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몽골제국 시대와 21세기 몽골인의 이름은 다르다.

중세시대 몽골제국 시대의 몽골인과 21세기 현대시대 몽골인의 다른 작명법

by 바다의 역사


옛날 중세시대의 세계 최강이었던 몽골제국 시대의 몽골인 이름들은 그야말로 "세계 최강의 군사적 위엄"과 "세계 정복자로서의 군사적 기백"이 넘쳐흐르는 이름들이었다. 대표적 예로 중세시대 몽골제국 시대의 몽골인 이름들은 카사르, 칭기스칸(테무진), 수베게데이 바가투르, 카자흐, 사르타크, 살리타이, 티무르, 테무르, 카다한, 타르칸, 제베, 타르쿠타이, 카잔 칸, 쿠빌라이, 군 테무르, 샤타르, 아르히, 아르카, 네르케, 아라크, 사르군, 아르카이 등은 이름만 들어도 세계 최강의 강철기병대의 말발굽 소리가 들리는 듯한 강렬한 중앙아시아 몽골 고유어(또는 튀르크 차용어)였다.


그런데 현대 몽골인들의 이름을 보면 "도르지(Dorj)", "라그바(Lkhagva)", "체렌(Tseren)" 같이 어감이 조금 중세시대의 그 "살벌한 간지"와는 다른 느낌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인류사를 보면 고대, 중세, 현대의 이름들이 다른 것은 사실이다. 중국, 일본, 한국이 그러니까 말이다. 하지만 유독 중앙아시아의 몽골과 카자흐스탄은 그 갭이 크다.


먼저 정답부터 말하자면 21세기 중앙아시아의 몽골인의 이름이 고대시대 및 중세시대 몽골제국식 이름과 크게 달라진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16세기 이후 티베트 불교의 전면적인 도입" 때문이다. 마치 인도인들 중에 힌두교냐 이슬람교냐에 따라 이름이 완전히 갈리듯이, 몽골 역시 "늑대의 신(탱그리)의 시대"에서 "티베트 불교의 시대"로 가면서 작명 문화가 송두리째 바뀌었다.


이 장대한 역사의 흐름을 [사건의 발단 - 전개 - 변곡점 - 현재]의 순서로, 아주 상세하게 기술하겠다.


1) 중세시대 대몽골제국 시대 작명법의 절대 3대 원칙 - "초원의 늑대와 강철의 군인들" (세계 최강 몽골제국 시대 ~ 16세기 이전)


칭기스칸이 세계를 정복하던 시대, 몽골인들은 이슬람교와 전쟁의 신이자 검의 신이자 늑대의 신인 텡그리교를 신봉했다.


이 제국 시대 몽골제국의 군인 전사들의 이름은 크게 세 가지 카테고리로 나뉜다.


(1) 군인, 군사 무기, 늑대와 말과 독수리, 세계 최강


테무진(Temujin): "강철의 정복자 혹은 대장장이"라는 뜻. 세계 최강의 군인. 정복전쟁터에서 불멸이자 강철처럼 단단하라는 뜻이다.


테무르(Temur/Timur): "강철(Iron)" 그 자체. (예: 티무르 제국의 건국자인 아미르 티무르 장군, 몽케 테무르 장군)


바투(Batu): "단단한", "견고한"(동유럽과 중부유럽 전역을 정복한 정복자 바투 칸)


제베(Jebe): "무기", "화살"(칭기스칸을 암살하려고 시도한 암살자인 제베의 용맹무쌍함을 높이 사 그를 자신의 휘하 장군으로 삼으면서 칭기스칸이 직접 하사한 이름)


볼드(Bold): "강철".(현대에도 많이 쓰임)


(2) 최상위 포식자 늑대, 검독수리, 매(맹수들)와 용맹무쌍함


몽골대초원의 늑대, 군견(개), 매사냥용 매 등 용맹한 맹수의 기운을 받으라는 뜻이다.


카사르(Qasar): "용맹무쌍한 군견" 혹은 "용맹무쌍한 맹수"라는 뜻. 칭기스칸의 동생이자 칭기스칸과 티무르 다음 가는 대몽골제국의 대정복자인 "주치 카사르 장군"의 이름.


