를 채우는 이 시간,
균형 있게 보내는 이 시간...
아버님의 "균형"이라는 제목의 시를 보고 지금 이 쉼이 있는 연휴기간이 체력과, 정신의 균형을 맞추는 시간처럼 느껴졌다. 아직도 5일 남은 시간도 하루하루 선물같이 소중히 잘 보내야겠다.
"시아버지 작사, 며느리작곡"은 영면하신 시아버님께서 남기신 시를 며느리인 제가 매주 수요일 새벽 5시에 브런치북으로 연재합니다.
오늘도 찾아와 글로 공감하여 주시는 글벗에게 감사드립니다
<비비안 연재>
일 5:00 AM : 나의 성장일지
월 5:00 AM : 직장인 vs 직업인
수 5:00 AM : 시아버지 작사, 며느리 작곡
사진 출처: 개인 소장
#시간#균형#명절연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