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딸나무꽃 핀 오월의 끝 날

by 시인의 정원

"나비들이 앉아 있는 줄 알았어요."

"너무 이뻐서 가까이 보려고 왔는데 나비가 안 보이네요."

길 가던 중년 여성이 말을 건넸다.


꽃잎들은 대개 홀수가 많다. 네 장의 꽃잎은 드물다. 어딘가에 있을 수도 있겠다. 나는 이 꽃 외에 본 기억이 없다. 사 월 이십 일이 지나 녹색으로 자그맣게 돋아난 꽃잎은 점점 커진다. 꽃봉오리가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꽃잎이 커지면서 흰색으로 변한다. 꽃잎의 크기는 작은 것, 중간, 큰 것으로 세 가지다. 다 자란 꽃잎은 나비 같기도 하고 바람개비 같기도, 머리핀이나 브로우치 같기도 하다. 나뭇잎 위에 피기 때문에 멀리서 잘 보인다. 나무 밑에서는 안 보인다. 꽃잎 가으로 분홍빛이 물들면 떨어지기 시작한다. 하얀 꽃잎들이 깔린 나무 아래에는 의자를 놓아둔다. 연녹색의 꽃잎 가운데 박힌 열매는 진녹으로 변하다가 가을에는 붉게 익는다. 보통의 열매들이 나뭇가지 아래로 늘어지는데 반해 이 나무의 열매는 하늘 향해 세워진다. 맛은 그다지 없다. 열매 속에는 작고 딱딱한 씨앗들이 담겨 있다. 새들은 이 열매를 즐겨 먹어서 모주에서 멀리 파종한다. 빨간 단풍은 가을의 멋진 풍경을 만든다. 낙엽진 나목의 가지와 수피도 아름답다. 눈이라도 내려앉으면 수채화 같다. 제주산이지만 한라산 고지에 자생하기에 추위에도 강하다. 경복궁에서 제법 큰 나무를 보았다. 삽목은 어려운 편이고 씨앗은 발아가 잘 된다. 오월의 끝날 산딸나무꽃이 있어 커피 향기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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