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틀리고 구부러진 나무를 어디에 쓸까. 재목으로 쓸 수 없어서 사람들은 그 자리에 남겨 두었다. 바닷가 절벽이다. 그가 태어난 곳은. 풀보다 연약하고 여린 싹이 돋았다. 이미 꽉 찬 풀 숲 틈바구니에 비집고 들어갔다. 깨알만 한 솔씨는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웠다. 후박나무 그늘이었다. 모자라는 햇빛에 배고팠다. 얕은 흙에 바위틈을 파고들었다. 비는 내리자마자 흘러내렸다. 적은 수분을 옆에 이웃한 풀, 나무와 다투며 견뎠다. 바람은 시도 때도 없이 불어댔고 태풍도 잊을만하면 몰아쳤다. 파도소리에 밤잠 설치고, 짠 바람에 젖었다. 하필 이런 데냐고 원망할 시간이 없었다. 살아남아야 했다. 불평할 시간에 바위를 껴안고 뿌리를 뻗었다. 하루하루 오늘들이 두터워져 아름드리가 되었다.
살아남은 나를, 포기하지 않은 나를, 사람들은 사진을 즐겨 찍고 명품이라 한다.
벼랑 끝에서
고난이 클수록 삶은 더 깊어지고
아름답다고
곰솔은 맑은 마음으로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