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처음 생겨났을 때 "대만(타이완)"이라는 섬에서 시작된 거대한 물결이 어떻게 인도양 너머 머나먼 땅 마다가스카르까지 닿게 되었는지 그 경이롭고도 고단했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이 이야기는 단순히 대항해시대의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처럼 배를 타고 이동한 기록이 아니라 인류 역사상 가장 광범위한 이주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오스트로네시아인의 대항해에 관한 실화지요.
지금으로부터 약 5000천년 전쯤에 대만(타이완) 섬에는 현재 우리가 오스트로네시아인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의 조상들이 살고 있었다고 해요. 이들은 농사를 짓고 살아가던 인류 최초의 초기 농경민들이었지요. 피터 벨우드 교수의 저서인 인도 말레이 군도의 선사 시대(Prehistory of the Indo-Malaysian Archipelago, 2007)에 의하면 이들은 대항해를 시작하기 전 대만 섬에서 벼와 수수 농사를 짓던 구~신석기 문화인 대분갱 문화를 형성하고 있었다고 해요.
그런데 농사를 지으면서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섬에서는 살 곳이 부족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터전을 찾아 다른 섬으로 눈을 돌리게 된 것이지요. 이 시기에는 아직 지구상에 청동기 문화조차 태어나지 않았고 글자나 바퀴 같은 고도의 문명 도구를 가진 문명 사회 자체가 아직 탄생하기 훨씬 이전이었기 때문에 오직 나무를 깎아 만든 배와 자연에 대한 "감각"만으로 거친 바다에 몸을 던져야 했어요.
그렇기에 이들의 항해는 굉장히 장 기간에 걸쳐서.. 아주 진득하고.. 느리게 진행되었지요.. 대만 섬에서 시작된 이들의 항해는 필리핀을 거쳐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그리고 멀리 남태평양의 섬들까지 뻗어나갔지요. 그리고 일부는 이스터 섬까지 가서 남아메리카에 가서 잉카 문명, 아즈텍 문명, 마야 문명을 건설했다는 주장도 있어요.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놀라운 루트는 바로 서쪽으로 향해 인도양을 건너 아프리카 동해안의 마다가스카르 섬에 도착한 루트예요. 로버트 블러스트의 논문 오스트로네시아 언어들(The Austronesian Languages, 2013)을 보면 이들은 수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바닷길을 아주 오랜 기간... 몇백년~ 몇 천년에 걸쳐서 이주하면서도 자기들의 언어와 문화를 잃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요. 이 큰 이주는 1번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수세기에 걸쳐 조금씩 섬에서 섬으로 이동하며 진행된 아주 긴 이사였습니다.
왜 이들은 바다로 나갔을까요? 학자들은 이를 인구 압박과 기후 변화 그리고 사회적 갈등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어요. 특히 대만 섬 내에서 정착할 공간이 부족해지자 젊은 층을 중심으로 새로운 땅을 개척하려는 욕구와 본능이 강해졌던 것이지요. 하지만 당시 항해술로는 나침반도 없고 금속 도구도 부족했기에 바다로 나가는 것은 목숨을 건 도박이나 다름없었답니다. 이들은 카누 옆에 부표를 단 아웃리거 카누라는 독특한 형태의 배를 만들어 파도를 견뎌냈던 것으로 봉요. 이는 당시 이들이 가졌던 기술적 한계 내에서 최선의 선택이었지만 여전히 폭풍우 앞에서는 무력한 오합지졸의 항해술이었을지도 몰라요.
대만을 떠난 이들은 가장 먼저 필리핀 북부에 도달했어요. 이후 인도네시아의 여러 섬으로 흩어졌는데 그중에서도 보르네오섬 동남부의 빠릿또 강 유역에 살던 사람들이 마다가스카르 이주의 핵심 인물들이 되었답니다. 언어학자 오토 크리스티안 달의 저서 말라가시어와 마안얀어(Malgache et Maanjan, 1951)를 보면 마다가스카르의 언어인 말라가시어가 보르네오의 마안얀어와 매우 유사하다는 점을 명확히 밝히고 있어요. 이들은 인도양을 건넜던 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중간에 스리랑카나 인도 남부를 거쳤을 가능성도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고고학적 증거가 부족하여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말씀드리는 게 정확할 것 같네요.
보르네오를 떠난 이들은 인도네시아 자바섬이나 수마트라섬을 거점으로 삼아 더 먼 서쪽으로 향했어요. 머레이 콕스 교수의 논문 마다가스카르 정착을 위한 실질적인 초기 인구 규모(A substantial proto-human population for the settlement of Madagascar, 2012)에 의하면 약 30명의 여성이 마다가스카르 초기 정착민의 주축이 되었다는 유전학적 결과가 있어요.
이들은 아랍 상인들의 항로를 따라갔거나 혹은 계절풍의 흐름을 타고 우연히 마다가스카르에 닿았을 것으로 보여요. 당시 원주민들에게는 정교한 경제력이 없었기 때문에 아프리카 동해안에 도착했을 때도 현지인들과 큰 전쟁을 치르기보다는 자연스럽게 결혼해서 융화되거나 비어 있는 땅을 찾아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되어요.
드디어 마다가스카르에 도착한 원주민들은 그곳의 석기적인 환경과 마주하게 되었어요. 당시 마다가스카르에는 코끼리새와 같은 거대한 동물들이 살고 있었지만 이들의 사냥과 환경 변화로 인해 점차 멸종하게 되었지요. 정착민들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져온 쌀과 토란 그리고 바나나를 심으며 농경 사회를 구축했어요. 하지만 아프리카 본토에서 건너온 반투 원주민 사람들과 만나면서 결혼하고 혈통과 문화가 섞이기 시작했답니다. 그래서 현재 마다가스카르 사람들은 외모는 대만 원주민들을 닮았으면서도 피부 색깔은 흑인이고 문화적으로는 아프리카의 색채가 짙게 밴 독특한 정체성을 가지게 된 것이지요.
현재 마다가스카르의 핵심 민족인 메리나 원주민은 여전히 자기들의 조상이 바다 건너 동쪽에서 왔다는 사실을 긍정하고 있어요. 이들의 언어인 말라가시어 속에는 여전히 인도네시아 단어들이 살아 숨 쉬고 있지요.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아요. 마다가스카르는 가장 가난한 곳 가운데 하나로 꼽히며 급격한 인구 증가와 산림이 사라지는 걸로 인해 고통받고 있거든요. 조상들이 그 과거 바다를 건너오며 꿈꿨던 낙원의 모습은 사라지고 척박한 땅에서 하루하루를 견뎌내는 현실만이 남았답니다.
마다가스카르 정착민들이 아프리카 대륙을 먼저 거쳐서 갔는지 아니면 직접 인도양을 횡단했는지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해요. 또한 이들이 정확히 몇 년도에 처음 발을 디뎠는지에 대한 명확한 탄소 연대 측정 자료가 모든 지역에서 일치하지는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정보가 부족합니다라고 조심스럽게 덧붙여야 할 것 같아요. 기록된 역사가 없는 구석기 수준의 이동이었기에 유전자 분석과 언어학적 추론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우리가 기억해야 할 사실이에요.
아무튼 마다가스카르부터 동남아시아 전체, 남태평양의 오세아니아 전체, 이스터 섬에 이르기까지 모든 원주민들의 조상은 대만 섬 원주민들이라는게 신기하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