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의 특히 미얀마, 태국을 자주 여행가신 분들이거나, 특히 해외 여행 영상을 자주 보시는 분들이라면 동남아시아의 미얀마, 태국에 거주하는 "라후족(Lahu people)"이라는 기독교, 불교, 애니미즘 등을 믿는 소수민족이 고구려 군인들의 후손들이 아닐까 하는 소리는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것이다.
과연 맞을까? 과연 실제로 신빙성 있는 역사학계의 주류 견해인지도 확인해보자.
(1) 역사적 기록
먼저, 고구려 군인들이 후손이 라후족이라는 것을 입증할만한 고대 사료는 "단 1개"도 없다. 삼국사기, 삼국유사 등 한국 사료들은 물론이거니와, 세계사의 기준이라는 고대 중국 사서에서조차 고구려 군인이나 유민이 동남아시아를 정복하거나 진출하여 라후족이 되었다는 언급이 없으며, 오히려 668년 고구려 멸망 직후 당 제국이 고구려 유민 수만 명을 중앙아시아에 위치한 "오르도스(內蒙古 오르도스)" 일대로 강제 이주시켰다는 기록만 나온다.
즉, "삼국사기"는 당 제국이 고구려를 정복하고 멸망시킨 다음 해 "수만 명을 중앙아시아쪽의 북서지방 불모지에 내쫓았다"고 기술할 뿐, 동남아로 이주시켰다는 언급은 없다. 중국의 공식 소수민족사(중국국가민족사무위원회 자료)도 라후족의 기원을 고대 "氐羌족(디치짱)계"로 설명하며, 이는 기원전의 춘추전국시대 "청해(青海) 일대"에서 시작해 중국 대륙의 최남단의 윈난성으로 남진하여 동남아시아 전역을 정복했다고 기술한다. 즉, 라후족 전승에 따르면 이들은 원래 서쪽 고지대에서 남진한 종족이지 한반도에서 도래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고구려 군인들은 역사적으로나 유전학적으로 중앙아시아에 훨씬 더 가깝지, 동남아시아하고는 단 1도 연관성이 없다.
챗GPT Ai에게 부탁한 "고구려 기병이 동남아시아를 정복한다면?" 의 장면
(2) 언어, 문화, 고고학 증거
그렇다면 언어, 문화, 고고학적으로는 어떨까?
먼저 언어부터 살펴보자.
라후족이 사용하는 언어인 "라후어(Lahu)"는 "티베트–버만어족(로로-버마어파)"에 속하며, 한국어는 별개의 "알타이어족"이나 "한국어족"으로 분류된다. 즉, 한국어족과 라후의 티베트-버만어족 사이에 공통 조상이 확인된 바 전혀 없으며, 단어 몇 개의 우연 일치나 SOV 어순처럼 아시아 언어에 흔한 특징만으로 혈연 관계를 추정할 수 없다. 그렇게 따지면 라후어보다 더 비슷한 언어로는 인도의 타밀어가 있는데 단순히 단어가 몇개 비슷하다고 같은 민족이라면 인도의 타밀인도 고구려의 후손이라야 이치에 맞는 말인데 이는 말이 안 된다.
물론 라후족의 전통 의복, 된장, 채소절임 등이 한국과 몇 가지 비슷한 점이 있다. 그리고 이런 문화적 부분이 유일하게 라후족이 한국인과 같은 민족이라고 강하게 주장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사실 기록도 없고 언어도 라후어보다 한국어에 더 가까운 언어들이 중앙아시아에 널리고 널렸으니 그나마 라후족이 한국인과 같은 민족이라고 주장하려면 문화적인 부분밖에 방법이 없는데, 아쉽게도 이 문화적인 부분조차 한민족은 중앙아시아에 훨씬 더 가깝다. 애초에 한민족은 중앙아시아와 고대시대 때부터 역사적 같은 권역권에 들어있어서 중앙아시아의 유목제국들로부터 가장 영향력을 강하게 받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남아시아하고는 거의 단절되다시피 했기 때문에 그다지 문화적으로도 유사성이 없다.
