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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소의 스토킹

지혜로운 말, 글

by 시인의 정원

하얀 국그릇 하나 동백나무 밑에 놓아두었다. 삽수를 물 올림 할 때 요긴하다. 빗물이 고였다. 목마른 하늘소 두 마리가 빠졌다. 한 마리는 빠진 지 오래됐는지 숨을 멈추었고 한 마리는 건져내니 꿈틀거렸다. 죽다 살았다. 목말라서 앞 뒤 안 가리고 뛰어든 하늘소 두 마리는 그렇게 생과 사가 갈렸다.


사위가 어둑해지고 난 뒤 소파에 앉았다. 구해준 하늘소와 똑같이 생긴 하늘소가 다가왔다. 문을 열고 숲에 돌려보냈다. 잠시 후 또 보인다. 하늘소가 소파에 올랐다. 더 지켜보았다. 바지를 붙잡고 허벅지에 오른다.


얘 난 나무가 아니야

너 아까 구해준 그 하늘소니?

아님 가족이니?

고맙다고?

알았어 이제 너 사는 데로 가


다시 숲에 돌려보냈다.

똑같이 생겼으니 구분할 도리가 없다.


말이 안 통하니

고맙다고 하는지

키워달라 하는지

지켜달라 하는지

목마르다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입 다물고 있으면, 그렇게 입만 삐죽거리면 네가 원하는 게 저절로 해결되지 않아.

네가 뭘 원하는지 말하지 않으면 어떻게 알겠어?


할 말 안 할 말 구분하는 게 어렵다.

지혜롭게

입을 닫을 때와 열어야 할 때를 알고 싶다.

말해 놓고 아차 싶은 건 아둔하기 때문이다.

말을 아끼면 중간은 간다는데...

입을 열면 도움 되고 위로가 되고 안내도가 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말하기 전에 파장에 대해 생각부터 하자.

어려운 일일수록 대답은 천천히 하자.


글은 고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저기요

내가 딥답해서 대신 말해요

난 온몸으로 말했다고요

내 언어는 당신과 다르다고요

세심하게

무엇이 필요한지

무얼 원하는지

어떤 걸 싫어하는지

어디가 아픈지

관심을 기울이면

다 알아들을 수 있다고요

다그치기 전에

나를 먼저 봐요

당신의 생각을 내려놓고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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