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
눈길을 끄는 꽃은 계절 초입에 가장 먼저 피는 꽃이다. 겨울이 채 지나기 전에 눈 속에 피는 설중매나 복수초가 피면 앞 다투어 꽃소식을 알리는 소식들이 분주하였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들을 반영하기 때문 일 것이다. 그들은 찬바람을 마주하며, 눈과 얼음을 벗 삼아 봄의 문을 열었다.
봄이 여문 뒤에 비의 문을 여는 꽃, 수국은 오월의 꼬리를 잡고 꽃망울이 움튼다. 비와 함께 하는 순간 더욱 짙어지는 자태를 지닌다.
그리 좋아하는 비가 한 톨 미련 없이 지나갔다. 아쉬움에, 그리움에, 목마름에 지쳐 마른 목 울대를 꺾었다.
폭염이라 했다, 열대야를 낳은 어미는
부끄럼 없이 젖을 물렸다.
고열을 먹은 아기는 잘 자라고 있다.
가망 없다고 여긴 이들이 태반이었다.
이제사 무슨 소용이냐고 한숨소리 높아갈 때
홀연히 핀 수국 두 송이는 말이 없다.
가만가만 어루만지는 실바람에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