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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 Dec 13. 2024

시니어들에 인기 자격증

새로 시작한다는 것

  남들은 쉽게 하는 것처럼 보이나, 말을 안 할 뿐 어려움 속에서도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조경일을 해 보겠다고 마음먹고 책을 읽었다.  비전공이라 조경기능사 책을 샀다. 조경분야에 필히 장비가 쓰인다. 굴착기 기능사 책도 샀다. 요즘 은퇴 후 시니어 자격증으로 추천하는 직업들이다. 20년 전 무일푼이 됐고 다시 시작해야 하는 고민 끝에 찾아낸 일들이다. 40대를 코앞에 두었던 시기였다. 관련 업체에 취직하여 일을 배워서 하는 게 순조로울 것이나, 조급한 마음에 몸으로 부딪혀 배우면서 해 나가면 된다고, 무식한 용기를 내었다. 내게는 책임져야 할 처자식들이 있었다.


  자격증은 독학으로 수차례  떨어진 후 7,  8개월 만에 연이어 땄다. 자격증은 최소한의 입문이었을 뿐 그 분야의 경험이나 전문기술은 현장에 있었다.  없이 실수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실무를 배워 나갔다. 3년 동안은 거의 매일 새로운 일과 문제에 부딪혔다. 해결 방법을 찾아내고 해 내는 동안 5년이 지나면서 경험이라는 게 쌓이기 시작했다. 그 경험들은 하나하나 벽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위험과  압박감들이었다.


  굴착기는 폐차장에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03w(타이어식, 버킷용량 0.3m2 )을 사 왔다. 기계식 조정 레버는 헐거워서 춤추듯이 팔을 휘저어야 했다. 기계 다루는 것을 싫어할 남자는 드물겠지만 기계를 이해하고 정비하는 것은 또 다른 일이다. 중장비 운전도 서툴렀지만 정비도 개념이 전혀 없었다. 정비하지 않으면 - 특히 오랜 연식의 기계 - 언제 고장 날지 모른다. 기름만 넣으면 굴러가는 줄 알았던 초보시절 3일이 멀다 하고 멈춰 버리는 장비를 뚝딱거리다가 비싼 출장 정비를 받고 고쳤다. 1년여 굴리다 결국 폐차했다. 그 뒤로 조금씩 나은 장비를 사고 운용하면서 운전과 기술을 익혀갔다. 머리칼이 쭈뼜서는 사고 위험도 수 없이 겪고 크고 작은 실수에 일당보다 더 큰 금액을 잃으면서 배웠다.


  일에 서툰 기사는 누구나 알아본다. 다시 부르지 않는다. 무조건 성실하게 열정적으로 일해야 다시 불러 줄까 말까 한다.


  처음부터 보조기사로 배워서 했으면 피할 수 있었던 위험이나 손실들이 많았다(보조 기사는 거의 무급으로 1년은 버텨야 한다). 몸으로 때우며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았기에 원리를 설명하는 데는 조금 자세히 할 수 있겠다.


그냥 시작하는 것과 충분히 배우고 독립하는 것 중 어느 것이 좋을까. 각자의 사정과 성격이 다르고 장단점이 있으니 선택의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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