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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길 Feb 06. 2023

정, 우정, 그리고 의리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인자는 정(情)이라고 생각된다. 이 말은 그 의미가 우리나라에서만, 우리말로만 표현될 수 있는 고차원적인 말이다. 꼭 말을 통해서 생겨나는 것도 아니매, 내가 갖고 싶어도 상대가 응하지 않으면 생기지 못하는 것이다. 진정한 정은  말을 안해도 시냅스같이 연결되어 마음이 흐르는 통로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안보면 보고 싶어지고, 걱정되고, 무엇하고 있는지 물어봐야하고, 이 일이 끝나면 무엇을 할 것인지가 궁금해지고, 하루에 한 번쯤은 통화가 되어야 마음이 안정되는 그러한 사이를 우리는 정이라고 부른다. 어쩌면 정신적으로 연결된 결합 방식중의 하나일 것이다. 특히 부모님과 나 사이에는 어떤 장벽이 있을 수 있지만, 결국은 내 쪽에서 장벽을 파괴해야하는 것이 정이다.


                                                                      [ 정(情) ]


어머니 데메테르가 페르세포네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것처럼, 지하의 왕 하데스가 페르세포네를  납치해 간 후 엄마는 딸을 찾아 온 천지를 헤메는 것은 어미의 딸에 대한 정으로 표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어미는 딸을 되찾을 수 있게 제우스 신에게 청했다. 그는, 저승(하데스의 땅)에 있을 때 아무것도 먹지 않아야 되찾을 수 있다고 했다. 하데스는 은근히 페르세포네가 석류를 먹도록 권유했다. 아마 페르세포네도 이 상황에서 석류를 먹으면 이승으로 돌아오지 못한다는 것을 생각했을 것이다. 한 방향으로는 페르세포네가 엄마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스스로 석류 하나쯤은 먹었을 것으로도 생각하기도 한다. 과잉의 사랑은 구속이 되고, 이 구속으로부터 벗어 나고자하는 생각이 들었을 것으로도 보는 것이다. 엄마의 눈에는 예쁜 딸이 항상 위험한 위치에 있어 무한히도 간섭을 많이 했을 것이다.   

  

그래서 일단 사고를 치고 하데스에게 덮어씌울 방법도 엄마의 눈을 피해 갈 수 있는 방법으로 이용 가능했을 것이다. 그래서 페르세포네(씨앗)는 1/3은 봄에 엄마와 함께 지내고, 2/3은 지하의 여왕으로 하데스와 같이 지내는 방법을 완성하게 된다. 엄마와도 같이 있을 수 있고, 자신의 행동도 자유스럽게 할 수 있게 된다. 정이 과잉으로 둘러싸면 의존도가 더 깊어져 스스로의 판단과 의지를 흐리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먼 옛날 이야기로도 거부감 없이 다가온다.     


내가 어릴 때 아버지가 해준 이야기가 나의 평생 머리를 떠나지 않고 있다. 어떤 친구가 좋은 친구인가 들어 보라고 하셨다. 이야기는 아들이 “우리는 목숨을 같이 할 수 있는 친구들입니다. 서로 없으면 못사는 사이입니다.” 라고 해서 아버지가 친구의 아들을 실험하기로 했다고 한다. “너 지금, 돼지 우리에 있는 돼지를 한 마리 잡아서 덮석으로 둘러싸고 지게에 얹어라. 그리고 지금부터 너의 친구에게 기보자. 첫 번째 친구에게 가서 내가 오늘 사람을 한사람 죽였는데 어쩌면 좋을까 하고 물어봐라.” 첫 번째 친구는 “나는 잘 모르겠다. 너 알아서 해라” 면서 대문을 닫고 들어가 버렸다. 두 번째 친구는 “너가 사람을 죽였다고, 나한테 왔다는 이야기는 절대하지 마라. 또 오면 신고 해버리겠다”라며 들어가 버렸다. 세 번째 친구에게 갔더니,“그래. 피치 못하는 일이 있었을 게다. 빨리 들어 와서 이야기 해보자. 다른 사람들아 알기 전에 처리하고 보자.” 하며 지게를 바꾸어지고 산속으로 같이 갔다. 그러면서 ‘너에게는 어떤 친구들이 있는지 생각해 봐라’고 하셨다.


