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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밈 Jan 20. 2021

멀티탭;

003. 진심 좋은데 진심 보기 싫은 너

  집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사무실 자리에 멀티탭이 없으면 곤란하다. 컴퓨터만 켜려 해도 본체에 모니터 두 대, 프린터까지 벌써 네 개의 코드를 연결해야 한다. 자리를 옮기거나 다른 부서에 갈 때면 사랑하는 멀티탭을 꼭 쥐고 간다(이건 제가 직접 산 거라서, 아 넵). 멀티탭을 사용해서 원하는 자리에 기기를 여유있게 놓고 나면 기분이 좋다. 암, 내가 원하는 책상 인테리어가 바로 이것이니라.


  어떻게든 쥐고 다니는 멀티탭이지만 책상을 다 치운 후 눈에 보이면 그렇게 미울 수가 없다. 멀티탭이 밉다기 보다는 멀티탭에 연결된 선이 싫은 것이지. 컴퓨터 때문에 코드를 네 개 꼽는다는 건 전선이 네 줄 있다는 말이겠지요? 네 줄에서 끝일까? 키보드 선, 마우스 선, 데스크패드 선에다가 전화선은 물론이요 가습기도 있고 컵을 데워주는 핫탑도 있다. 얇고 굵은 선들이 온통 책상을 지나다닌다.


  멀티탭을 미워하는 건 나뿐만이 아닌지 세상에는 멀티탭 정리함라는 상품도 있다. 박스에 멀티탭을 넣으면 선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는데 바깥으로 전원 버튼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멀티탭이 있는데 또 돈을 이만큼이나 써야하다니, 그럴 수는 없어서 요리조리 멀티탭을 감춰본다. 선이 주렁주렁하다.


  무엇을 사랑하기도 미워하기도 귀찮아서 최대한 아무 생각도 안하려는 편이지만 멀티탭은 단연 독보적인 애증의 존재다. 매일같이 사무실 책상에 앉아 하루 종일 미처 다 감추지 못한 멀티탭 절반을 본다. 이걸 어디로 밀어버려야 싹 감출 수 있을까. 옆으로 움직이면 모니터 연결 선이 너무 팽팽해지는데. 나는 멀티탭이 눈에 들 때마다 영차영차 궁리를 한다. 멀티탭은 그러거나 말거나 오늘도 제 할 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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