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후반부 프랑스 음식들을 다룬 요리 영화 "딜리셔스: 프렌치 레스토랑의 시작(2021, Delicious)"의 포스터 장면
지구상에서 가장 식사량이 많은 "대식가(glutton)" 민족은 누구일까?
미국인? 후기 조선인? 바이킹인? 북미 인디언? 폴리네시아인?
놀랍게도 다 아니다.
식사량으로만 따지면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먹는 민족은 다름아닌 "스페인인(Spaniards)"이다.
오늘은 스페인과 라틴 아메리카에만 있는 하루(1일) 6끼씩이나 먹는 "대식(gluttony)" 문화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한다.
스페인인들의 식사 문화는 하루 동안 여러 번(보통 5~6번) 이상의 식사를 하는 문화로 유명하다. 어째서 스페인인들은 이렇게 밥을 많이 먹을까? 우선 그 유래부터 찾아보려고 한다.
가장 첫 번째로는 덥고 습한 남유럽의 기후와 낙천적이고 여유로우며 게으른 스페인의 문화로 인해서 생겨난 문화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스페인인들은 연인, 가족 간의 사적 시간이나 대화를 즐기는 문화적 특성이 있는데 그래서 스페인인들은 가족 간에 모여서 웃고 떠드는 걸 즐긴다.
이렇듯 스페인에서는 식사 자리는 밥을 먹는 자리임과 동시에 연인이나 가족들 간에 함께 웃고 떠들고 즐기고 식사하는 "파티 문화"의 기능도 하기 때문에, 이런 파티를 즐기는 문화가 대식가 문화를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물론 역사적인 바탕도 한몫한다. 스페인은 고대 시대에는 로마에게 문화적으로 영향을 받았으며 그 후로는 이슬람 세력에게 약 500년 동안 식민 지배를 받았던 경험도 있다. 이로 인해 여러 문화가 융합되면서 다양한 요리법들과 식사 문화가 발전했고 특히 스페인 음식은 세계적으로도 맛있는 음식으로 손꼽히는데, 향신료를 절묘하게 잘 쓰는 요리법이 특징이다.
특히 로마인들의 쾌락과 방탕과 파티 문화가 스페인인들에게 전염된 탓도 크다고 보고 있다. 어찌됐건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스페인은 에피타이저이자 간식인 "따빠쓰(Tapas)"를 즐기는 문화가 더욱 발달했다.
즉, 단순히 하나의 이유 때문에 생겨난 식 문화는 아니고 여러 이유들이 겹치면서 생겨난 것으로 추정된다. 더운 지중해의 기후, 스페인의 농업 중심의 전통, 그리고 개방적인 파티 문화, 사회적 생활 방식 등등이 모두 어우러지고 합쳐진 결과물인 것이다.
옛날부터 농업 국가인 스페인의 농촌에서는 아침 일찍부터 농사를 짓기 위해 일어나서 오후까지 밭을 갈고 씨를 뿌리는 등의 농사를 했다. 게다가 남유럽의 기후가 좀 더운가, 이런식으로 고되게 농삿일을 하다보니 마치 "새참"을 먹듯이 일정한 간격으로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여러 끼 식사가 발달한 것도 이유 가운데 하나일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단순히 농업 국가라고 이렇게 스페인처럼 하루에 6끼씩이나 먹게 되는 건 아니다. 스페인같은 농업 국가였던 조선의 경우는 하루에 식사를 2번 정도 밖에 안했기 때문이다. 이는 조선의 기후가 스페인보다는 훨씬 추운 것도 있겠지만, 조선은 가난한 국가인 데다가 음식 자체가 그렇게 맛있지도 않았기에 살기 위해서 먹는 용도로만 식사를 했기 때문도 있다.
애초에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한식들 자체가 일제 독립 후에 만들어진 경우가 대부분이기도 하거니와 조선시대 일반인들이 먹던 음식들은 당시에 먹어도 그렇게 맛있는 음식은 아니었던 셈이다.
여튼 서론이 길었고,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스페인인들이 하루에 6끼씩이나 먹는 다는데 어떤 음식들을 언제 먹는지 자세히 살펴보려고 한다.
대항해시대 시기부터 스페인 왕국이나 포르투갈 왕국에서는 전통적으로 하루에 밥을 5~6끼 이상씩 먹는 식습관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만큼 대식가 민족들이었던 스페인인들과 포르투갈인들이 먹었던 6끼 식사는 대충 이렇게 분류된다.
1끼 첫 식사: 스페인어로 아침밥을 의미하는 "뎃쌌뉴노(Desayuno, 아침밥)"는 보통 7시~ 8시쯤에 먹으며 이 시간에 먹는 식사 메뉴들은 초콜릿, 오렌지 쥬스, 토스트 빵, 소세지 토스트, 크레커, 잼, 과자, 버터 바른 빵, 튀김 고기들을 주로 먹는다.
스페인어로 아침밥을 의미하는 "뎃쌌뉴노(Desayuno, 아침밥)"
2끼 식사: 스페인어로 오전 식사를 의미하는 "알므에릇쏘(Almuerzo, 오전 밥)는 보통 10시 30분 ~ 11시 30분쯤에 먹는 "브런치"다. 오전 식사 시간에 주로 먹는 메뉴들은 밥, 샌드위치, 햄버거, 에피타이저인 따빠쓰(Tapas)로 입가심을 하고 보깟띠오(Bocadillo)라 불리는 샌드위치와 스낵류들을 먹는다.
