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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시

#26 시아버지 작사, 며느리 작곡

by 비비안

홍시


하얀 접시 위에

홍시 하나


이른 아침

손자들 보살피러 갔다가

오밤중에 귀가하는

아내를 기다린다


홍시를 바라보고

미소 짓는

해맑은 모습이 보고 싶다


불안정한 나에게

시집온 키가 크고

순진한 신부가

감당해 낸 삶의 얼룩들로

늘 미안하고

안쓰럽고 감사함이라


지금 있는 곳에서/ 이양복 시집/ 창조 문학사



"하얀 접시 위에

홍시 하나


이른 아침

손자들 보살피러 갔다가

오밤중에 귀가하는

아내를 기다린다"


우리 부부가 출근 전에 우리 집으로 오셔서, 우리가 퇴근해야지만 다시 당신 집으로 돌아가셨던 어머님은 우리보다 더 오래 육아근무를 하신 샘이다. 아이들은 집에서 엄마를 기다리고, 아버님은 집에서 어머님을 기다리셨겠구나.


각자의 위치, 역할... 우리 가족은 참으로 차분하게 각자의 역할을 넘치도록 잘해준 것 같다. 감사하다.


"홍시를 바라보고

미소 짓는

해맑은 모습이 보고 싶다"


수고하고 오밤중 돌아오는 어머님께 드릴 홍시 하나를 준비하시고 어머님을 기다리신 아버님의 따뜻한 사랑... 시를 통해 아버님의 이런 스위트함을 볼 때면 우리 남편도 좀.... 배웠을까? 배웠겠지? 배웠을 거야! 혼자 웃으며 생각해 본다.


내가 25년 커리어 위기 없이 안정적으로 이어 갈 수 있었던 것은 이와 같은 시부모님의 든든한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두 분의 사랑이 우리 아이들에게 정서적 유산처럼 남아 있으리라 믿는다.


부모님의 하루는 사랑이었고, 그 헌신의 사랑은 우리 가족의 평온이었다.
아이들은 그 사랑을 기억하며 자랄 것이고, 언젠가 사회에서 그 사랑을 또 누군가에게 나누겠지.
달달한 홍시처럼 말이다.



"시아버지 작사, 며느리작곡"은 영면하신 시아버님께서 남기신 시를 며느리인 제가 매주 수요일 새벽 5시에 브런치북으로 연재합니다.



오늘도 찾아와 글로 공감하여 주시는 글벗에게 감사드립니다




<비비안 연재>

일 5:00 AM : 나의 성장일지

월 5:00 AM : 직장인 vs 직업인

수 5:00 AM : 시아버지 작사, 며느리 작곡


사진 출처: 개인 소장

#홍시#사랑#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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