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초의 왜구 "바다 민족"

인류 최초의 왜구 "바다 민족" 그들은 누구일까?

by 바다의 역사



기원전 약 12세기쯤에 동지중해 일대를 휩쓸며 기원전의 후기 청동기 시대의 붕괴를 촉발한 집단이 있어요. 이들은 오늘날 "바다 민족"이라 불리며 해안가를 중심으로 노략질을 일삼았다는 점에서 "인류 최초의 왜구"라고 불릴 만큼 가공할 위력을 지녔지요. 바다 민족이 기승을 부린 시기는 기원전 1200년경~ 기원전 1150년경까지 약 50년 동안으로 추정되는데 미국의 고고학자 에릭 클라인은 2014년에 출간한 책인 "기원전 1177년 문명이 붕괴된 해"에서 이들이 기원전 약 13세기 후엽~ 기원전 12세기 초엽쯤에 걸쳐 지중해 동부의 여러 문명을 연쇄적으로 무너뜨린 핵심 요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지요.


바다 민족의 기원과 정확한 탄생지 그리고 명확한 인종 구성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학계에서도 완전히 밝혀진 바가 없어 정보가 부족해요. 다만 학계에서 가장 정설에 가깝게 받아들여지는 추정은 이들이 단일 민족이나 단일 국가 출신이 아니라 에게해와 아나톨리아 서부 그리고 남유럽 등 지중해 여러 지역에서 모여든 다양한 잡다한 짬뽕 인종과 짬뽕 민족의 집단이라는 거지요.




고대 이집트의 기록인 메디네트 하부 신전 부조에 의하면 이들은 펠레세트, 셰르덴, 루카, 셰켈레시, 데넨 등 여러 무리로 나뉘어 있었어요. 부산외국어대학교 지중해지역원의 방기민 연구원이 2019년에 발표한 논문 초기 이스라엘 블레셋 기후변화와 이주 지중해 배경에서 히브리 성서 읽기의 사례에 의하면 이들은 주로 기후 변화나 가뭄 기근 등으로 인해 살 곳을 잃고 물을 통해 이주하던 다민족 유민이자 용병 집단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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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침입하고 무너뜨린 지역들은 동지중해 전역에 걸쳐 있지요. 가장 대표적으로 아나톨리아 반도의 거대한 왕국이었던 히타이트가 이들의 침입과 내부적 요인이 겹쳐 망했어요. 그리고 시리아와 팔레스타인 해안의 부유한 무역 도시 우가리트, 그리스의 미케네 문명, 키프로스의 알라시아 등 당시 부유한 기원전의 경제 문명들이 바다 민족의 침입을 받은 후 사라지거나 했지요. 이들은 해변 도시에 갑자기 상륙하여 마을을 불태우고 식량과 재물을 노략질하고 아녀자들을 납치한 뒤 떠나거나 레반트 지역 해안가처럼 그곳을 힘으로 먹고 강제로 정착하는 방식을 취했다고 해요.


바다 민족의 수군력이 얼마나 막강했는지에 대해서는 이들이 거대한 정규 선박이나 국가 주도의 체계적인 배들을 보유했던 것은 아니라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에요. 이집트 메디네트 하부의 벽화에 묘사된 바에 의하면 이들의 배는 돛과 노를 함께 사용하는 소형 배로 보여요.


이들은 대규모 정규 수전보다는 얕은 수심을 이용해 해안가나 강 하구에 상륙하여 급습하는 수륙양용 병법에 능했다고 해요. 압도적인 수력을 갖춘 수군이라기보다는 방어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예측 불가능한 시점에 노략질을 감행하는 대항해시대의 스페인 함대 같은 해상 세력이었지요. 기존의 육군과 전차 중심의 방어 체계를 갖추고 있던 고대 국가들은 이러한 비정규적인 게릴라식 해상 노략질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지요.


지중해 천하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바다 민족은 기원전 1175년쯤에 이집트 파라오 람세스 3세와의 싸움을 기점으로 세력이 꺾이며 서서히 역사에서 사라졌던 것으로 보여요. 람세스 3세는 나일강 하구의 델타 싸움에서 해안가에 궁수들을 숨기고 이집트 배로 상대방의 배를 좁은 강 하구로 오게끔 하여 바다 민족을 맞섰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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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싸움 이후 바다 민족은 갑자기 증발한 것이 아니라 이집트에 인질로 잡혀 각종 노비로 흡수되거나 레반트 지역 해변가에 정착하면서 현지 사회에 동화되었던 것으로 보영요. 대표적으로 펠레세트 무리는 오늘날 팔레스타인의 어원이 된 블레셋 인으로 정착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래서 이들은 어느 한순간 외계인처럼 사라진 것이 아니라 각지의 고대 사회에 흡수되면서 독립적인 해상 노략자로서의 정체성을 잃고 소멸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훗날에 탄생할 다른 해상 세력인 바이킹족과 비슷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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