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 콤플렉스이자 매력포인트
나는 입술이 두껍다. 원래도 얇지 않았지만 초등학교 5학년 때 얼굴을 바닥에 찧으며 넘어져 입술에 흉터가 남은 뒤로 더 두꺼워졌다. 입술이 두껍다고 유명한 배우 차태현에게도 지지 않는다.
입술은 오랫동안 나의 콤플렉스였다. 사진을 찍으면 입술이 툭 튀어나와 심통이 난듯했다. 입술의 두께를 줄이겠다고 앞니로 깨물어 보기도 했지만 턱을 내민 부루퉁한 나만 남았다. 입술이 부끄러웠다. 입술을 통통하게 만들겠다고 시술을 받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어느 친구가 내 입술이 안젤리나 졸리 입술과 닮았다 했다. 내가 봐도 졸리는 너무 예쁜데, 또 내가 봐도 입술만큼은 뒤지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 갑자기 입술이 좋아졌다. 나도 헐리우드 배우만큼 잘 생긴 부분이 있다.
이 글을 쓰며 거울을 들여다본다. 늘 그렇듯 입술은 소세지마냥 통통하다. 옴싹 옴싹 움찔움찔 움직여도 본다. 나와 키스하는 사람은 내 입술이 두꺼워 좋은지 물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