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밈 Jan 19. 2021

마스크;

002. 쓰면 수상한 것에서 안 쓰면 수상한 것으로

  하늘에 미세먼지가 드물던 시절이 있었다. 이때의 한국은 마스크 청정지역이라 마스크를 쓰는 이는 연예인 혹은 뉴스에서 얼굴을 가리고 싶은 누군가 정도였다. 검정 마스크가 유행하기도 했지만 아이돌을 따라 할 나이는 지난 데다 어쨌거나 마스크는 시선을 모으는 물건이었다. 마스크를 왜 써. 수상한데. 미세먼지가 심해진 후에도 갑갑함을 핑계로 마스크를 쓴 일은 별로 없었다.

 

  일본에 가면 한국과는 달리 거리에서 마스크 쓴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밤길에 마스크 쓴 사람이 따라오면 너무 무서울 것 같은데. 낯설어하다 깜짝깜짝 놀라기도 했다. 나중에야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가 많아 마스크가 일상화되었음을 알았다.

 

  그랬던 마스크를 하루의 절반 이상 끼고 산다. 끼다 못해 종류별로 마스크를 챙긴다. 귀가 너무 아파 낮에는 귀가 덜 아플 마스크를, 인구 밀도가 너무 높은 출퇴근 길에는 KF94를 쓴다. 사무실이건 길거리이건 마스크 없는 맨 얼굴을 발견하면 화들짝 놀라거나 순식간에 불안해진다. 서로 간에 예의를 지켜야지!


  마스크가 수상함을 말하던 때가 분명 있었는데 어느새 무엇보다 안전을 담보하는 물건이 되었다. 심지어는 마스크 안에서 자유를 느끼기도 한다. 무엇의 의미는 늘 달라진다지마는 이렇게나 빠르게 바뀌는 상황은 앞서 질러갈 도리가 없다. 허겁지겁 꽁무니를 따라간다.

이전 01화 입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