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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

꽁꽁 얼어붙은 수도를 어찌하죠?

by 시인의 정원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고 갈팡질팡 하거든 그 자리에 멈추고 생각해 보는 것이 좋아요. 성급한 마음으로 일단 가보는 것은 후회할 가능성이 많지요. 방향이 틀리면 수정하기가 점점 어렵게 될 것입니다. 어떤 방향이든 한 번 가기 시작하면 가속도가 붙게 되니까요. 충분히 생각해도 답을 모르겠거든 현장에 나가 움직여 보는 것도 좋아요. 혼자만의 세계에서 고립됨을 벗어날 수 있지요.



일주일째 눈 내리고 추운 날씨입니다. 추위가 이렇게 오랜 것은 처음이네요. 좀처럼 얼지 않는 수도가 꽁꽁 얼었습니다. 낮에 녹기를 기다려도 소용없길래 기다란 전선 코드를 연결했습니다. 눈 덮인 수도 계량기 주위를 치우고 헤어드라이기로 노출된 배관을 녹여 보았습니다. 한참 동안 온풍을 쐬어 주었지만 배관 안에 얼은 물이 녹을지 알 수 없었습니다. 확신하지 못했지만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이 방법이 안 된다면 계량기 가까이 사각의 철 통에 불을 피워 주위를 녹여 보려고 했습니다. 잠시 후 수도를 열어보니 수돗물이 나왔습니다. 다시 얼지 않게 계량기 주위에 보온을 위해 두툼한 천으로 덮어 주었습니다. 새벽부터 오후에 이어진 단수였지만 물이 잠시라도 안 나오니 음식 장만하고 화장실 쓰는데 불편했습니다. 원할 때 언제나 깨끗한 물을 쓸 수 있는 나라에 살고 있음이 감사한 날입니다.



1987년 겨울에 GOP에서 군복무 할 때였습니다. 소대막사에서 생활하였습니다. 수도는 당연히 없었고, 작은 연병장 아래 계단을 20여 개 내려가면 우물이 있었지요. 그 우물에서 식수와 세탁물을 해결했지요. 얼음을 깨고 물을 길어 사용했더랬지요. 지금은 그때보다는 복무기간도 짧아지고 시설도 개선되었으리라 생각되지만, 군생활은 여전히 힘들겠지요. 춥고, 배고프고, 잠 모자라고요. 군 복무에 여념 없는 장병들 고생이 많습니다. 건강하고 안전한 복무가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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