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보리 가파도에 가면

by 시인의 정원


제주 살면서 가파도에 발 딛기는 처음이다. 배는 15분 동안 빠른 속도로 달렸다. 체류시간 13시:00 ~ 14:50 넉넉할 줄 알았던 1시간35분이 후루룩 지났다. 천천히 돌담 올레길을 걸었다. 바람이 세서인지 돌담이 높다. 동화 같은 집들에 시선이 갔다.



비가 슬금슬금 내린다. 비닐 우비를 샀다. 입도세가 붙은 것 같다. 보리빵, 보리 아이스크림, 보리과자 등등 보리는 가파도의 대표 상품이다.


자전거 타려던 계획은 비로 인해 걷기로 바꿨다. 보리밭 사잇길은 잘 포장되어 있었다. 질척이지 않게.

넓은 보리밭 상공을 휘저으며 나는 제비들이 추억을 소환한다. 배고픈 시절이, 부모님의 노고로 철없던 때가 있었다.


생각보다 가파도는 컸다. 깨끗한 길따라 걷는 우산들이 상큼하다.

길 따라 계속 걷고 싶었으나 배시간이 성큼 다가왔다.

아쉬움이 남는 섬 속의 섬 가파도에 다시 오길 기약하며 배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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