게다가 이는 동북아시아, 동남아의 산간 소수민족 사이에 널리 나타나는 요소일 뿐이다. 그리고 고구려의 벽화, 장군총 같은 무덤 양식 등과 직접 연결되는 라후족 지역의 고고학적 유물도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오히려 고고학, 언어학 연구에서는 라후족이 한글 창제와 아무런 연계 없이 로마자 표기 등 자체 문자를 사용해 왔음을 지적한다.
(3) 유전학적 분석
그렇다면 마지막 희망으로 유전학적으로 걸어보자, 다 필요없고 애초에 유전학적으로 비슷하면 게임이 끝나는 것 아닌가? 하지만 라후족이 한국인과 같은 민족으로 믿고 싶은 사람들에겐 청천벽력같은 소식이겠는데 이 유전학적 분석으로 오히려 라후족은 고구려인의 후손이 전혀 아니라는게 드러났다.
유전적 연구 결과도 두 민족이 완전히 이질적임을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일부 주장이 제기됐던 "한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 민족에 흔한 HLA-B59" 혈청형은 사실 동북아시아뿐만이 아니라 전세계 여러 국가들에 많이 분포한다. "HLA-B59"는 한민족, 일본인뿐 아니라 중앙아시아의 몽골인, 카자흐스탄인, 서아시아의 튀르키예인, 스페인 바스크족, 북아프리카의 모로코인, 알제리인, 중국 윈난성 나시족 등에서도 발견된다. 이는 몽골제국이 전세계를 정복하면서 "HLA-B59" 혈청형도 전세계적으로 진출했기 때문이다.
즉 라후족이나 동남아시아 인근 종족에서 "HLA-B59"가 발견되더라도 그것 하나만으로는 고구려계의 혈통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소리다.
전체 유전체(SNP) 분석도 마찬가지다. 다수 연구에서 라후족은 동남아시아 집단과 유전적으로 밀접하고 추운 동북아시아권인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결과가 나왔다. 예컨대 대규모 SNP 분석에서 일본인, 한국인은 상호 및 한족(漢族)과의 F_ST(유전적 거리) 값이 매우 낮은 반면, 라후족은 한족과의 F_ST가 높아 동남아, 베트남족과 비슷하게 나타났다. 또 윈난성 소수민족 전체를 분석한 연구에서도 라후족과 똑같은 유전자를 가진 민족, 인종은 없었고 티베트 고산 민족 등과는 친연성이 낮고, 오히려 대이족(Dai) 등 남방 민족과 유전적 유사성을 보였다. 중국 내 한국인(조선족)을 대상으로 한 최신 연구에서도 라후족은 한국인과의 유전적 거리(F_ST)가 가장 크게 나타났다. 즉, 고구려인과 라후족은 민족은커녕 유전학적 분석으로 봤을때 인종 자체가 아예 "다른 인종"이다.
즉, 라후족이 고구려 후손이라는 설은 입증된 사실이 아니다. 실제 사료, 언어, 문화, 고고학, 과학적 증거 등등 종합해서 단 1개도 일치하는게 없다. 라후족은 그저 동남아시아 지역 고유의 티베트-버만어족 집단에 불과하며, 일부 한민족과 유사한 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이런 문화적 유사성은 지구 곳곳 어딜가든 발견되는 현상으로, 오히려 한민족과의 문화적인 유사성은 중앙아시아에 가장 가깝다.
따라서 라후족과 고구려, 한국계 민족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 다시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 역사적 문헌에 라후족이 고구려 유민이라고 명시된 적 없고, 2. 언어분류상으로도 한국어와 라후어와 완전히 다른 어족으로 분류되며, 3. 유전학적 데이터에서도 한국, 일본은 중앙아시아계, 만주계의 유전자이며, 라후족은 동남아계 집단에 속하기에 너무나 상반된다. 따라서 “고구려 군인들의 후손=라후족”이라는 주장은 "아무런 증명도 되지 않은 거짓말에 가까운 가설"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