부케(Buka/Bokh): "황소", "씨름꾼". 막강한 힘을 상징(예: 아리크 부케 장군)


노카이(Nokhai): "사냥개". 장군에게 충성하라는 의미의 군인에게 주로 하사한 이름.


(3) 전쟁사


몽케(Mongke): "영원한". (몽케 칸)


올제이투(Oljeitu): "축복받은 군인"


토크테미쉬(Tokhtamish): "정착한 군인" (전쟁터에서 전사하지 말라는 뜻으로 칭기스칸의 후예인 아미르 티무르의 최대 숙적인 토크테미쉬 칸의 뜻이다).


다얀(Dayan): "다얀"은 "세계 최강의 패권제국이었던 대원(大元 - Great Yuan)제국"에서 왔다는 설과 "전체(Total)"라는 설이 있다. 몽골제국이나 대원제국의 군인 이름으로 다얀이나 바얀이 있었다.


2) 중세시대 몽골제국식 작명법의 특징


이때의 이름은 중앙아시아의 순수 몽골어거나, 몽골제국의 식민지 부대로 활약했던 튀르크족 기병군단들의 "튀르크어(돌궐 계열)"의 영향을 받은 단어들이었다. 뜻이 직관적이고 굉장히 간지나고 길다. "쿠빌라이(Qubilai)" 같은 이름도 즉, 군사 제국의 기백이 그대로 이름에 반영된 것이다.


3) 대전환 - "라마의 종교를 초원을 도입하다" (근세 시기 16세기 ~ 19세기)


(1) 개요: 북원제국의 알탄 칸이 데려온 달라이 라마


중세시대, 세계 패권국이었던 대원제국이 해체된 지 먼 미래 훗날인 "북원 제국" 시대, 중앙아시아의 대초원은 항상 전쟁과 군사 쿠데타, 내전, 암살뿐이었다. 이때 16세기 후기, 명나라와 패권 전쟁을 하던 북원 제국의 강력한 황제 "알탄 칸(Altan Khan)"이 티베트 불교(겔룩파)의 수장인 제3대 달라이 라마를 데려온다.


이 회담은 중앙아시아의 역사를 영원히 바꾼다. 그 이전까지 북원 제국의 종교는 티베트 불교가 아니었고 오히려 이슬람교나 텡그리교에 가까웠으나, 알탄 칸은 티베트 불교를 국교로 선포하고, 몽골-튀르크의 늑대의 신이자 검의 신이자 전쟁의 신을 주신으로 신봉하던 텡그리교를 금지시킨다.


(2) 티베트 불교


이렇게 티베트 불교를 도입한 후로, 중앙아시아의 북원 제국 사회는 이제는 라마승(대승려)에게 소년의 이름을 받아오는 문화가 정착된다.


티베트 불교의 승려들은 당연히 티베트어 경전이나 "산스크리트어(범어)"에 나오는 단어로 이름을 지어주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우리가 아는 "간지 나는 몽골어 이름"이 급격히 줄어들고, 종교적 색채가 강한 이름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마치 한국의 불교 신자가 법명을 받거나, 천주교 신자가 "요셉", "베드로" 같은 이름을 쓰는 것과 똑같다.


[대표적인 티베트 불교식 몽골 이름의 유형]


(1) 요일 이름 (티베트어 유래)


티베트 불교식에 따라 자식이 태어난 요일로 이름을 짓는 경우 (현대 21세기 중앙아시아의 몽골 사회에서 가장 흔함)


일요일: 아디야 (Adiya) - 태양


월요일: 다와 (Dava) - 달


화요일: 미그마르 (Myagmar) - 화성


수요일: 라그바 (Lkhagva) - 수성


목요일: 푸르브 (Purev) - 목성


금요일: 바산 (Baasans) - 금성


토요일: 바므바 (Byamba) - 토성


(2) 불교적 종교 상징 (산스크리트어/티베트어)


도르지 (Dorj): 티베트어 "도르제(Dorje)". 산스크리트어로 "바즈라(Vajra, 금강저)". 즉 "번개"나 "금강"을 뜻함. (중세시대의 "테무르=강철"을 대체하는 개념)


에르덴 (Erdene): "보석". 불교의 삼보(불, 법, 승)를 상징.


