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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무 열매

팥배나무

by 시인의 정원

소박한 봄꽃처럼 수수한 열매


나 여기 있으니

배고픈 새들은 오라 하네


잘 익은 팥이 되어

아쉬울 때마다 오라 하네


앉아 쉬다가 훌쩍 날아가도

괜찮아


나 여기 있으니

생각나면 언제든 오라 하네


기대한 만큼 실망하는 게 관계라면

바라지 않고 주기만 할 수 있을까.


버림받은 느낌이라고 하네

단 한 번도 놓은 적 없는데


많이 채워주지는 못했어도

너를 향한 시선은 거둔 적 없었는데


외톨이라 하네

혼자라 하네


네가 위험한 길을 가려하면

가만 놔두는 게 사랑은 아니라 생각했는데

너는 그걸 억압이고

폭력이라 생각한 거지


많이 부족하고 모난 건 나도 알지만

나름대로 힘을 다했는데

돌아오는 건 원망과

상처라 하네


생존에 정신이 없었다고

시간이 없기보다 마음이 쫓겼다고

해도 변명일 뿐


더 나은 열매가 되지 못한 후회


겨울이 오면

무성하던 잎새들이 다 떨어지고

먹을 게 없어지면

그제야 생각날까


겨울나무 열매는

작고 보잘것없지만

잘 보이라고 발갛게 물들였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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