스페인어로 오전 식사를 의미하는 "알므에릇쏘(Almuerzo, 오전 밥)
3끼 식사: 스페인어로 점심 식사를 의미하는 "꼬밋따(Comida, 점심밥)"는 보통 오후 2~ 3시 30분쯤에 먹는다. 메인 요리를 포함한 코스식으로 매우 많이 먹는 식사다. 하루 가운데 가장 푸짐하게 많이 먹는 식사로 스페인인들이 가장 대식하는 시간이기도 하며 3코스 요리까지 먹을 정도로 든든하게 먹는 식사다. 거의 다른 국가 사람들은 하루치 먹을 음식 양들을 스페인인들은 이 꼬밋따에 다먹는다고 보면 된다.
스페인어로 점심 식사를 의미하는 "꼬밋따(Comida, 점심밥)"
4끼 식사: 스페인어로 오후 식사를 의미하는 "멜리엔따(Merienda, 오후밥)"는 보통 5시~ 7시쯤에 먹는 밥이다. 이 시간에 먹는 식사 메뉴들은 디저트부터 먹은 후에 햄버거, 샌드위치 빵과 초콜렛 케이크, 돼지고기 튀김들을 많이 먹는다.
5끼 식사: 스페인어로 저녁 식사를 의미하는 "쎄나(Cena, 저녁밥)"는 보통 밤 9시~ 10시 30분쯤에 먹는 식사다. 이 시간에는 주로 치킨, 크림 수프, 각종 샐러드들, 생선 튀김 등을 많이 먹는다.
6끼 식사: 스페인의 야식인 따빠쓰(Tapas) 식사다. 따빠쓰(Tapas)는 여러 종류의 음식들을 의미하며 야식이지만 연인이나 가족들과 함께 나누어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간식: 스페인어로 "떼쁘오(Tapeo)" 또는 "삐꼬뗏(Picoteo)"이라 부르는 간식 시간으로 6끼 식사들 사이에 따빠쓰나 삔쬬쓰 같은 안주들을 여러 번 즐기는 식 문화다. 간식이기 때문에 엄밀히 "식사"로 구분되지는 않지만 이 간식들도 자주 먹는게 스페인인들이다.
6끼 식사: 스페인의 야식인 따빠쓰(Tapas) 식사다. 따빠쓰(Tapas)는 여러 종류의 음식들을 의미하며 야식이지만 연인이나 가족들과 함께 나누어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간식: 스페인어로 "떼쁘오(Tapeo)" 또는 "삐꼬뗏(Picoteo)"이라 부르는 간식 시간으로 6끼 식사들 사이에 따빠쓰나 삔쬬쓰 같은 안주들을 여러 번 즐기는 식 문화다. 간식이기 때문에 엄밀히 "식사"로 구분되지는 않지만 이 간식들도 자주 먹는게 스페인인들이다.
흥미로운 점은 스페인인들의 저녁 식사 시간은 10시 30분으로 꽤 늦다. 왜 이리 늦게 먹는 것일까? 이 역시 지리적 기후 탓도 있는데 스페인은 지리적으로 가장 서쪽에 위치해있는 곳 중 1곳이며 그래서 다른 모든 유럽 국가들보다 해가 가장 늦게 지는 편이다. 따라서 저녁 식사 시간이 늦어지고, 그에 따라 다른 식사 시간도 늦춰지는 경향이 크다.
또, 씨에쓰따라는 문화 때문도 있다. "씨에쓰따(Siesta)"란 무더운 기후의 남유럽에 있는 문화로 오후 2시~ 5시쯤에 무더운 열대야를 피하기 위해 낮잠을 자는 문화를 "씨에쓰따 문화"라고 부른다. 씨에쓰따 시간에는 대부분의 가게들이 문을 닫고, 사람들은 낮잠을 자는 경우가 많다. 이 씨에쓰따로 인해 점심 식사 시간이 늦춰지고, 더불어 저녁 식사 시간까지 덩달아 늦춰지는 경향이 있다.
재밌는 점은 이런 씨에쓰따 문화 같은건 필리핀이나 남아메리카 국가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필리핀이나 남아메리카를 여행하다 보면 낮에는 운영을 안하는 가게가 꽤 많다는 것도 알 수 있고, 대부분 남자들이 낮에는 집에 낮잠자러 가는 경우들이 많다. 우리가 느끼기에는 필리핀인들이나 남아메리카인들이 게을러 터져서 낮잠을 많이 자는구나 싶은데 이는 씨에쓰따 문화의 영향도 있고 필리핀, 남아메리카 자체가 워낙 세계적으로 더운 기후인 곳이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서라도 낮에는 태양을 피해서 잠을 잘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또, 하루에 6끼씩 먹는 이런 문화 역시 스페인 문화를 받은 남아메리카에도 있다. 한국에서 남아메리카까지 날아가는데 비행기를 타도 직행으로 30 ~ 40시간이 넘게 걸리는데 문제는 직행 노선이 없어서 미국과 멕시꼬를 경유해서 가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최소 한국에서 남아메리카까지 가는데 2일을 소모하는 경우는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렇게 한국에서 가장 먼 지구 정반대편에 있는 지역이 남아메리카다보니까, 한국인들이 가장 여행을 안가는 곳이 남아메리카고 그래서인지 남아메리카에 대해 아는 한국인은 거의 없다. 그래서 남아메리카하면 지구상에서 가장 성 문화가 개방된 지역, 성매매 관광지, 유흥, 마약 카르텔, 안좋은 치안만 생각하는데, 남아메리카인들도 스페인인들처럼 하루에 6끼씩 밥을 먹는 식문화가 있는 건 모르는 경우가 꽤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