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개미취
국화과의 꽃들 중 가장 먼저 피는 꽃이다. 꽃은 입추에 시계가 맞춰져 있나 싶을 정도로 아침저녁의 서늘한 기운을 알아차린다. 아침이슬이 송골송골 맺힌 꽃잎은 튼실한 대궁 위에 얹어 있다. 모양은 개망초와 비슷하나 그보다 훨씬 크고 색감이 다르다. 지하경을 뻗어 세력을 넓히고 씨로도 발아한다. 연보랏빛 어린순은 나물로 먹을 수 있다.
입추를 지나며 열대야가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뒤척이던 밤을 잊어간다. 다 자란 풀벌레 소리가 볼륨을 높인다. 덥고 습하고 벌레들에 시달려도 여름 꽃들이 함께 해서 좋았다.
빗살이 굵다. 이런 날의 정원사는 우산에 부딪히는 물방울 소리를 들으며 정원을 한 번 둘러본 뒤, 탁자에 앉아 커피 향을 따라 계산기를 두드리거나, 시집을 펼치거나 서랍에 넣어 둔 오랜 기억을 꺼내 보거나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