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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길 Jan 30. 2023

봄을 기다리다

봄은 우리의 마음속에서 자란다. 단풍이 들 무렵, 봄은 아스라이 멀어져 가 있었다. 가을의 모든 의미가 겨울 속에 파묻혀 가고, 발갛게 익은 열매도, 노랗게 저 산을 지키던 단풍도, 8부 능성의 하얀 억세도 모두 기억 속으로 사라져 동면을 하러 갔다.    

 

그 기나긴 동면 속에서도 잠들지 못한 영혼들이 따스한 양지쪽에서 실눈을 틔우고, 어쩜 찬 겨울바람과 인사하고 있는 모습이, 보통 사람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한 영혼이라거나, 줏대없는 영혼, 계절 감각이 없는 영혼이라고 나무라기도 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에 영혼을 가져다 매려고 한다. 영혼은 어느 누구의 것이든 자유로워야 하며,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아야 영혼이 될 수 있다. 어슴츠레하고 차가운 날 그 것도 밤에 하염없이 쳐다보고 싶은 곳이 있다. 저별, 우리 엄마가 살고 있는 저별, 엄마의 영혼이 나를 쳐다보며 밝고도 예쁘게 빛나는 저별, 별에는 영혼이 살고 있어, 참 하얗고도 눈물이 고이는 곳이다. 영혼이 공간적 제약을 받는다면, 엄마는 지구의 어느 쪽에서 방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영혼은 감각이 없는 것이 아니고, 누구엔가 미소 지으며 찾아 들기를 좋아 한다. 그래서 기다리지 않아도 한 번씩은 눈에, 마음에, 신기루처럼 나타나가도 한다. 때 마침, 내가 기다리고 있는 영혼이 나에게 미소 지으면, 아. 그리운 님이 이제사 나를 찾아 왔구나하며 괜스레 메말랐던 눈물이 이슬 되어 떨어지기도 한다.   

  

영혼은 님이다. 살아있든,  먼 곳에 있든, 바라면 다가오는 때 묻지 않은 하얀 님이다. 이 님은 그렇게 자주 다가오지는 않은 것 같다. 가슴 넘치도록 고대해야 힐끗 쳐다보고 지나갈 것이다.     

이런 예쁜 영혼이 나무를 빌러 꽃망울을 만들려고 한다. 그것도 우리가 처해있는 이 겨울에. 이러한 영혼이 날씨를 따지고, 사람 마음을 따지고, 계절 감각 없이 다가오겠는가. 또한 님이 나를 찾아오는데 마중은 못할지라도 그렇게 모진 말을 해야 기분이 풀리겠는가.     


맑은 영혼은 기다림의 대상이지 우리의 뜻대로 움직여 주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오지 말라고 해서 오지 않는 것은 아닐 것이다. 계절은 영혼이 이끌어야 다가올 수 있다. 영혼이 없는 계절은 생명이 없는 계절과도 같다. 자연과 영혼의 일체(魂然一體)로 더 아름다워 질 수 있을 것이다.  

   

혼은 스스로 빛날 수 있으되, 자연이 없으면 그 의미가 없다. 자연은 영혼이 빛날 수 있게 그 주위를 지켜 주는 일을 한다. 혼은 몸과 정신을 다스리다가 육신이 사라짐에 따라 분리되어 져, 영혼이 되기까지는 우리의 삶처럼 한 번의 고통을 더 겪어, 육신의 죽음과 무관하게 그 자체의 실체를 존속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뜻에서 영혼은 초월성을 지닌다. 만물에 잠재한다고 할 때는 애니마(anima)라고 했으며, 고대 그리스에서는 프쉬케(Psyche)라는 영혼의 개념으로 되어 있다.     


우리는 영혼의 초월성으로부터 많은 기대와 그리움의 대상으로 인지할 수 있다. 꼭 영혼으로 지칭하지 않더라도 애니마로써도 우리는 자연에 접근 할 수 있다. 그 속에는 살아 있는 생명이 태어날 생명에 대하여 경건하게 맞아야하고, 그 대상이 무엇이든 존중해야 할 것이다.     

 

                                             [계절을 벗어난 영혼의 방문(202301300}


계절을 벗어난 영혼이 우리 곁이 다가왔을 때 아주 깊은 기쁨으로, 내가 그 토록 기다리던 영혼의 방문은 내 어머니가 날 찾으러 온 것과 같은 반가움으로 대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오늘 화단에서 꽃망울로 나를 찾아온 영혼에게 더 없는 반가움과 기쁨을 느끼고, 천리향의 애닯은 향과, 또한 영혼의 뒤를 따라올 봄에 대한 기다림도 이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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