                                                                  [ 친구야 ! ]


나는 머리가 크고 나서 이 문제의 답을 찾아보기로 했다. 대학 생활 중이었다. 그 때는 사회적으로도 독재로 서로가 믿지 못하던 시대이고, 또 다른 사람을 고발하여 감옥에 보내기도 하던 시절이었다. 이 때 비로소 우정과 의리는 다르다는 것을 스스로 파악 하였다. 그 전에 특히 “삼청교육대”라는 것이 사회악을 제거한다는 명제에서 시작되었는데, 이장이 자기 눈에 들지 않으면 명단에 추가하여 상대방을 거의 사회로부터 격리시키곤 하였다. 아무런 죄도 없이 죽어 가기도하고,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기도 했던 시절이 있었다. 이 때 나는 우정은 피를 필요하지 않으나 의리는 피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스스로 정의 하였다. 우정에는 농담도 들어 갈수 있으나, 의리는 농담조차도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을 파악하였다. 말과 소리도 구분하게 되었는데 말은 그 내용을 단고 있으나 소리는 그 내용을 담지 않고 있다는 것, 그래서 흔히 “말도 안되는 소리” 라는 말을 쓰고 있었다.      


물론 우정은 말할 것 없이 중요한 것이다. 복잡한 사회이고, 어려운 사회가 될수록 친구는 나의 삶의 한 부분이 된다. 안부를 물어주고, 어려운 일들을 도와주고, 응어리진 마음을 소주를 같이 들이키며 같이 아파해 주는 것은 친구 외는 없다. 더구나 세월이 흐르고 황혼이 되어 가면 마음을 같이 할 수 있는 친구란 그 가치가 재산보다도 훨씬 위에 있다.  

   

이러한 친구라는 범위보다 더 한 단계 위에 있는 단어는 없을까? 이 말이 있다면 맹목적인 우정이라는 뜻을 갖게 될 것인데 필요한 단어 일까?     


라피타인의 왕 페이리토스는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와 직접 대결하기 위하여 마라톤 평원의 테세우스의 소를 몰고 달아났다. 결국 두 사람은 만나 결투를 하게 되었는데, 서로의 눈에 상대편이 그렇게 영웅일 수가 없었다. 서로 칼을 던지고 포옹함으로써 친구가 되고 영원히 친구이기를 다짐했다. 그 중 테세우스가 재혼을 하는데 13살인 헬레네(제우스와 레다의 딸)를 페이리토스가 도와주어 납치하였고, 뒤에 페이리토스가 재혼을 하는데 테세우스의 힘이 필요하다고 했다. 테세우스는 ‘땅끝까지 가더라도 돕겠다’고 했다. 인간 페이리토스는 여신과 결혼을 원하며, 그 중에서도 신과 결혼 중에 있는 여신과 결혼 하겠다고 했다. 그 여신은 지하의 왕 하데스의 아내 페르세포네 였다. 테세우스는 땅의 끝(하데스의 땅)까지 가더라도 돕겠다고 말을 했기 때문에 피할 수도 없었다. 결국 둘을 지하의 나라에 페르세포네를 납치하러 갔다. 하데스가 이를 알고 돌 의자에 앉아 있으면 페르세포네를 불러 오겠다고 했다. 둘은 돌 의자에 앉았다. 다시 하데스가 왔을 때 둘의 몸은 돌 의자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잠시 들른 헤라클레스가 돌 의자에서 두 사람을 떼어 내려고 했으나, 테세우스는 떨어졌는데, 페이리토스는 떨어지지 않아 그 자리에 남고, 테세우스는 아테네에 돌아 왔으나, 자신이 없는 사이 나라는 망했다. 이것은 우정으로 맺어져서 그 한 단계 위에 있는, 알 수 없는 단어로도 표현하기 어려운 단계에서 모든 것을 잃어 버리고 말았다.     


                                                             [ 친구 한, 둘]


우정보다 더 높은 단계는 서로의 생명으로 상대를 지키는 일이다. 서로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진정한 우정이 무엇인가를, 그 의미와 뜻을 새길 수 있을 때 쓸 수 있는 말이 아닐까한다. 때로는 의리라는 뜻이 우정보다 강함을 느낄 수 있다. 때로는 말로는 하지 않는 의리있는 친구 한, 둘이면 그 누구 부럽지 않은 한 세상을 잘 살고 있는 영웅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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