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은 자신을 아는데서 시작된다

호랑나비

by 시인의 정원

호랑나비가 앉았다. 팔랑거리며 곡예비행을 하다가 앉은자리는 금강찔레 줄기였다. 앉을 곳이야 많겠으나 굳이 저 자리에 돌아와 앉았다. 줄기에 붙은 가시가 포식자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 것은 아닐는지. 나비는 자신이 약자임을 잘 알고 있었다. 매사에 조심조심한다. 한마디로 까불지 않는다. 천둥벌거숭이였음을 모르고 치기를 부리던 청춘이 낯 뜨겁다. 지금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지만 조금은 자신을 알기 시작했다.


대칭을 이룬 무늬는 호랑이 얼굴이 연상된다. 얼마 전 길 건너는 검지손가락만 한 애벌레를 풀숲에 옮겨 주었는데 그 친구일 수도 있겠다. 알이었다가, 벌레였다가 화려한 나비가 되어 꽃밭을 난다. 호랑나비가 수분하면 꽃씨가 더 잘 여물 것 같다. 배추흰나비와 노랑나비는 봄부터 보였다. 호랑나비는 크고 예쁜 날개를 만드느라 오래 걸렸나 보다. 초복이 지나서야 나래 펼치는 것을 본다. 생애는 짧을지라도 하늘을 날고 꽃밭을 나는 호랑나비, 참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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