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롱나무(목백일홍)
배롱나무 꽃이 피었다. 유난히 붉다. 삽목 하여 뿌리를 내리기까지 일 년, 포트에 옮겨 일 년이 지나서였다. 분갈이를 하려고 보니 줄기가 잘 자라지 못한 만큼 뿌리도 시원치 않았다. 한쪽으로 던져 놓고 다른 포트묘들을 분갈이했다. 하루, 이틀 지나도록 배롱나무는 기다리고 있었다. 버리지 말아 달라고, 살려달라고 소리 없이 애원하는 듯 시들지 않은 잎새가 눈에 들어왔다. 포트에 심는 대신 조경석 아래 심고 물을 주었다. 살면 살고, 죽으면 뽑아내야겠지. 다시 돌아온 여름에 꽃송이 몇 개를 달았다. 크게 자라지는 않았으나 꽃부터 피운 나무는 삶의 애착이 있었다. 다시 계절이 네 번 바뀌고 무더위 속에 핀 꽃들은 한결 진한 붉음이었다. 이토록 진하지 않았던 것은 분명하다.
삽목 하여 뿌리를 내리는 개체들은 대략 50%~70% 정도다. 포트에 이식하여 잘 자라지 못한 것은 뭔가 맞지 않은 환경이었나 보다. 같은 시기에 같은 나뭇가지를 잘라 삽목하고 이식해도 잘 되는 개체가 있고 뿌리가 좋았음에도 죽는 개체가 있다.
꽃 피운 이 나무는 죽다 살아난 위기를 겪고 생의 의지를 불태우지 않았을까. 자신이 살 가치가 있다는 것을, 살 기회를 얻은 것을 감사하며 최선을 다했을 거거라고 짐작 한다.
별명은 간지럼나무, 꽃을 비빔밥에 얹거나 샐러드에 놓으면 꽃밥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