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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도 아름다운 꽃 부용

by 시인의 정원

여름과 가을 사이를 이어주는 꽃이다. 저녁에는 보따리 싸매듯이, 또는 만두모양처럼 펼쳤던 꽃잎을 오므린다. 삼복더위에 피기 시작하여 추석 때 까지도 폈다 지기를 반복한다. 손바닥만 한 분홍빛 꽃잎을 펼치고 산들바람에 흔들거리기라도 하면 멀리서도 눈에 띄는 아름다운 꽃이다. 여름 끝자락을 움켜쥐던 매미소리가 어느 결에 잠잠하다.


중국에 상륙했던 태풍이 급히 유턴을 했다. 제주살이 25년 만에 처음 보는 궤적이다. 추석이 지나고도 머무는 이례적인 열대야를 소멸시켜 준다고 한다. 작년의 가을장마와 이어진 겨울장마에 이젠 열대성 스콜이라 해야 하나. 이상한 날들의 연속이다.


제자리를 지키며 때를 아는 부용 꽃잎이 바람결에 춤춘다. 미루고 미루던 가을이 알록달록 긴팔 옷을 꺼내 놓는다.


난 아직 청바지에 반팔 옷을 입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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