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봄꽃처럼 수수한 열매
나 여기 있으니
배고픈 새들은 오라 하네
잘 익은 팥이 되어
아쉬울 때마다 오라 하네
앉아 쉬다가 훌쩍 날아가도
괜찮아
나 여기 있으니
생각나면 언제든 오라 하네
기대한 만큼 실망하는 게 관계라면
바라지 않고 주기만 할 수 있을까.
버림받은 느낌이라고 하네
단 한 번도 놓은 적 없는데
많이 채워주지는 못했어도
너를 향한 시선은 거둔 적 없었는데
외톨이라 하네
혼자라 하네
네가 위험한 길을 가려하면
가만 놔두는 게 사랑은 아니라 생각했는데
너는 그걸 억압이고
폭력이라 생각한 거지
많이 부족하고 모난 건 나도 알지만
나름대로 힘을 다했는데
돌아오는 건 원망과
상처라 하네
생존에 정신이 없었다고
시간이 없기보다 마음이 쫓겼다고
해도 변명일 뿐
더 나은 열매가 되지 못한 후회
겨울이 오면
무성하던 잎새들이 다 떨어지고
먹을 게 없어지면
그제야 생각날까
겨울나무 열매는
작고 보잘것없지만
잘 보이라고 발갛게 물들였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