오치르 (Ochir): "도르지"와 마찬가지로 금강저(Vajra)를 뜻함. (예: 오치르바트 -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한)


아유르시리다르 빌레크트 칸(Ayurshiridar): 북원제국의 제2대의 대제(칸) 이름이다. 이미 이때부터 산스크리트어를 가져오기 시작했다. "아유르(Ayur)"는 산스크리트어로 "생명(Life)"이다. (아유르베다 할 때 그 아유르).


(2) 종교적 기원


단잔 (Danzan): "가르침을 지니는 자".


체렌 (Tseren): "장수(오래 사는 것)".


루브산 (Luvsan): "지혜로운 자".


즉, 중세시대까지 몽골인들은 주로 이름의 뜻을 "군인, 정복자, 강철, 늑대"로 주로 작명했으나, 이 16세기부터 이름을 대신 "종교식" 뜻을 가진 이름들을 작명하게 된다.


4) 근현대시대, 제1, 2차 세계대전의 격동기 - "혁명과 붉은 깃발, 그리고 공산화" (1921년 ~ 1990년)


1921년 몽골 인민혁명은 공산주의를 가져왔고 몽골은 공산주의 혁명을 주창하며 세계에서 두 번째 공산주의 국가가 된다. 몽골의 공산주의는 티베트 불교를 다시 탄압하지만, 이미 16세기부터 300년간 가져왔던 티베트 불교식 이름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대신 새로운 트렌드가 퓨전된다.


(1) 성씨(Surname)의 소멸과 부칭(Patronymic) 도입


이 제1,2차 세계대전 시대의 중앙아시아 몽골의 가장 큰 변화는 "성씨(Clan Name)의 폐지"였다.


중세시대: 몽골은 옛날 중세시대까지 "아미르(성씨) 티무르(이름)"처럼 군사적 일족명(성씨)이 있었다.


공산 정권: 그러나 공산주의에 감동한 몽골 공산정권은 마치 중국의 문화대혁명처럼 중세 봉건주의를 개혁한다며 부족명을 금지했다.


현대 공산주의식 작명법 도입: 대신 아버지의 이름을 성처럼 쓰는 부칭(Patronymic)제를 도입했다.


예: 아버지 이름이 "바트", 본인 이름이 "도르지"라면 -> 바틴 도르지 (Bat-iin Dorj). "~ov", "~evich"와 같은 방식이다.


(2) 공산주의적, 혁명적 이름과 축약형


사회주의적 이름: 그리고 이 제1, 2차 세계대전 시대를 거치며 공산주의를 가져오면서 "에흐타이반(평화)", "오케타브리(10월 혁명)", "서유르(문화)" 같은 사회주의적 이상을 담은 이름 등장.


이름의 축약: 게다가 이 근현대시대부터 몽골은 티베트 불교식 이름이 너무 길고 발음하기 어려우니, 공산주의식 행정 편의를 위해 이름을 줄이거나 합치는 경향이 생겼다. (예: 아유르시리다르 -> 아유르)


5) 현대 - "전통의 부활과 퓨전의 시대" (1990년 현대화 ~ 현재)


특징: "개간지" 옛 이름들의 재건(그러나 섞여버린)


21세기 현대시대의 부모들은 다시 자식들에게 카사르, 칭기스칸(테무진), 수베게데이 바가투르, 카자흐, 사르타크, 살리타이, 티무르, 테무르, 카다한, 타르칸, 제베, 타르쿠타이, 카잔 칸, 쿠빌라이, 군 테무르, 샤타르, 아르히, 아르카, 네르케, 아라크, 사르군, 아르카이 같은 중세의 몽골-튀르크어 이름을 지어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수백 년간 이어진 티베트 불교식의 관습을 아예 버릴 수는 없었다.


그래서 현재 중앙아시아의 몽골식 작명법(이름)은 [중세시대의 고유 몽골어-튀르크어] + [티베트 불교식] + [공산주의적]가 혼재된 "하이브리드" 상태다. 이것은 비단 몽골뿐 아니라 다른 중앙아시아의 모든 국가들의 공통점이다. 중앙아시아의 유목국가들의 공통점은 이렇게 타국이라도 장점은 빠르게 가져오는 것이다.


가장 흔한 현대 21세기의 중앙아시아의 몽골인 남성 이름:


아무르 (Amur): 몽골어로 "휴전"을 뜻한다. (현대 몽골 인사말 "아마르 베 오"의 그 "아마르"). 참고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뜻인 아무르 늑대, 아무르 표범, 아무르 호랑이의 그 "아무르"가 바로 이 몽골어 "아무르"가 맞다.


바트 에르덴 (Bat-Erdene): "바트(몽골-튀르크어: 견고한)" + "에르덴(몽골-튀르크어, 티베트 불교식: 보석)". -> 단단한 보석. (몽골 운동 선수 국가 챔피언이나 정치인 이름에 아주 많다.)


가르 바타르 (Ganbaatar): "가르(몽골-튀르크어: 강철)" + "바타르(몽골어: 영웅)". -> 강철 영웅. (중세 몽골제국식 느낌을 재건한 케이스)


6) 결론: 왜 중앙아시아의 몽골인의 이름은 옛날 같지 않은가?


군인에서 불교 신도로: 몽골인들은 말을 타고 전 세계를 정복하던 "세계 정복의 대학살 시대"를 지나, 16세기부터 서서히 티베트 불교를 신봉하며 내세의 정의를 내세우는 "종교의 시대"로 넘어갔다. 그래서 이름에서 중세시대까지 몽골제국의 이름에서는 "강철 냄새"와 "전쟁 냄새"가 진동했는데 16세기부터 "종교식 냄새"가 나게 된 것이다. 물론 이름은 그렇게 바뀌었을 뿐, 북원제국은 여전히 심하게 전쟁을 많이한 전쟁기계였긴 했다. 북원제국과 북원제국은 아니지만 다른 몽골계 대제국들인 준가르 제국과 오이라트 제국(몽골제국을 계승한 제국은 아니지만 몽골계다.)은 여전히 중앙아시아의 패권을 두고 항상 패권 전쟁을 했으며 항상 카자흐칸국을 침략하며 대학살을 일으켰다.


즉, 대항해시대에 평화와 평등의 교리를 믿는 기독교를 믿었던 스페인 왕국과 포르투갈 왕국이 잉카 문명과 아즈텍 문명에서 그들의 교리와는 상반되는 짓을 저지른 것과 똑같았다.


티베트 불교어의 도입: 군인 지배층들이 티베트 불교에 심취하면서, 티베트 불교식 이름이 "종교적이고 귀족적인 고급스럽고 이름"이라는 인식이 박혔다.


현대의 하이브리드: 현대 21세기 중앙아시아의 몽골에 가면 티무르 제국을 건국한 "티무르"라는 이름을 가진 청년들도 꽤 많다. (다시 유행 중). 하지만 대부분은 "가르 바타르(강철 영웅)"나 "하바트(영원히 견고함)"처럼 불교적 신념과 중앙아시아의 전통적 막강함을 섞은 이름이 주류를 이룬다.


여담) 2000년 성씨 부활 정책의 재밌는 일화


중앙아시아의 몽골 정부는 2000년대 들어 다시 족보를 재건하고 성씨를 의무적으로 등록하게 했다. 그런데 이미 중앙아시아인들이 자기 진짜 부족명을 다 잊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벌어진 일:


"세계 역사상 최강의 정복자인 칭기스칸, 카사르 장군의 성씨가 제일 간지나니까!" 하고 전 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성씨를 "보르지긴(Borjigin)"이나 혹은 간혹 칭기스칸의 후손이 건국한 티무르 제국의 아미르 티무르의 "아미르(장군)"로 신고해 버리는 촌극이 발생했다.


그래서 현재 몽골 여권을 보면 성은 거의 다 "보르지긴"이거나 간혹 "아미르"인데, 실제 혈통과는 무관한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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